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까지 '신중모드'…"외부 향한 공개 메시지 최소화하고 싶다"

김영섭 내정자 [뉴시스]
김영섭 내정자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KT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KT 이사회가 지난 4일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선임했다. 불과 7개월 전까지 경쟁사 대표였던 인물이다.

김 내정자는 이석채·황창규 회장에 이어 세 번째 외부 경영인이다. 업계는 KT가 정치적 외풍 홍역을 치럿던 후임 대표 선임 과정이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한다.

또한 그간 KT가 '이권 카르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만큼 김 내정자 선임으로 이를 격파할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 이권 카르텔 격파할까, 과거 낙하산 CEO 반면교사 삼아야

김 내정자는 11일 현재까지 아직 별다른 소감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신문보도에 따르면 김 내정자는 오는 8월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 전까지 외부를 향한 공개 메시지를 최소화하고 싶다는 의사를 KT 측에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주총 이전까지는 CEO(최고경영자)가 아닌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는 만큼 외부에 자신의 메시지를 밝히는 것에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최종후보가 완주에 실패하면서 연거푸 KT의 발목을 잡았던 '중도 사퇴'의 악몽을 재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앞서 KT는 지난해 말 구현모 전 대표가 연임에 도전했지만, 외부에서 연임 우선 심사 논란이 불거졌고, 경선을 치렀음에도 구 대표가 낙점된 것을 두고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완전 공개 경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구 전 대표가 포기를 선언했고, 최종 후보자로 뽑힌 윤경림 전 사장마저도 '이권 카르텔' 논란 끝에 중도 사퇴하면서 KT 기업이미지의 실추로 이어졌다.

이에 KT는 이번 차기 대표 후보자 선임으로 8개월여간 이어진 경영 공백을 끝낼 수 있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사회도 새로 선임한 김 내정자에 대해 말을 아끼는 중이다.

업계에서 김 내정자는 재무통으로 통한다. 1959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은 구조조정 전문가다.

그는 럭키금성상사(옛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이래 LG 회장실 감사팀 부장, LG상사 미국법인 관리부장,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부장 및 상무를 역임했다. IT 업계에 발을 들인 건 2003년 LG CNS와 연을 맺으면서다.

LG CNS 경영관리 부문 상무와 부사장을 맡으면서 재무 최고책임자(CFO)로서 회사 살림을 챙겼다. 2008년에는 처음으로 사업부를 맡았다. LG CNS 하이테크 사업본부 본부장, 솔루션 사업본부장을 지내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2014년 LG유플러스로 옮겨 경영관리실을 총괄하다 1년 뒤 LG CNS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윤종수 KT 이사회 의장은 "김영섭 후보는 그간의 기업경영 경험 및 ICT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미래 비전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KT의 경영 비전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며 대내외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대규모 인사 태풍 예고..구현모 측근 예의주시

다만 김 내정자는 KT의 경쟁사 임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우려도 있다. 또한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형과 경북대 사대부고 동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인연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있다.

KT새노조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말도 많고 탈도 많던 KT CEO가 결정됐다. 사상 초유의 장기간 경영 공백으로 엉망진창이 된 KT의 현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새 CEO의 책임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김영섭 예비 신임 대표는 최종후보자명단이 발표되면서부터 용산의 개입 및 낙하산 의혹이 많았다"며 "과거 낙하산 CEO가 회사를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반면교사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 내부에서는 김영섭 체제가 들어서면서 대규모 인사 태풍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간 KT는 대표 선출 지연으로 올해 정기인사를 실시하지 못했다. 승진도 퇴임도 뒤로 미뤘다. 그룹사도 마찬가지다. 예년을 감안하면 대상자는 수백 명에 달한다. 현재 KT 임원은 연말까지 재계약을 했지만, 신임 CEO 취임 후 재신임 절차를 밟기로 해 둔 상태다.

또한 김 내정자가 LG 구조조정 전문가 출신이며 LG CNS 대표 재직 당시에도 매서운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 김 내정자는 ATM(자동화기기) 사업부를 매각하고, 유세스파트너스와 에버온 등 자회사를 연달아 팔았다. 그 결과 LG CNS 임직원은 2015년 말 6505명에서 2017년 말 5314명으로 18.3% 줄었다.

일각에서는 KT내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전 정권과 관계가 있던 몇몇 인사들의 이름이 회자하고 있다. 일부 인사 중에는 마음을 비우고 김 내정자가 최종 수장에 오르면 거취 표명을 할 뜻을 예고하는 인사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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