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령이 21세기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정율성이라는 유령이. 옛 한국의 모든 세력이, 대통령과 밤의 대통령인 언론, 장관과 여당 국회의원, 보수시민단체와 검찰이, 이 유령을 사냥하려고 신성동맹을 맺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벌이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정율성 사냥은 철 지난 공산당 선언을 떠오르게 만든다.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815일 광복절에 전 국민을 뜨악하게 하는 경축사를 내놨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신의 국정철학이 반공 이데올로기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에게 알렸다. 대통령이 나서서 철없는 유투버나 주워섬길 극우 이념을 설파하고, 국민을 좌우로 편 갈랐다.

대통령이 멸공의 횃볼을 부르며 앞장서니, 국가보훈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국가유공자를 잘 모시라는 역할은 제쳐두고 이념 사냥의 행동대로 나섰다. 간도특설대 출신 친일파 백선엽을 국난극복의 영웅으로 추켜세우더니, 난데 없이 중국 때리기로 보수세력의 점수를 따고, 이젠 느닷없이 광주로 달려가 정율성 기념사업에 시비를 걸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철회를 요구한 정율성 역사공원조성사업을 비롯한 기념사업은 30년 가까이 이어져 오는 중이다. 처음 시작은 노태우 정부 때였다. 19928월 노태우 정부는 한중수교를 체결한다. 노태우 정부는 한중수교 1주년 기념식 때 정율성 음악회를 개최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정율성에 대한 문화적 차원의 재조명을 시작되었다.

광주시도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꾸준히 정율성에 대한 재조명이 민간영역에서 계속되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율성 선양 관광사업을 추진한다. 급기야 2019년부터 정율성 역사공원 사업을 추진하게 되고,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보수 정부의 화해 정책 덕에 귀향했던 정율성은 다시 이국을 떠돌기 직전이다.

정율성은 광주 출신의 항일운동가이면서, 중국에서는 3대 음악가로 통하는 사람이다. 일본군에 맞서 항일전쟁을 벌이던 중국 팔로군을 위해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 곡은 지금도 중국의 초,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다. 팔로군 행진곡은 한중 양국 간 문화예술 교류에 튼튼한 가교역할을 할 만한 곡이기도 하다.

한 때, 한중간 문화교류의 상징이던 정율성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시대가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의 국가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9개 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67%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중국과 조선족은 혐오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윤석열 정부는 노골적인 친일반중 노선을 걷고 있고, 중국 정부와의 갈등의 골이 깊이 파이는 중이다. 21세기에 역사 속에 묻힌 공산주의 망령을 소환하는 윤석열 정부도 안타깝고, 시대착오적인 이데올로기 공세에 넋으로나마 귀향했다 고향에서 쫓겨날 처지가 된 정율성도 참 안됐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