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던 날의 한 장면이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실은 특별수송기가 대한민국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오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6대가 엄호비행에 돌입했다. 편대장은 이렇게 무전을 보냈다. “홍범도 장군님의 귀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만큼 보수의 가치, 정신을 선명하게 드러낸 정부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순국선열에 대한 존경과 예우에 있어 역대 정부를 앞서는 노력을 했다. 대통령이 국가유공자를 모신 행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유공자의 집에 명패를 달아주는 따위의 일들이 다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홍범도 장군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하고, 국가유공자를 극진히 모시는 문재인을 이 땅의 애국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못마땅하게 여겼다. ‘간첩이고 빨갱이인 문재인이 하는 모든 것이 싫었다. 이 땅의 애국 보수는 문재인을 박근혜처럼 탄핵하길 원했다. 이명박처럼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은 한국 대통령을 도쿄 긴자의 경양식집으로 끌고 가 오므라이스를 대접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식당은 1895년에 개업한 식당으로 128년 역사를 자랑하는 집이었다. 1895년은 조선 왕후였던 명성황후가 일본 자객들에게 살해된 을미사변이 벌어진 날이다.

제대로 된 대통령이고 정부였다면 그 자리를 사양했어야 마땅했다. 그도 아니면 도시락이라도 싸서 가지고 갔어야 했다. 그것도 어렵다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말았어야 했다. 외교는 준비된 모든 것이 메시지인데, 화기애애하게 오므라이스를 즐길 일이 아니었다. 애국 보수의 아이돌인 윤석열은 도쿄에서 길을 잃었고 나라의 격은 땅에 떨어졌다.

애국 보수는 환영 일색이었다. 문재인이 중국에서 혼자 밥 먹은 것보다는 훨씬 보기 좋았다고 했다. 일본과 언제까지 싸울 것이냐, 싸워 얻을 것이 없다는 게 한결같이 주문이었다. 애국 보수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극복을 위한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 노력이 없던 일이 되고, 욱일승천기를 단 일본 호위함이 부산항에 입항해도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세상일이란 게 참 묘해서 편협한 시각으로 보면 세상이 다 원하는 대로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의 모든 문제와 모순, 내가 겪는 고통과 불행이 다 공산당 때문이라고 염원하면 정말 그렇게 해석된다. 확증편향이다. 믿고 싶은 것만 보고 믿기 싫으면 가짜뉴스로 외면한다. 내 편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내 편 아니기에 공산당인 자들을 만나면 분노조절 장애에 생긴다.

이렇듯 이 땅의 애국 보수는 보수의 가치에 얽매이지 않는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가만 중요하다. 그래야 압수수색도 하고, 구속영장도 청구할 수 있으니까. ‘손에 망치만 쥐여 주면 온 세상이 못으로 보인다.’라는 말은 시대의 진리를 담고 있다. 바야흐로 망치 든 애국 보수의 활약상이 기대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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