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마하트마 간디를 계승한 성자(聖者) 비노바 바베(1895-1982)가 있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어머니와 관련된 일화도 많은데, 유독 한 가지가 오래도록 나의 기억에 남아 있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총량결정론(總量決定論)’이다.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모든 것들에는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 먹는 것, 자는 것 따위도 마찬가지다. 과도하게 많이 먹고 마시면 그만큼 일찍 죽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구는 우주를 떠다니는 독립된 존재다. 굳이 비유하자면, 한번 올라타면 죽을 때까지 다른 버스로 옮겨 탈 수 없는 고독하고 숙명적인 교통수단이다. 게다가 자원은 유한(有限)하다. 다른 별로부터 무엇인가를 가져와 연명할 수도 없다. 자원의 총량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것이 바닥나면 인류도 멸종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생명 유지에 필요한 공기와 물은 얘기치 못한 환경적 변화에 의해 한순간 오염되거나 고갈(枯渴)될 수도 있다. 우주개발을 통해 새로운 별에서 인류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기회가 과연 언제 우리에게 주어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요즘 많은 나라들이 저출산을 두려워한다. 특히 우리의 저출산고령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낳게 하려는 정책에 국가의 자원과 역량이 총동원되고 있다. 물론 개인의 행복 추구는 주된 관심 사항이 아니다. 국가의 존립을 위한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인구가 많아서 지구가 망할 것이라며,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던 이야기는 그야말로 헛소리 취급을 받는 시절이 되었다.

12년 전인 20111031, 지구촌 70억번째 아기가 탄생했다. 세계인구 10억명을 돌파한 것이 불과 200여 년 전인 1804년이다. 그로부터 170년이 흘러 1974년엔 40억명을 돌파했다. 다시 10년 만인 1987711일에 50억명을 돌파했고, 1999101260억 명을 돌파했다. 다시 20111031일에는 70억명을 돌파했다. 한국시각 202381709시현재 세계인구는 805,500만명에 이른다. 5년 만에 5억 명 가까이 늘었다. 우리의 저출산 공포(恐怖)의 이면(裏面)에는 이처럼 10년마다 10억명씩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과잉의 공포가 숨어있다.

이대로 가면 2050년이면 세계인구는 100억명을 돌파할 것이다. 비록 멜서스(Thomas Robert Malthus)의 종말적 인구론은 다행스럽게도 빗나갔지만, 과학적 진보와 기술혁신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한계 상황은 반드시 도래할 것이다. 특히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길어질 것이다. 새로운 식량과 에너지원 발굴로 더 버틸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인구폭증이 계속되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지옥도(地獄道)가 펼쳐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인간이라는 동물 자체가 지극히 환경적이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원과, 소비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이 지구상 그 어떤 동물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끔찍하다.

인간들은 늘 자신들만 생각한다. 지금의 세대, 그리고 우리가 속한 땅과 국가의 경계 안에서 오늘만 살핀다. 100명이 타면 딱 좋은 생명선 1대만 있는데, 200, 300명이 몰려들면 나머지는 거기에 오를 수 없다. 결국 지구적 관점에서 세상과 현상을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대한민국의 저출산을 두려워하기 이전에, 지구의 인구폭증과 장수(長壽)를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소멸을 두려워하기 이전에 지구의 멸망을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 지구인의 의무인 셈이다.

그렇다면 저출산을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인간 수명의 증가는 오히려 저출산을 통해 균형을 맞추라지구적 명령일 수 있다. 저출산만이, 고령화된 인간이 더 활기차게 생산적으로 일하며 더 건강한 노년을 살아가라는 신의 메시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저출산 극복정책은 환경적이며 지구적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기 이전에 지구인이다. 저출산을 지구적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수명이 늘어난 노년 세대와, 줄어든 숫자의 젊은 세대가 어떻게 슬기롭게 공존할지를 모색하는 일에 국가적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지구인의 자세일 것이다. 한마디로 혈세를 쓸데없이 낭비하지 말고, 쓰더라도 좀 제대로 쓰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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