교육부 통계상 조례-교권 인과관계 불투명...이주호 발언 ‘대체로 사실 아냐’

이주호 교육장관 [뉴시스]
이주호 교육장관 [뉴시스]

[검증대상]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개최된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권 침해) 근원이 학생인권조례에서 출발한 측면이 많다”라며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이 많은 서울·경기부터 도입돼 전국 학생 50%에 적용되고 학교 문화가 바뀌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이초등학교 한 여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교육계와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최근 ‘교권 추락’이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이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교직 권위 추락의 근본적 원인은 학생인권조례 도입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자,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한 모양새다. 이에 본지는 이 부총리의 발언대로 학생인권조례와 교권 침해가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따져봤다.

[검증방법]
- 2009~2011년도 전국 교권침해 현황, 강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 교육과학기술부 제출 자료(2012년)
- 2012~2016년도 전국 교권침해 현황, 홍철호 전 자유한국당 의원 교육부 제출 자료(2017년)
- 2014~2019년도 전국 교권침해 현황, 교육부 교원정책과 분석보고서(2020년)
- 2019~2022년도 전국 교권침해 현황, 교육부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자료(2023년)
-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국가법령정보센터
- 서울특별시의회 영상회의록(제319회 교육위원회 제1차, 2023 7월 27일)

[검증내용]
서이초 여교사 투신 재촉발된 교권 침해 논란으로 교육계가 떠들썩하다. 교사를 향한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 학생들의 정당한 학습지도 거부 등으로 교권이 크게 실추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교육계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교육위에서도 교권 침해 논란이 화두에 올랐다. 이주호 교육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교권 침해의 근원은 “학생인권조례에서 출발한 측면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토론회’ 모두발언에서 “최근 몇 년 간 확대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를 강조한 데 반해, 책임이나 의무에 대해서는 간과해 학생 인권과 교권 간 불균형을 초래했고 선생님들께서 수업 중 잠자는 학생조차 깨우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고 학생인권조례가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 갑을관계를 심화시켰다는 취지의 발언을 냈다. 사생활 자유 및 휴식권, 체벌 금지 등 학생 권리 보장에 편중된 현행 조례가 결과적으로 교권 위축을 불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침해와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이에 본지는 학생인권조례 도입 전후 시기의 교권 침해 현황 분석을 통해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 봤다. 

교육부 교권침해 통계 보니...조례와 상관관계 불투명

교육부의 2009~2022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전국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지난 2009년 1570건에서 2012년 7971건으로 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인권조례가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2011년), 서울(2012년), 전라북도(2013년) 순으로 활발히 도입이 이뤄졌을 당시 교권 침해 사례가 늘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후 교권 침해는 하락세로 꺾였다. 특히 2019년에는 교권 침해가 정점에 달했던 2012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인 2662건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수치 통계상 이 장관의 주장대로 수도권발 학생인권조례 도입 흐름이 전국적 교권 침해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보기 힘든 대목이다. 

이후 코로나19 창궐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2020년에 발생한 교권 침해는 총 1197건으로 전년도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가 그 이듬해부터 차츰 교권 침해가 느는 추세다. 2021년에는 2269건, 지난해에는 3035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염병 창궐부터 엔데믹까지 비대면 수업 빈도가 요동친 데 따른 기저 현상으로 풀이되는 만큼, 해당 기간 학생인권조례 도입과 교권 침해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 2011~2012년 지역별 교권 침해 증가율을 살펴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유효했던 경기‧광주 등은 각각 154%, 133%의 증가 폭을 보였다. 다만 동 기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던 제주‧인천‧강원‧경남도 모두 100%대 이상을 기록하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점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교권 침해로 이어졌다고 볼만한 개연성을 찾기 어렵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한 보장에 과편중됐다는 일각의 지적에 교사 등 학교구성원의 인권증진 조례를 도입한 인천의 경우를 살펴봐도 교권 침해와 조례 간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다.

인천의 교권 침해 건수는 2012년(487건)에 고점을 찍었다가 2016년 들어 5분의 1수준인 92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인 2017년(117건)부터 다시 반등세를 보이며 2019년에는 148건을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에 비대면 교육이 시행된 2020년에는 44건으로 쪼그라들었다가 2021년 67건, 2022년 172건으로 또 다시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이처럼 인권조례가 교권 침해로 이어졌다고 볼 만한 통계상 일관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긴급현안 업무보고에서도 서울시교육청 간부급 인사는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 간 상관관계를 입증할 만한 통계가 있느냐고 묻는 시의원 질의에 “간이 조사로 보면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답한 바 있다. 

[검증결과]
본지가 교육부의 전국 교권 침해 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학생인권조례 도입 초기 교권 침해 사례가 일시적으로 늘긴 했으나 금세 급락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수치상 인과관계를 입증할 만한 일관성이나 패턴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울러 특정 기간 학생인권조례를 도입한 지역과 비도입 지역을 비교분석한 바에 따르면 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지역들도 조례 적용 지역과 유사한 교권 침해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주호 장관이 최근 “학생인권조례 도입이 교권 침해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한 발언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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