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3·8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 이후 7개월 만에 오랜 잠행을 깨고 정계 복귀에 나섰다. 당시 나 전 의원은 위로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외면 그리고 아래로는 초선의원들의 연판장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렸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출범 당시 우려대로 김기현 지도부는 부상하는 수도권 위기론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반면 여권의 대표적인 수도권 주자인 나 전 의원의 가치는 더 오르는 모양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평가다.  

나 전 의원은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창립 포럼을 개최한다. 나 전 의원이 이사장을 맡는 이 단체는 국회 사무처 소관 사단법인으로 대한민국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구와 기후·에너지·이민·외교안보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정책적 대안 모색을 목표로 한다. 

앞서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맡은 바 있는 나 전 의원은 인구와 기후 문제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 반면 정부여당은 그간 미래세대의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나 전 의원이 차별화된 확장성 있는 행보를 걸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아울러 이날 창립식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참석해 나 전 의원의 정치 복귀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는 최근 불거진 여권의 수도권 위기론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인천에 지역구를 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영남과 강원권 일색의 당 지도부가 수도권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당 지도부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영남과 수도권은 악수하는 법도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반면 당 내부에선 윤 의원의 지적을 두고 '노이즈 마케팅'이란 반박이 나온다. 전당대회 기간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윤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수도권 대표론을 띄운 장본인인 만큼 당 지도부를 공격하며 개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수도권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아킬레스건이란 지적은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윤심'이 지배한 지난 전당대회에서 탄생한 당 지도부의 태생적 한계란 비판도 존재한다. 윤심 논쟁으로 인해 수도권 경쟁력을 보유한 후보들과 척 지며 배제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나 전 의원도 전당대회 기간 윤심 논쟁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사임한다. 

이에 대통령실은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직의 동시 해임·해촉으로 대답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63명의 초선의원 중 50명이 나 전 의원에 대한 비판과 윤 대통령을 향한 공개 사과를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그 뒤 나 전 의원은 '솔로몬 재판 속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상황 속에서 '김나연대'를 제안한 김 대표의 손을 잡아 전당대회 승리에 일조한다. 

사면초가에 몰렸던 나 전 의원은 7개월이 지난 현재 당 지도부의 환영 속에 정계 복귀에 나선다.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서울에서 3선을 달성한 나 전 의원은 총선 승리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빼앗긴 동작을의 탈환이라는 중요한 명분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기간 김 대표의 지지를 선언하며 더 이상의 분란을 만들지 않은 것이 득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사한 상황에 놓였던 안 의원은 대통령실 관계자를 고발하는 파국으로 전당대회를 마무리했다. 현재 안 의원은 지역구인 분당갑을 두고 전임자인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출마설이 나오며 공천 여부마저 고심해야 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20대 국회의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강경보수란 지적을 받았던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를 거치며 생긴 동정 여론으로 인해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났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 나 전 의원을 14번 고발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도 전당대회 당시 "탄압받는 나 전 의원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