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빠진 합병법인...후계구도는 장남(?)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창업주 서정진 회장이 돌아온 '셀트리온'의 행보가 발 빠르다. 업계는 최근 셀트리온 행보를 두고 후계 구도 완성 밑그림이라고 보고 있다.

서 회장이 지난 3월 대외적으로 그룹의 현안 해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복귀했지만, 그 이면에는 승계 작업 목적도 엿보였다는 주변 관측이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차남이 빠진 지배구조 확립으로 현재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자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의장의 승계가 빨라질지 주목된다.

- 연내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마무리..."이해관계 때문에 합병 아니다"
- 서정진 회장 직접 지분율 3%대로 축소...분식회계 논란 해소될 전망


셀트리온그룹이 그룹 내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 계획을 구체화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하고, 이후 셀트리온제약이 추가 합병하는 방식이다.

- 그룹 지배력 강화와 후계 구도 위한 포석

지난 17일 셀트리온그룹이 발표한 합병계획에 따르면 합병가액은 셀트리온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6874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기존 주주가 보유한 보통주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 0.449262주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서 회장은 이날 열린 기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3사가 동시 합병을 추진했을 때 절차상 애로사항이 많고, 주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겠다고 생각했다"며 "1단계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 케미컬까지 아우르는 종합 제약회사로 보강'이라는 비전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합병과 함께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장남  합병법인 이사회 합류…2세 경영승계 윤곽 드러나

특히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합병법인의 이사로 예고된 12명 중 사내이사 4명으로 서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끄는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부회장, 그리고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은 명단에 올랐지만,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는 빠져 눈에 띄었다.

현재 서진석 의장은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스킨큐어 등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외한 주요 계열사에도 모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이번 합병으로  서 회장 뒤를 이을 2세 경영승계 구도에서 서준석 의장에게 힘이 쏠리는 모양새다.

서준석 의장은 지난 3월 실종 소동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두 아들 다 이렇다 할 경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 재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이에 따라 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상장 3사 합병 계획을 밝힌 것은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해 승계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재계 관계자가 적지 않다.

실제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을 98.13%를 보유해 3사 합병을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절대적인 위치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자회사로 셀트리온(20.05%)과 셀트리온헬스케어(24.29%),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100%)를 두고 있다. 또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 지분 54.84%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셀트리온홀딩스는 통합 셀트리온 지분 21.5%를 갖게 된다. 다만 합병에 따른 서 회장의 셀트리온헬스케어 11.19%의 지분율은 희석돼 낮아지게 된다.

합병이 이뤄지면 일감 몰아주기와 분식 회계 논란도 해소될 전망이다. 앞서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가 없는데도 셀트리온이 바이오의약품을 개발·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해외 판매를, 셀트리온제약이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독특한 분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당국으로부터 생산과 판매를 분리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 회장도 이번 합병이 승계를 위한 합병이란 시각을 의식한 듯 "주주들이 원했고 투자자들이 권유해서 합병을 진행하는 것이지 내 이해관계 때문에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한편 서 회장은 2020년 말 은퇴를 선언했고, 2021년 3월 말 공식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2년 뒤인 2023년 3월 경영 일선으로 다시 복귀했다.

복귀 당시 서 회장은 "위기 상황은 기회가 같이 공존한다. 이럴 때는 오너가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복귀했다"며 "후배들이 열심히 잘해오고 있었지만, 저까지 가세해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회는 최대한으로 해 우리 기업이 도약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복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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