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위기론, 여야 공통 극복과제...역대 총선 ‘野 압승’, 여론조사 ‘與 우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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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22대 총선시계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민의힘 안팎에선 121석 수도권을 탈환하기 쉽지 않다는 위기론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19~21대 총선에서 수도권 연전연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밑바닥 표심을 공고히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여당 입장에선 전체 의석수의 약 40%에 달하는 수도권 탈환이 난제일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지선 등 최근 굵직한 전국구 선거에서 유리한 전세를 이어온 데다, 오세훈 서울시가 안착한 마당에 내년 총선 참패란 있을 수 없다며 수도권 위기론을 부정하고 있다.

수도권 총선 위기론은 최근 국민의힘을 관통한 최대 담론이자 쟁점 이슈다. 이를 두고 여당 주요 인사들은 ‘뜬구름 잡는 소문’ 정도로 치부하며 당내 여론을 흩트리지 말라는 내부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시킬 승객은 배에 승선하지 못한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냈다. 총선행 티켓인 당 공천의 실무 총책을 맡고 있는 그의 발언은 곧 수도권 위기론 등 부정 이슈를 언급하는 인사들은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되며 당 안팎에 파장을 불렀다.  

이에 당 안팎에서 당내 실권자의 ‘공천 갑질’이라며 논란이 확산하자 이 사무총장은 “일부분 왜곡된 것이 있다. 승선 못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같이 타는 사람이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파는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수도권 위기론의 중심엔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비윤(비윤석열)계 주축 인사들이 포진해 있었다. 이에 이 사무총장의 ‘승선 불가’ 발언은 사실상 당내 비주류 인사들에 대한 당의 비공천 의지로 비춰지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원내 현역 의원들도 수도권 위기론에 탑승하고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윤상현‧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수도권 바닥민심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며, ‘금태섭 신당’ 등 제3지대의 약진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친윤’(친윤석열) 키워드에 매몰된 공천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인천 4선 중진인 윤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이 가십성 루머가 아닌 현실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당 지도부에 엄중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8개월 남짓 남은 총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은 현실”이라며 “인재영입과 정책발굴에 만전을 기해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집권당, 수도권‧중도층‧MZ(2030세대) 등 중요 유권자가 지지할 수 있는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고 야당과 차별화된 혁신위원회 출범을 제안했다. 

안 의원도 줄곧 자당 수도권 위기론의 본질은 ‘인물난’이라며, 한동훈‧원희룡 장관 등 국무위원 총선 차출론으로는 국민의힘의 수도권 인물난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힘 관통한 ‘수도권 위기론’ 실체는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수도권 총 121석 중 민주당이 103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16석, 정의당이 1석, 무소속이 1석씩을 가져갔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와 그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여파가 민주당의 수도권 압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20대 총선 또한 민주당은 82석,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35석, 국민의당 2석, 정의당 1석, 무소속 1석으로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우위를 가져갔다.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머쥔 19대 총선에서도 수도권은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2년 동안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꾸준히 텃밭을 갈아온 셈이다. 그 결과 서울만 살펴봐도 여야 격차는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현재 서울에 지역구를 둔 3선 이상 중진이 17명이고, 내리 3선을 한 의원도 10명이 이른다. 반면 국민의힘은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역 의원은 총 9명으로, 박진 외교장관(4선‧강남을)과 권영세(4선‧용산)‧박성중(재선‧서초을) 의원 등 3명을 제외한 전원은 초선이다.

다만 지방선거(서울) 추이는 국민의힘에게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2018년 지선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4곳을 가져갔다. 그러나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제8회 지선에서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프리미엄에 힘입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선과 더불어 17개 자치구를 탈환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추이도 여당의 수도권 상승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케이스탯·엠브레인·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여야 정당 지지도를 설문한 8월 3주차(14~16일) 정치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서울에선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11%포인트의 격차로 따돌리며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경기‧인천 지역 또한 국민의힘(33%)이 민주당(23%)을 10%포인트 차로 앞섰다. 

그에 앞서 8월 1주차에 진행된 연합뉴스·연합뉴스TV·메트릭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35.1%)은 서울에서 민주당(28.2%)을 6.9%포인트 차로 따돌렸고, 경기‧인천 역시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게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8월 2주차 조사에서도 여야는 ▲서울 35% 대 27% ▲경기‧인천 34% 동률을 기록했다.   

이렇듯 지역구 현황과 여론 동향에 기반하면 내년 총선에서 여야 유불리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8월 여론조사만 보면 잼버리 파행 등 당정에 불리한 요소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여당이 오히려 지지율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난 만큼,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전통적 수도권 열세 구도에서 대균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수도권 총선의 경우 통상 지역구별로 1000표에서 많게는 1500표 차이로 여야 희비가 갈리다 보니, 총선 본 국면에서의 정세 흐름이나 현안에 따라 여야 지형도 요동칠 공산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의힘의 수도권 총선 위기론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히려 수도권 전통 강호로 자리매김했던 민주당이 위기 국면에 처했다고 봐야 한다는 정치권 진단도 적지 않다.   

이에 현재 여당에선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은 아니더라도 수도권 전체 의석의 약 37%에 해당하는 45석 이상을 탈환하면 성공적이라는 내부 인식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45~50석 정도만 가져가더라도 내년 총선 승리는 무난하다고 본다”라며 “지금 서울 각 지역구에서도 민주당을 향한 표심 이탈이 심화하고 있다는 제보들이 속속 들어온다. 수도권 50석이면 원내 1당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내년 총선까지 7개월 이상 남았고, 여야 총선 출마자가 선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도권 판세를 가늠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여론도 엄존한다. 여야를 향한 표심 로열티(충성도)를 따지는 것이 사실상 무의미한 지역이 바로 수도권이다. 현안이나 지역구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여야 우열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법 리스크에 놓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향후 거취를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 여야 공천 파동, 제3신당, 수도권 부동산 신축물량 대규모 입주 등 수도권 총선 구도를 뒤바꿀만한 변수도 다양하다. 결국 수도권 위기론은 비단 집권당인 국민의힘의 고유 딜레마가 아닌 여야 공통 극복과제인 셈이다. 

※ 상기 여론조사와 관련한 세부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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