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3%, 주요국 중 3위로 매우 심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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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한국의 가계대출이 증가하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3%로 주요 OECD 43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더 키울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뚜렷한 사실”이라며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가계부채를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80% 수준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 한은 축소 주문해도 정부는 부동산 규제 풀어 증가시켜
- "정부는 귀 막고 있나" 지적…가계부채 정책 대변환 필요


한국은행은 지난달 17일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연착륙 방안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 및 안정성, ▲차주 단위 대출 규제 미비, ▲자산 수요 증가 등을 제시했다.

특히 대출 규제 미비와 관련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뒤늦게 도입했고, 대출 시점과 전세자금 대출 등과 같이 대출 종류에 따라 상당수의 대출이 적용받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가계부채 축소 대책으로 한국은행은 거시건전성 정책 측면에서 ▲가계 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전세대출 보증 한도 축소, ▲기업 대출의 유동화 지원, ▲DSR 예외 대상 축소, ▲LTV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 ▲만기일시상환 방식에 대한 가산금리 부과 등을 제시했다. 한편 통화정책 면에서 건전성 고려 통화정책의 도입 검토, 완화적 통화정책이 경제주체의 과도한 레버리지 활용 및 위험자산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 안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가계부채의 심각한 상황과 한국은행의 축소 방안 제시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위험이 있는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규제지역 대부분 해제, 분양가상한제 적용 해지, 전매제한 대폭 완화, 주택소유자의 청약 허용과 실거주 의무 폐지 등 부동산 투자 규제를 완화했다. 정부는 또다시 다주택자와 임대·매매사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했다.

더욱 문제인 점은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소득 제한 없이 1주택자에게도 9억 미만 주택에 대해 대출한도 5억 원까지 DSR 적용을 배제하는 특혜를 줘가면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고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 정부는 가계부채 폭탄 터트리려 작정했나

앞서도 경제금융센터는 지난 2일 윤 정부, 가계부채 확대·투기 조장 정책 당장 그만둬라' 논평을 통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힐난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빚내서 집 살 경우 경제위기와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 정부의 '내 집 마련 지원' 명목 투기 지원 특례보금자리론 축소 및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논평에서 "정부는 올해 초 1·3 대책을 발표해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규제지역 해제 및 분양가상한제 적용 해지, 전매제한 대폭 완화, 주택소유자의 청약 허용과 실거주 의무 폐지 등 규제 완화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또다시 다주택자와 임대·매매사업자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도 허용했고, ‘특례보금자리론’을 통해 1주택자에게도 대출한도 5억 원까지 DSR 적용을 배제해 ‘빚내서 집 사기’를 계속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의 이러한 정책들은 서민들의 내 집 갖기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취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이미 주택을 소유한 이들이 부채를 지렛대(Leverage) 삼아 투기에 나서도록 조장하는 방안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리상승과 대출 규제로 가까스로 상승세가 꺾인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등 부채와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특례보금자리론’은 비록 3년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이긴 하나 1주택 소유자도 주택구입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상품으로 4.25~4.55%(8월 11일부터는 4.4~4.7%) 금리, DSR 없이 DTI 50~60% 조건으로 실행할 수 있다.
주택소유자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부동산 투기에 나설 수 있어 레버리지로 악용하기에 안성맞춤인 대출상품이다.

이에 경제금융센터는 "이 대출상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지원 정책과는 거리가 멀고, 빚을 내 주택투자에 나설 수 있는 계층을 동원해 주택거래를 활성화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정책이라는 점"이라고 꼬집는다.

센터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해 투기수요를 자극해 건설경기를 억지 부양한들 이미 다수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정도로 과도하게 높은 집값이 더 오르고, 가계부채 위험을 증폭시킨다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위험만 높일 뿐"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은 폐지되거나, 1주택자를 제외하고 차주 소득·자산 요건 강화, DSR 규제 적용 등 그 대상 범위와 규모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은행 경고 흘려들어선 안 돼

지난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도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주택 관련 대출의 증가는 거시건전성 정책의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경실련 측은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가계부채를 더욱 증가시키는 정책을 중단하고, 한국은행이 제시한 거시정책 방안을 즉각 실시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은행도 제안만 하고 뒷짐 지고 있지 말고 정책당국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정부의 정책의 변화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가계부채 감축 방향과 목표를 국회 결의안으로 통과시켜 제도화시켜야 할 것이고, 올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한국은행이 제시한 정책을 올바로 시행하고 있는지, 성과가 어떠한지 면밀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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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과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7월 중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 4000억 원 늘어 6월(3조5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더 확대됐다. 4개월 연속 증가다.

은행권의 가계대출만 떼어 보면 6조 원 증가해 역시 4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068조1000원이었으며,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정책 주택담보대출론 포함)은 820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은 전세대출이 2000억 원 감소하고, 집단 대출이 1000억 원 줄어든 데 비해 일반 개별 주택담보대출이 3조 9000억 원, 정책 주택담보대출이 2조4000억 원 늘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3.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증가하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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