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최대 외곽조직 새미준, 尹 바통 이을 적임자로 원희룡 지목?

원희룡 국토장관이 24일 새미준 행사에 참석해 연설 전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과 사담을 나누고 있다. [정두현 기자]
원희룡 국토장관이 24일 새미준 행사에 참석해 연설 전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과 사담을 나누고 있다. [정두현 기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바라보는 친윤(친윤석열)의 시선이 뜨겁다. 과거 이명박 정권과 현 정권 출범에 앞장섰던 보수진영 최대 외곽조직인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이 지난 24일 조찬 세미나에서 이례적으로 현직 국무위원인 원 장관을 강연자로 초빙하면서다. 국민의힘 친윤계가 원 장관을 보수진영 2인자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평가다. 심지어 일각에선 3선 의원, 37‧38대 제주지사,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의 국토장관 등 화려한 커리어를 보유한 원 장관을 친윤 2인자로 띄우며 일찌감치 차기 대권 조력에 나섰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원 장관도 이를 인지한 듯 이날 세미나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정무적 역할을 하고 모든 힘을 바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신 발언으로 화답했다. 현직 장관으로서 ‘정치중립 위반’ 등 논란 소지를 뒤로하고 친윤과의 접점 확대에 적극 나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정치 생리에 밝은 원 장관이 친윤 외곽조직을 품으며 차기 대권까지 고속 질주하겠다는 중장기 구상의 일환이라는 정치권 해석을 양산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장관은 한동훈 법무장관과 더불어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이자 ‘투톱 최종병기’로 꾸준히 지목되는 인사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 ‘순살 아파트’ 논란 등 각종 주요 현안으로 끈임없이 두각을 나타내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직 장관이 지명도에서 여당 원내 인사들을 압도하는 기현상을 주도하고 있다.

아울러 원 장관은 다선 의정 경력에 더불어민주당 우세 지역인 제주에서의 광역단체장 연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 복구 특명을 짊어진 현 정부 초대 국토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토대로 정치 체급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 21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대장동 1타 강사’로 유명세를 타면서 높은 인지도까지 구가하고 있어, 여권에선 차기 대권주자로 종종 거론된다.     

그런 그를 친윤 보수포럼인 새미준(회장 이영수)이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개최된 정기세미나 행사의 주인공으로 지명했다. 원 장관은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국토부 정책 특강’ 강연자로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새미준에서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철규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 30여 명, 전‧현직 당협위원장 20여 명, 여당 지지자 등 새미준 자체 추산으로 500여 명의 여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명목상 이날 원 장관이 국토부의 정책 방향성을 설명하는 강연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친윤 후계구도를 이을 적임자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잇따른다. 외곽조직이 중대 선거철을 앞두고 현직 장관을 초빙해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는 일은 정치권에서 흔치 않다. 반대로 현직 국무위원이 사설 정치포럼의 초대에 응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 정치중립 위배로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장관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행사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두현 기자]
원희룡 국토장관과 국민의힘 인사들이 행사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두현 기자]

실제로 본지가 이날 세미나를 현장 취재한 바에 따르면 원 장관의 자리는 무대 바로 앞 1열 테이블의 중앙석이었다. 행사 참석자들과 정면으로 마주보는 자리였다. 해당 테이블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를 비롯해 이철규 사무총장,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여당 고위 인사들이 자리했다. 의전 서열상 김기현 당 대표를 1열 중앙석에 배석하는 게 적절하나, 이날 세미나의 취지상 원 장관을 중앙석으로 배석했다는 게 행사 추최 측 설명이다. 

새미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에게 “원희룡 장관을 1열 중앙석에 배석한 것은 세미나의 취지상  정책 강연자에게 중앙석을 맡기는 게 맞다는 판단으로 이같이 배석하게 됐다”라며 “앞서 김기현 당 대표나 당내 주요 인사들에게도 충분히 양해를 구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장관이 24일 새미준 정기세미나에서 국토정책 특강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두현 기자]
원희룡 국토장관이 24일 새미준 정기세미나에서 국토정책 특강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두현 기자]

元 “尹정부 성공 위해 총선에서 정권교체 강화 이뤄내야”

“(지난 대선에서) 말만 정권교체가 됐지,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정치 상황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국가적 재편’(총선)에서 정권교체 강화를 이뤄내야 한다.” 원 장관이 이날 인사말 서두에서 강조한 말이다.

원 장관은 이날 본 행사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보수 당정의 미래 방향성과 이를 위한 국토부의 직진 행보, 문재인 정부의 실정 등에 대한 정무적 견해들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원 장관은 “야당의 터무니없는 공세에 맞서서 내년 (총선에서) 좋은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라며 “여당 간판으로 국민 심판을 받는데 저도 정무적 역할을 하고 모든 힘을 바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그는 “지난 정권의 비정상적인 ‘내로남불’과 자기들끼리의 먹이사슬, 대한민국을 안에서부터 파괴하는 세력들의 유착을 정상화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국토부가 앞장서서 윤석열 정부의 반(反)카르텔 정상화를 합작하고 완수하겠다”고 부연했다.

원 장관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안 했다”며 “부동산은 폭등하고 교통 분야는 제대로 투자와 추진을 하지 않아서 문제를 쌓아놓았다”고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무너진 것은 부동산값 폭등 요인이 가장 컸고, 그 과정에서 내로남불과 무능이 있었다”라며 “윤석열정부 후반기 주택 문제로 국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원 장관은 이날 정치중립 위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강성 발언에 거침이 없었다. 친윤 최대 외곽조직인 새미준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으며 차기 대권가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수 새미준 회장 [정두현 기자]
이영수 새미준 회장 [정두현 기자]

與 고위 인사들도 한달음에 달려간 ‘새미준’, 뭐길래

이는 한편으론 현 여권에 미치는 새미준의 물밑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새미준은 보수우파의 정통성을 앞세운 지지자 단체로, 과거 MB 정권 출범에 혁혁한 공을 세운 데 이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성공을 위해 물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보수진영 최대 규모의 외곽조직이다.   

새미준은 여당 대선후보 경선과 전당대회 등 주요 당무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1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외곽 후원조직이자 별동대로서 보수지지층 결집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또 지난 3.8 전당대회 국면에선 김기현 지도부 출범에 상당부분 기여한 바 있다.

실제로 김기현 대표는 이날 축사를 통해 “새미준이 없었다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새미준은 지난 1년여간 수많은 가짜뉴스와 엉터리 좌파 언론들의 터무니없는 비난 공격에도 윤 대통령이 꿋꿋하게 소신과 철학으로 국정을 지켜나가는 힘이 됐다. 그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특히 이영수 새미준 회장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국민의힘 당내 경선 당시 윤석열 캠프 조직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여권에선 이 회장을 현 정권의 ‘물밑 실세’로 평가하는 시선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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