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4명과 함께 일주일째 일본 여행 중이다. 도쿄는 물론 오염수 방류로 시끄러운 후쿠시마 지역도 다녔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큰 피해를 본 미야기현의 곳곳을 다녔다. 언제나 상냥한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일본인들은 변함이 없었고, 거리는 활력이 넘쳐 보였다.

과거의 일본 여행과 가장 큰 차이는 한국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태도였다. 제멋대로인 대한민국 중년남성 4명이 일본 거리를 활보하는 데도 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자카야에서 만난 그들은 우리에게 한국인이냐며 오히려 말을 걸어오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한국과 관련한 지식을 이야기하면서 연신 손을 치켜들며 건배를 외친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기는 처음이다.

이유는 있다. 3일 가족장으로 간략하게 아버님을 모신 뒤 부리나케 태평양을 건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총리와 함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 우리의 윤석열 대통령이 통 큰 모습으로 일본의 이익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눈에 기시다 총리는 좀팽이였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대장부였다. 그랬기에 우리도 윤석열 대통령 덕을 좀 봐서 그러한 환대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곳에서 이렇게 환대를 받으면서 그들과 어울려 희희낙락거려도 되는 것일까? 후쿠시마에서 만난 일본 어부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묻는 말에 일언반구 대답하지 않았고, 미야기현 오나가와(女川)의 여관에서 만난 여주인은 동일본대지진 후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지진피해를 본 것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다며 일부러 찾아와주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얘기가 나온 뒤로는 손님들이 안 오고 있다.”, 우리가 찾아온 것에 대해 오히려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였는데, 우리는 너무 속없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냉정하게 지난 18일의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결과를 분석해보면, 3국 간 굳건한 외교·안보 체제가 확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내년 11월 재선을 노리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좇기는 입장이다. 지난 81일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인사이드 어드밴티지(inside advantage)의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은 45%였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4%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재선의 가능성은 50% 정도에 불과하며, 이미 그는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유고가 생기더라도, 레임덕이 오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기시다 일본 총리의 내각 지지율은 지난 87일 발표된 지지(時事)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26.6%를 기록하여 최저치 경신 일보 직전이다. 내각 총사퇴나 국회 해산 후 총선거를 실시해야 할 상황이다. 일본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들이 버린 총리를 윤석열 대통령이 연명시켜주고 있으니 얼마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단하게 보일까?

그렇다고 우리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자랑스럽지는 않다. 지난 18일 미디어 토마토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33.9%, 부정 평가는 63.9%였다. 지난 1년 동안 일관되게 부정 평가가 앞서고 있다. 그럼에도 그가 굳건하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을 2개월에 한 번씩 만나 자식과 같은 공경심을 보여주고, 형님처럼 기시다 총리의 손을 잡아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국익과는 크게 관계도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윤석열 대통령 칭찬을 듣는 것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그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를 사대외교라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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