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독서율, 2013년 70%에서 2019년 52%로 급감했다
작가 曰 “이메일링, 블로그 운영 등 새로운 시스템 시도”

종이 매체. [뉴시스]
종이 매체.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화’는 ‘아날로그’ 매체 ‘도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6년 사이 18%가 감소했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대 꾸준한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도서 연간 매출액은 약 3%가량 감소했다. 매출액 기준 약 1000억 원 이상 손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업 작가들은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디지털화에 발맞춰 새로운 ‘도서’ 서비스 개발에 나선 분위기다. 

종이 매체 가운데 특히 ‘도서’가 내리막길을 걷는 추세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2013년 70%였으나, 2019년 52%로 급감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0년대 꾸준한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도서 연간 매출액은 약 3%가량 감소했다. 매출액 기준 약 10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대한출판협회가 2021년 발표한 ‘2020년 출판시장 통계’에서도 78개 주요 출판사의 2020년 매출액은 4조8080억 원. 전년 대비 약 4.1%(2062억 원) 감소했다. 이에 출판업 종사자들은 활자 기반의 인쇄 매체 영향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들은 “‘자기계발 위주의 도서’, ‘입시에 편향된 활자’ 등 성장과정에서 독서 환경 자체가 책을 읽는 재미보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것 같다”라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가장 먼저 사라질 직업 ‘작가’ 디지털화에 힘 잃은 ‘아날로그’

권라빈 작가는 일요서울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아날로그 방식인 종이책이 아닌, 모든 것이 디지털화 돼가는 추세다”라며 “만화방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 만화조차 한 번의 터치로 쉽게 볼 수 있는 ‘웹툰’, ‘웹소설’ 등으로 대체되는 세상”이라고 밝혔다.

종이책을 집필하는 작가로서는 생계와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질 수밖에 없다. 권 작가는 “TV 프로그램을 장시간 보는 것보다 숏츠나 짤(유머러스한 간단한 사진) 등으로 여가시간을 대체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 그리고 긴 문장이 살아남는 방법이 뭐가 있을지 매번 끊임없이 고민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시대가 어떻든 매번 대중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것은 어렵다”라며 “유행은 돌기에 다른 작가들도 마찬가지로 시간을 겸허히 기다리며, 실력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대체 방안 찾는 작가들 ‘새로운 시스템 시도한다’

훈글 작가는 취재진에게 “개인적으로 글을 매개체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존재처럼 생각하다 보니 (현 상황에 대해) 계속 응원하고, (이 분야를)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크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작가는 “이메일링과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그밖에도 블로그 운영, SNS 메시지 서비스 운영 등의 방안을 떠올렸다”라고 전했다. 이메일링은 작가의 글을 인터넷으로 구독하면, 주기적으로 이메일로 글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훈글 작가는 “1년 반 가량 이메일링 서비스를 운영해보니, 순간을 저장해두는 도서관이 된 것 같다”라며 “글은 삶을 바탕으로 하는 하나의 투쟁이다 보니, 더욱 나은 삶과 방식을 추구하게 된다. 디지털 매체는 도서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 ‘검열 요구’, 학부모 민원에 “출판 자유 침해” 

일부 학부모단체 소속 학부모들이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젠더·성평등·인권 등을 다룬 어린이·청소년 책에 대해 열람 제한 및 폐기를 요구하는 민원 활동을 벌였다. 출판업계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판의 자유까지 압박을 받은 셈이다.

지난달 27일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입장 자료를 통해 “문제 제기된 도서들은 도서관 전문인력인 사서들에 의해 선정 및 관리가 되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문제없이 전국의 도서관에 대출이 되고 있는 도서로서 사회적 공동의 가치와 유익을 훼손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해당 도서들을 유해도서라 명하고, 접근을 제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도서관과 사서에게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행위”라며 “특정 분야의 도서를 제한한다는 것은 문화다양성을 저해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출판인회도 같은 날 입장 자료를 통해 “해당 민원은 국민에 대한 자유로운 도서 제공의 의무와 권한을 가진 도서관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며, 출판 자유를 침해하거나 저작자 권리를 훼손할 수 있는 무분별한 도서 열람 제한 및 폐기 처분 민원은 중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특정 주제 도서의 열람이 제한될 경우 해당 주제와 관련한 저자들의 창작 의욕이 하락하고, 결과적으로 출판 다양성마저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학부모단체 소속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한 도서들은 ‘10대를 위한 성교육’, ‘어린이 페미니즘 학교’, ‘달라도 친구’ 등 젠더 이슈나 성평등을 다룬 책들이다. 이어 ‘꽃할머니’와 같은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담은 평화 그림책도 포함됐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종이 매체의 강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특히 한번 인쇄돼 배포된 이후 디지털화 자료와는 달리 수정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만큼 더 신중을 기하고 공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충무로에서 인쇄업을 하고 있는 A씨는 취재진에게 “잡지 등 종이 매체나 종이 책은 소유에 대한 확실성을 준다”라면서 “내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파일로 보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소유에 대한 책임과 의무도 주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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