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김혜경씨가 법인카드를 유용했고, 공무원을 사적으로 부렸다는 의혹을 제보한 7급 공무원 A씨가 다시 세상으로 나왔다. 제보 이후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일상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A씨가 위험을 무릅쓰고 추가 폭로를 한 것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재명 대표도 그 일을 지시 또는 묵인했는데, 왜 조사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 사례로 A씨는 청담동에서 파는 일본제 샴푸를 들었다. 자신이 개인카드로 샴푸를 사면, 경기도청 주무관이 샴푸값을 보내줬단다. 주무관이 돈을 보낸 내역까지 제보했으니, 이를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그냥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맞을 테지만, 민주당의 대처는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났다. 이재명이 여기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방송에 나오는 민주당 패널들은 정말 희한한 논리를 동원했다. 서용주 상근부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자. “그 샴푸, 누가 썼는지 모릅니다. 배모씨가 썼는지도 모르는데, 마치 이재명 지사가 필요해서 산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음모론입니다.” 그가 언급한 배모씨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일 때부터 10년 넘게 김혜경의 사적 비서역할을 했던 이, 그로 인해 얼마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기까지 했던 그녀에게 일제 샴푸를 썼다는 혐의까지 뒤집어씌우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샴푸가 필요하면 A씨가 배씨에게 직접 주면 되지, 굳이 이재명 집으로 샴푸를 배달한 이유는 대체 뭐란 말인가. 또 다른 대변인인 한민수도 만만치 않다. 좌파들이 쓰는 전가의 보도인 김건희 여사는 왜 수사 안하냐?”를 시전했으니 말이다. 이분들의 말에 실소를 보내는 이가 많겠지만, 무조건 이재명을 비호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짜낸 시나리오라는 걸 감안해 주자.

얼마 전 있었던 조국 변호인단의 시나리오도 만만치 않다. 조국의 딸이자 현역 유튜버인 조민은 부산대 의전원 재학시절 2점대를 넘나들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부산대 노환중 교수는 조민에게 6학기 연속 장학금을 줬는데, 공부도 못하는데다 집안에 돈도 많은 이에게 장학금을 준다면 여기엔 다른 이유가 있어야 한다. 검찰이 생각한 건 바로 뇌물, 노환중이 부산대병원 병원장이 되기 위해 장학금 명목으로 돈을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권이 바뀐 뒤 노씨가 병원장이 됐으니, 검찰의 의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수상쩍은 정황은 또 있다. 가족 채팅방에서 조민이 노환중 교수님이 이번에도 장학금 네가 타는데,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썼고, 정경심은 오케이. 애들 단속하시나 보다. 절대 모른 척해라고 답한 것이다. 그 장학금이 남에게 숨겨야 하는 종류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는 얘기, 조국 재판 1심에선 이것이 뇌물죄로 인정되는 대신 김영란법 위반으로만 처리됐지만, 매사 최선을 다하는 조국 변호인단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적극적인 전략을 펴기로 한다. 그래서 나온 게 다음 말, “당시 부산대 의전원 교수와 제자 간 성 문제가 있었는데 이 문제를 모른 척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이것을 가지고 장학금을 쉿 비밀로 하라는 식으로 인격 말살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노환중이 정의의 화신인 조국의 딸한테 학교 내 성문제를 쉬쉬하라고 하고, 조국 부인은 맞장구를 친다고? 매우 신출귀몰한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변호사가 된 분들이 사법정의를 바로세우는 대신 이런 해괴한 소설이나 쓰는 현실이 참으로 안쓰럽다.

좌파 변호인단이 꼭 저질 시나리오만 쓰는 게 아니다. 민변 출신의 김형태 변호사를 보라. 이화영 전 부지사가 오랜 침묵 끝에 쌍방울 대북송금의 진실을 말하려는 순간, 법정에 난입해 검사와 말싸움을 벌이기까지 했잖은가? 검사가 왜 나한테 당신이라고 하느냐고 했을 때 김형태가 당신은 하느님에게도 쓰는 말이라고 대답하는 광경은 대한민국 재판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명장면이었다. 저들이 뭘 위해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인정해 주자. 좌파 범죄자를 변호하는 건 그 자체로 형극의 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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