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중국어 가능한 능통자 선호' 안내 문구 등장...특수 기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중국단체관광객(유커)의 한국 단체 관광이 재개됐다.  2017년 3월 중국이 사드 배치 보복 조치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제한한 지 6년 5개월 여 만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가 분주하다. 업계는 중국의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기점으로 매출 확대가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면세ㆍ항공 '중국 특수' 채비...중, 6년 만에 자국민 한국 단체관광 허용
- 관광수지 적자, 중추절ㆍ국경절 황금연휴 기점으로 매출 확대 노려


'유커의 성지'로 불린 명동 상점가가 다시 중국 손님 맞을 채비에 분주하다. 일요서울이 지난 16일 찾은 명동 거리의 상점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어 안내문이 다시 붙었다. 화장품 로드숍인 에뛰드하우스 명동중앙점은 유리창 외벽에 '중국어 가능한 30∼40세 사이의 직원 구함. 중국어·한국어 2개 국어 능통자 선호'라는 안내문을 붙여뒀다.

명동 거리의 상점들도 아르바이트생을 늘릴 계획을 세우거나 중국어 가능 직원을 뽑겠다는 공고를 내걸며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었다. 명동 거리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김 모양은 "중국 관광객들은 한 번에 많은 양의 물건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명동 소재 화장품 로드숍 출입문에 중국어 능통자를 구하는 구인광고가 걸려있다. 
명동 소재 화장품 로드숍 출입문에 중국어 능통자를 구하는 구인광고가 걸려있다. 

- 명동 상인-호텔업계 ‘들썩’

면세 업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유커 유치를 위해 중국 현지 사무소에서 여행사들과 관광 상품을 협의하고 있다. 현지에서 ‘로드쇼’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면세점 쇼핑 코스가 포함된 관광 패키지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제주점은 통역 전담 인력과 홍보물을 점검하고 택시 이용 시 교통비 지원, 중국인 전용 프로모션 등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올 초부터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 라인업을 개편하고 중국 페이먼트사와 제휴 프로모션을 준비해 왔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중국인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단체관광객 전용 데스크와 외국인 VIP 전용 데스크를 설치할 예정이다.

유커는 한때 면세점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큰 손’이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16년 유커가 면세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5%에 달했다. 그해 전체 외국인 매출(약 76억 달러)의 89%(67억 5000만달러)도 유커가 창출했다.

하지만 '한한령' 이후 6년간 유커를 포함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7년 417만 명,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에는 100만 명 이하로 급감했다. 이번 조치로 유커를 비롯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업계가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도 유커의 국내 입국 소식에 기대감이 커졌다. 중화권 노선 수요가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보다는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적극적으로 중국 노선 증편을 준비하고 있다. LCC 가운데 가장 많은 중국 노선을 운항하는 제주항공은 선제적으로 중국 노선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호텔업계에선 중국 최대 연휴인 중추절·국경절 연휴 기간(9월 29일∼10월 6일)단체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입국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은 판매촉진 조직에 중국어 가능 직원을 배치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카지노 직원 4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또 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의 14개 식음 업장의 주문 방식을 중국어 주문이 가능한 ‘테이블 오더링’ 시스템으로 전면 교체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유입이 현실화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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