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사와 제조사 간 오랜 주도권 다툼의 ‘시즌2’ 성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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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쿠팡과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납품 갈등 공방이 업계 전방위로 번지는 가운데 조만간 고법 판결을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해당 판결에 따라 그동안 대립각을 세운 유통사와 제조사간 오래 갈등의 실타래도 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갑질’ 공방…주도권 싸움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 변화 예고
 - 납품가 갈등에 이커머스 시장 돈독해져…새로운 판로 개척


쿠팡과 LG생활건강의 납품 갈등 공방은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당시 LG생건은 쿠팡이 유통사라는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었다며 공정위에 쿠팡을 제소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납품업체에 경쟁 온라인몰에서의 판매가 인상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경영 관여 ▲마진 손실 보전을 위한 광고 요구 등의 갑질을 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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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지난 17일로 진행되려던 법원 판결 일정은 오는 31일로 변경됐다. 이날은 쿠팡과 공정위의 추가변론이 있을 예정이다. 양측 모두 재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최근 양사가 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문에 대해선 양측 모두 선을 그었다.

- 과징금 부과 놓고 행정소송…CJ와는 햇반 이어 뷰티 전쟁

업계는 이번 재판 결과가 향후 진행을 예고 중인 유통사와 제조사 간 마찰의 선례로 남는 만큼 양 사 모두 총력을 기울이려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한다.

앞서 쿠팡은 현재 CJ그룹 주력 계열사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주력 제품인 햇반·비비고·고메 등은 납품가 갈등 때문에 지난해 11월부터 로켓배송으로 구입할 수 없는 상태다. CJ올리브영도 화장품 시장에서 쿠팡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쿠팡이 지난달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 갑질'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쿠팡 측은 "CJ올리브영이 2019년부터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고자 뷰티업체에 납품을 막는 압력을 넣는 등 거래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반면 CJ올리브영 관계자는 "협력사의 쿠팡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쿠팡은 이외에도 일부 글로벌 제조사와도 마찰을 빚는다. 대표적으로 켄뷰코리아(한국존슨앤드존슨의 소비자·헬스 사업 부문)는 지난해 중순 쿠팡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납품 단가 등 마진율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쿠팡은 주로 식품·생활용품 제조사 상품을 직매입해 로켓배송으로 판매하고 있다. 쿠팡의 직매입 비중은 전체 판매량의 약 97%다. 사실상 쿠팡은 판매하는 거의 모든 제품을 제조사에서 직접 사 오기 때문에 매년 업체들과 납품가 등 마진율 협상을 벌인다.

마진율 협상 난항으로 식품·제조사가 쿠팡을 이탈한 것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과 납품단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제조사들과 이커머스가 손잡고 '반쿠팡연대'를 조직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 LG생건은 네이버스토어와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LG생건은 네이버가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선보인 빠른 배송 서비스와 더불어 주요 제품 평균 판매액이 크게 상승했다며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반쿠팡 연대 공고해져…쿠팡 반격 카드 나올까 '주시'

CJ제일제당이 주도하는 반(反) 쿠팡 연대도 공고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신제품 13종을 이마트, SSG닷컴, G마켓 등 신세계 유통 3사를 통해 선(先)출시한다.

다른 유통채널보다 약 두 달 먼저 선보이는 것이다. 신제품은 가정간편식(HMR) 카테고리인 '비비고 납작교자' 3종, '햇반 컵반' 2종과 K-스트리트 푸드 카테고리인 '비비고 떡볶이' 3종, '비비고 붕어빵' 3종 등이다.

이는 지난 6월 신세계그룹과 CJ제일제당이 '세상에 없던 제일 혁신적인 푸드의 신세계'라는 협업 콘셉트로 파트너십을 맺은 뒤 보인 첫 행보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 신제품을 공동 기획하고, 이를 신세계 플랫폼에 우선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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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관계자는 "파트너십의 첫 결실로서 만두, 햇반 등 핵심 신제품을 신세계 플랫폼에선 발매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기업 간 시너지를 통해 소비자 니즈에 맞춘 혁신 제품을 지속해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커머스 공룡으로 커버린 쿠팡과 제조업체 간 다툼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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