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는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 연주 성격 달라지는 게 매력”

이서현 비올리스트
이서현 비올리스트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비올리스트’를 꿈꾸는 10·20대 청소년들의 멘토로 이서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서현 비올리스트는 독일 뮌헨음대에서 Master(석사)과정을 졸업했고, 동대학원 현대음악과정 재학 중 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으로 편입, Instrumental Solist 과정에 재학 중이다.

한국에서 오순화와 이한나를 사사했고, 독일에서 Nils Mönkemeyer, Hartmut Rohde에게 사사했다. 2009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 제1기로 선발되며 재학 중 한예종을 영재 입학했고,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국내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KNUA 비올라 시리즈, Ola viola 영아티스트 시리즈 독주회 등에서 독주회, 조선일보 신인음악회에서 초청연주를 가졌다. 최근까지 더하우스콘서트 앙상블 시리즈를 통해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연주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금호영재 20주년 기념 콘서트 시리즈, 금호영재 실내악 콘서트 등에 출연했다. 또한 대관령국제음악제 협주곡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대관령국제음악제 오케스트라, KNUA 오케스트라,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오케스트라, 한국원로교향악단, 예원학교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한국에서는 음악춘추콩쿠르·바로크 콩쿠르·스트라드 콩쿠르·세계일보콩쿠르·예원음악콩쿠르 등에서 우승, 일본 오사카 국제콩쿠르와 미국 8th Season Summit Music Festival Concerto Competition Junior에서 입상했다. 2017년 독일 Jungen Deutschen Philharmonie 단원을 시작으로 독일 쾰른 WDR Funkhausorchester Köln Praktikum 단원을 거쳐, 뮌헨 심포니커 객원단원 등을 역임했고 2019년 7월까지 뮌헨의 명문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슈타츠오퍼(Bayerische Staatsoper)의 아카데미 단원으로 활동했다. 2022년부터는 독일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Deutche Oper)에서 비올라 종신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서현 비올리스트
이서현 비올리스트

- 한국에서도 명문대를 졸업하시고 현재 독일에서도 명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세계적인 비올라 연주 영재로 알려졌는데 처음 비올리스트가 되셨을 때의 스토리를 말씀해 주세요.
▲처음에는 사실 저희 언니 오빠가 먼저 악기를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저도 따라 시작하게 됐고 언니를 가르치던 김남윤 선생님께서 제 첫 교수님을 소개시켜 주셔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꾸준히 배우려고 노력하는 뮤지션이고 싶어요.

- 비올리스트로서 비올라란 악기는 어떤 특징과 매력을 가졌다고 생각하시나요.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3차원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크기가 크고 더 두꺼워요. 심지어 풀사이즈 바이올린과 길이가 같은 14인치 비올라조차도 바이올린보다 두껍죠. 가장 큰 특징은 소리인데, 바이올린보다 5도 낮은 음역을 지니고, 가진 톤이 더 둥글고 깊은 소리가 나요. 기본적으로 관현악이나 실내악에서 주로 알토나 메조소프라노에 해당하는 중간 음역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하죠.

특히 비올라는 내성을 담당하는 악기인데, 비올라를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서 곡 연주의 성격이 많이 달라져요. 그런 면에서 비올라는 상당히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연주 시에는 멜로디뿐만 아니라 내성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 오는 18일에 ‘헤레디움 클래식 시리즈 썸머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하실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취지의 공연인지 소개해 주세요.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리는 ‘헤레디움 클래식 시리즈 썸머 페스티벌’은 8월 14일부터 5일에 걸쳐 진행되는 음악회예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젊고 유명한 연주가들이 다수 참가하는데요. 피아니스트 송영민, 신박듀오, 세종솔로이스츠의 프랭크 황, 데이비드 챈, 바이올리니스트 최소영, 심동영, 첼리스트 코너 킴, 첼로 영재 김태연, 피아노 영재 이주언 등이 참여해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공연이 진행되는 장소인 ‘헤레디움’은 일제강점기에 세워져 약 100년 역사의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복원한 공간인데요.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과 희망을 전달하며 수탈의 장소를 소통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고, 앞으로도 다양한 예술·문화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요.

- ‘헤레디움 클래식 시리즈 썸머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쟁쟁한 연주가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서현 님은 어떤 계기로 이 뮤직 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됐나요.
▲바이올리니스트 최소영 씨가 저랑 중학교 동창이거든요. 최소영 씨는 제 소속 오케스트라 휴가 기간이 7월~8월이라 제가 여름마다 한국에 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이번에 헤레디움 클래식 시리즈 썸머 뮤직 페스티벌이 있는데, 같이 콰르텟을 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하더라고요. 최소영 씨랑은 전에 같이 자선 음악회도 해본 적이 있어서 흔쾌히 함께하게 됐습니다.

- 공연 프로그램 중 ‘마스터클래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양성에 기여한다고 전해 들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마스터클래스는 대전·충청 지역의 음악 전공생들에게 이번 공연에 참가하는 연주가로부터 레슨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서울 지역에서도 많은 신청자가 있었는데, 대전·충청 지역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우선 선발해 진행한다고 해요. 레슨 후 추천받은 학생들에게는 19일 공연의 클로징 콘서트 무대에 설 기회도 제공한다고 하고요. 인재양성을 위한 취지로 기획된 좋은 프로그램이라서 저를 포함한 전 회차의 연주가들이 후배 연주자들을 돕고자 자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하게 되었어요. 연주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보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서현 비올리스트

- 굴지의 국제대회에서 다수 수상하신 경력이 빛나는데요,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나요.
▲저는 사실 오케스트라 쪽으로 경력을 쌓았는데 그런 경력을 쌓으려면 적극적으로 찾아서 신청하고 도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일본 오사카와 미국 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은 너무 어렸을 때 받은 거라서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국제대회에서 제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만나서 연주한 경험은 의미가 큰데요. 거기서 입상을 하고 안 하고는 그다지 의미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저는 한예종에서 학사를 졸업한 후 대학원을 독일에서 나와서 국제대회를 휩쓸고 솔로이스트로 멋지게 사는 게 제 목표였어요. 그러나 국제사회에 진출해 다양한 경험을 하다 보니 솔로이스트가 아니어도 너무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제 성격상 솔로이스트가 저랑 안 맞았던 것 같아요.
물론 솔로도 재미있긴 한데 저는 오케스트라 특히 오페라 음악할 때 너무 즐거워요. 제가 지금 소속된 단체가 오페라 오케스트라거든요. 그래서 주로 오페라 곡을 많이 해요.

- 대학원 학생이자 연주가로서 종횡무진 활동하시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데 요즘 근황은 어떠한가요.
▲요즘 한국에 와서 너무 잘 쉬고 있어요. 독일에서는 주로 일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휴가 때마다 한국에 와서 오랜만에 친구들하고 연주도 하고… 사실 오늘 저녁에도 연주하거든요. 발트 앙상블이라고 제가 매년 여름에 하는 현악 앙상블 그룹이 있는데, 이번에 제가 콰르텟을 연주하게 돼서 되게 기분이 좋아요. 맨날 오페라 오케스트라 음악 하다가 콰르텟도 하고…. 다른 편성에 새로운 곡을 하면 환기가 된다고 해야 할까요? 되게 신나요.

- 국제적인 비올라 연주 영재로서 앞으로 우리나라 음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떻게 기여하실 계획이신가요.
▲음악 영재는 매년 나오기 때문에 특별히 제가 내세울 만한 이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저는 한국에서 더 이상 그렇게 많이 활동할 수는 없지만, 독일에 오는 한국분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에 음악가들이 독일로 많이 오거든요. 예전에는 미국에 많이 가는 추세였는데 요즘엔 독일에 정말 많이 나와요. 그분들 모두 이미 너무 잘하시고 계시지만 오케스트라 쪽으로 조언이 필요하면 열심히 조언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 비올라 전공을 통해 형성된 삶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이 있다면 무엇이고, 그것이 형성하게 된 계기나 배경은 무엇인가요.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가치관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우선 사회적인 단체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 동시에 그를 통해 개인 삶도 중요함을 배웠어요.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어요. 저는 사실 음악적 업적을 열심히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악적인 것 이외에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아요. 그런 만큼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취미를 즐기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너무 중요하고 나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해요. 그러면서도 오페라공부 역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페라는 공부할 게 끝이 없지만, 천천히 공부하는 즐거움도 배우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비올리스트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음악이 전부인 삶도 좋지만, 음악을 하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앙상블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비올리스트들은 앙상블을 하면서 가장 많이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내성 악기이다 보니까, 앙상블을 하면서 공부가 많이 되거든요. 비올리스트 중에 독일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오셔서 실내악에 대해서든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든 많은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사실 독일은 유스 오케스트라가 정말 잘 돼 있거든요.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인데 젊은 나이대 학생들이 신청해서 오디션 보고 같이 투어를 도는 건데 그게 사실 제 삶에 제일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뮌헨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지만, 그보다는 유스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너무 즐거웠고 그로 인해서 제가 아카데미 인턴십도 신청하게 됐거든요. 유스 오케스트라랑 뮌헨 오페라 극장 아카데미가 제 삶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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