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지난 810일 최종혁신안을 발표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은경 혁신위원회였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들의 혁신안은 지난 일주일 동안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큰 쟁점이었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애초 이재명 대표는 김은경 혁신위원회를 통해 소위 비명계라 불리는 자신의 당내 비토(veto) 세력에 대한 차도살인(借刀殺人)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잘드는 칼이었다. 그런데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그 칼의 방향조차 컨트롤할 수 없었다. 너무 무거운 칼을 들고 설쳤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의 칼날은 그의 가족과 그의 혁신위원회와 그의 주군을 베고 자신도 장렬하게 사라졌다. 이처럼 정당의 혁신위원회가 소리소문없이 문을 닫은 적은 일찍이 없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혁신안은 기존의 수많은 민주당 계열 혁신안과는 그 궤를 다르게 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내가 만드는 민주당이라는 분야에서 제안하고 있는 권리당원의 역할과 관련한 내용이다. 당 지도부 선출에 권리당원 투표 70%를 반영하고, 국민여론조사는 30%만 반영하겠다고 한다.

지난 2022년 대의원 투표 30%, 권리당원 투표 40%, 일반 국민여론조사 25%, 일반 당원여론조사 5%의 비율로 치러진 당대표 선거에서 77.7%의 득표율로 당선됐던 이재명 대표이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럴 바에는 지난 38일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처럼 100% 책임당원 투표로 하면 될 것을 국민여론조사 30%는 국민 우롱의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 야당을 더하고 싶은 것 같다.

그 외 주목할만한 혁신안은 공정한 경쟁, 투명한 검증분야의 국회의원 선거 관련한 평가와 공천, 경선 관련한 내용들인데 현역의원들이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정치신인들에게는 기회가 될만한 혁신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러한 혁신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혁신안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혁신위원회 그 자체가 비명계 현역의원들의 비토를 받았었으니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눈에 띄는 혁신안도 있었는데,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길분야의 권리당원 재난안전보험 제안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권리당원을 위하여 시민안전보험을 가입하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사회재난 발생으로 사망 또는 후유장애가 발생한 경우, 최대 1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당원재난안전보험에 가입하자는 제안이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길은 아니었다. 전당대회 등 당원들이 참여하는 정당 활동에서 폭력 사태 등으로 당원들이 사망 혹은 후유장애를 얻었을 때를 대비한 보험인가 생각했던 필자의 생각은 너무 고루했다.

그렇다면 진정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은 어떤 것일까? 이재명 대표의 혁신은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칼날로 더불어민주당을 자신의 전위정당으로 만드는 것이었으나, 그 뜻은 이룰 수 없게 되었다. 당내 비명계의 조직적 반발도 반발이지만, 본인 스스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최고 혁신은 더불어민주당이 파괴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백 쪽의 혁신안이 아니라 그들을 파괴해주는 존재였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존재 그 자체로 그것이 가능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가 떠났다. 너무 일찍 떠났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그 존재 자체로 이재명의 혁신을 이루어내고,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을 이루어낼 사람이었는데,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도 혁신은커녕 폭망을 걱정해야 한다. 진정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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