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포진’ 강원, 국힘 강세...‘보수 무덤’ 제주, 민주 집권연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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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8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강원‧제주 정가의 이목도 내년 총선 판세와 여야 출마자 면면에 쏠려있다.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지난 대선 당시 ‘강원도의 외손자’를 자처한 윤석열 후보의 손을 들어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강원 터주대감’인 권성동‧이철규 의원 등이 버티고 있어 야당의 총선 험지로 꼽히는 강원이다. 이에 야권 인사들이 영남에 이어 제2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원의 현 정치지형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내년 총선의 주요 관전포인트다. 이와 반대로 제주는 지난 17대 총선 이래 더불어민주당이 줄곧 제주시갑‧제주시을‧서귀포시 등 3개 지역구를 독점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넘어야 할 거산 중 하나다. 제주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또 다시 독주하며 24년 장기 집권하느냐 여부가 주요 관건으로 지목된다.

내년 총선은 역대급 엇박자를 내고 있는 여야의 외나무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진영 유불리를 좀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여야는 캐스팅 보트인 수도권‧충청권의 민심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안방 단속’에도 소홀함이 없다.  

역대 대선‧총선‧지선 결과에 기반한 빅데이터만으론 변수가 다양한 내년 총선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가 중평인 만큼, 여야는 소위 ‘텃밭’으로 분류되는 상수 지역구에 대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표심 단속을 거듭하고 있다.     

강원‧제주 또한 여야 각 진영의 전통적 강세 지역으로 꼽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합리적이고 현안에 민감한 MZ(2030세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고, 계속된 여야 살얼음 대치에 피로감을 느낀 여야 지지층 사이에서 표심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    

최문순 전 강원지사 [뉴시스]
최문순 전 강원지사 [뉴시스]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최문순 출마 여부 관건 

강원도 춘천‧철원‧화천‧양구을은 보수정당에 꾸준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지역으로, 3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다만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이 당 공천 리스트에서 누락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여당 상근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민찬 전 강원 정책특별보좌관도 지역구 출마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이에 야당에선 최문순 전 강원지사가 유력 대안으로 꼽히지만 최 전 지사는 현재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어 22대 총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법리스크만 해소된다면 최 전 지사의 총선 출마가 유력하다는 게 지역 정가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이재수 전 춘천시장도 하마평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강릉, ‘윤핵관 맏형’ 권성동 5선 저지할 野 대항마 ‘전무’

강릉은 2000년대에 치러진 역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이 전승을 기록했고 지난 대선 때에도 윤석열 후보에 과반 지지율을 보냈을 정도로 보수 색채가 짙은 지역구다.

강릉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맏형’ 4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수문장으로 버티고 있어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고전이 예상되는 지역구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추이에 따라 최측근인 권 의원의 재선가도가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변수지만, 그렇다고 야권에서 권 의원의 5선 도전에 제동을 걸만한 자원도 보이지 않아 돌발 악재만 없다면 여당이 무난히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 김중남 강원도당 탄소중립특별위원장, 배선식 중앙당 다문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민주당 출마 후보군에 들어 있지만 이들 모두 권 의원의 체급에 못 미친다는 게 중평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신임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철규 국민의힘 신임 사무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동해‧태백‧삼척‧정선, 與 ‘공천 실세’ 이철규 3선 독주 유력  

동해‧태백‧삼척‧정선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거대 지역구로 거듭난 보수 우세권으로, 여당의 공천 실권을 쥔 재선 이철규 의원이 표심을 다져온 곳이다. 이 의원은 이른바 신(新)윤핵관으로도 불리며 당 지도부 4역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여당의 실세다. 지난 대선부터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3.8 전당대회에 이르기까지 싱크탱크 역할을 도맡아 온 그는 당내 입지가 견고해 현 지역구 3선 도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해당 지역구는 통상 정선을 제외하면 보수 지지세가 뚜렷한 데다 여당 실세 인사가 버티고 있어 야당으로선 변수 창출이 난망하다. 민주당에선 한호연 지역위원장과 김양호 전 삼척시장 등이 거론되나 인지도, 지역민심 등 모든 여건에서 열악한 게 현실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시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뉴시스]

‘공룡 선거구’ 홍천‧횡성‧영월‧평창, 유상범 약진 속 변수는 엄존

홍천‧횡성‧영월‧평창은 서울 면적의 약 9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로, 유권자가 17만여 명에 달한다. 그 중 6만여 명의 유권자를 보유한 홍천군이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보수세가 뚜렷한 강원도 타 지역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심 유동성이 큰 지역구로 분류되는 만큼, 야권에서 ‘해볼 만 하다’는 말이 나오는 지역구이기도 하다. 

여당에서는 현재 초선 유상범 의원이 선발로 투입될 공산이 커 보인다. 유 의원은 당 수석대변인,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신윤핵관’ 타이틀을 거머쥔 몇 안 되는 초선 의원 중 한 명이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유 의원은 여의도 의정과 별개로 주말마다 꾸준히 지역구와의 스킨십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 의원의 경우 홍천‧횡성‧영월‧평창 중 유권자 수가 가장 적은 영월에 기반을 두고 있어, 야권 출마자의 면면에 따라 판세가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이에 민주당은 핵심 승부처로 지목되는 홍천군을 정조준한다는 구상이다. 허필홍 전 홍천군수와 김주환 지역위원장 등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뉴시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뉴시스]

‘보수 무덤’ 제주시갑‧제주시을‧서귀포시, 野 24년 집권시대 개막?  

제주 3개 지역구인 제주시갑, 제주시을, 서귀포시는 지난 17대 총선을 기해 호남과 더불어 민주당의 최대 텃밭이 됐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도 기존 흐름을 이어간다면 24년 제주 집권시대를 열게 된다.

여당으로선 내년 총선에서 호남과 함께 ‘보수의 무덤’으로 불리는 제주 탈환이 난망하다. 당 지도부의 4.3 망언 등 설화에 제주 홀대론까지 더해져 민주당을 향한 민심 결집이 더욱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제주시갑의 경우 민주당 초선 송재호 의원이 재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당에선 김영진 제주시갑 당협위원장과 장성철 전 도당위원장 등이 출마 채비에 나섰다.

후보군이 난립한 제주시을은 김한규 민주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제주시을에서만 5차례 도전한 바 있는 국민의힘 소속 부상일 변호사가 재도전에 나설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서귀포시는 민주당 지지세가 압도적인 지역구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이 3선 도전에 나선다. 국민의힘에선 허용진 도당위원장 출마가 유력시되나 재선을 지낸 위 의원을 꺾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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