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와 생명을 관장하는 태모(太母)로 통하는 마고(麻姑)의 현대적 부활은 곧 한국학 고유의 생명 코드의 부활이다. 낙원국가를 건설한 마고라는 이름 속에는 생명, 여성, 평화라는 명제가 함축되어 있다. 오늘날 포스트휴먼(posthuman)적 가치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키워드는 생명이며, 21세기가 생명과학(또는 생명공학)의 시대라는 것은 현재 과학계에서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마고의 현대적 부활은 상호연관된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사조(思潮)의 대전환과 관련된 것으로 포스트모던적 조류의 등장이다. 다른 하나는 지구 대격변과 대정화의 주기 도래와 관련된 것으로 천지비괘(天地否卦)인 선천 건도(乾道) 시대에서 지천태괘(地天泰卦)인 후천 곤도(坤道) 시대로의 이행이다.

마고의 현대적 부활은 우선 사조의 대전환과 관련하여 고찰할 수 있다. 유럽의 근대사는 에라스무스가 제창한 근원으로라는 의미의 아드 폰테스(Ad Fontes)’를 모토로 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에서 시작되었다. ‘아드 폰테스에는 그리스·로마의 고전 시대로 돌아가자는 단순한 복고 정신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적·창조적 힘의 재흥(再興)이라는 의미와 함께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근대 휴머니즘과 계몽주의에 내재된 개체화·물질화된 생명관이 초래한 반생명적·반윤리적인 물신 숭배가 지구촌을 휩쓸게 되면서, 모던(modern) 세계는 물질이 유일하고도 구체적인 현실이며 모든 것이라고 보는 물질주의에 탐닉함으로써 시스템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지구촌의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개념이 포스트모던 세계와 포스트휴먼이다. 이들 개념은 우주의 실체가 의식[에너지, 파동]’이며 우리가 물질이라고 지각하는 것이 특정 주파수대의 에너지 진동에 불과하다고 보는 포스트 물질주의 과학관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오늘날 포스트모던적 조류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근대 산업문명의 폐해로 여겨지는 국가·지역·계층간 빈부격차, 지배와 복종, 억압과 차별, 생태계 파괴, 공동체 의식 쇠퇴 등의 문제가 기존의 낡은 패러다임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완전히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채택해야 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다. 실로 계몽주의 시대 이래 근대 서구의 이성주의·합리주의·객관주의는 인간중심주의·남성중심주의·유럽중심주의·백인우월주의라는 주관의 늪에 빠져 태생적으로 기형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고 인공지능 윤리와 생명윤리가 준수되는 새로운 규준의 휴머니즘이 요구되면서 마고 코드가 부상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마고의 현대적 부활은 지구 대격변과 대정화의 주기 도래와 맞물려 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지구 자기장의 급속한 감소와 자기장의 교란으로 지자극(地磁極)의 역전 가능성, 즉 지구 극이동(pole shift)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지자극 역전으로 북극(N)과 남극(S)이 뒤바뀌는 현상이 일어나면 방향감각을 자력(磁力)에 의지하는 수천 종의 새와 물고기와 포유동물이 대멸종의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자극 역전 시 지축의 변화도 함께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지구 자기장 및 자전축의 변화가 공전궤도의 이심률(離心率) 변화와 상관관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심률이 0일 경우 지구의 공전궤도는 정원형(正圓形)이 된다.

구한말의 대사상가 일부(一夫) 김항은 그의 정역(正易)(1885) 체계에서 후천개벽의 도래와 함께 지구 궤도가 타원형에서 정원형으로 바뀌는 정역의 시대, 이른바 재조정의 시기가 도래할 것임을 예고했다. 동학에서는 무위자연의 천지개벽에 조응하여 인위의 정신개벽과 사회개벽이 이루어지면 후천개벽의 새 세상이 열린다고 보았다. 마고 코드의 부상은 이러한 후천 곤도 시대의 도래와 맥을 같이 한다. 우주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 여성성[靈性]내지 여성적 원리의 부상은 지구 문명이 물고기 별자리인 쌍어궁 시대에서 물병 별자리인 보병궁 시대로 이행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신과학운동의 거장인 프리초프 카프라가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세계는 지금 기계론적이고 분석적이며, 추론적이고 물질적이며, 환경파괴의 남성적이고 양적(陽的)인 특성을 지닌 서구 문명이 쇠퇴해 가는 반면, 전일적이고 종합적이며, 직관적이고 정신적이며, 환경 회생의 여성적이고 음적(陰的)인 특성을 지닌 새로운 문명이 대두하고 있다. 마고 코드가 동·서양의 문화·문명을 발흥시킨 모체였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는 것은, ··인 삼신일체의 삼신사상에서 전 세계 종교와 사상 및 문화가 수많은 갈래로 나뉘어 제각기 발전하여 꽃피우고 열매를 맺었다가 이제는 다시 하나의 뿌리로 돌아가 통합되어야 할 우주의 가을 즉 후천개벽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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