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공산당 가입 활동 이력, 기념하는 것 적절치 않아”

독립운동 영웅 5인 흉상. [뉴시스]
독립운동 영웅 5인 흉상.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지난 27일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육사) 교내 충무관 앞에 세워진 독립운동가 김좌진, 홍범도, 이회영, 이범석, 지청천 5인의 흉상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광복회는 거세게 규탄했으며, 항간에서도 이번 논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강화되고 있다.

국방부는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의 위치 적절성’과 일부 독립운동가의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홍범도)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발표했다.

문제로 제기된 홍범도 흉상은 현재 국방부 청사 앞에도 설치돼 있으며, 우리 해군의 1800t급 잠수함 중에도 ‘홍범도함’이 있다. 국방부가 발표한 이유로 육사 내 흉상 이전이 확정되면, 전부 철거 또는 개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군은 독립군과 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규정하고, 계승 의지를 밝혀왔다. 5인의 흉상은 2018년 3·1절에 맞춰 실탄 탄피 300kg을 녹여 제작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때 실탄 보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봉오동전투와 청산리대첩 등에서 일본군을 대파한 독립군 정신을 기린다는 취지다. 

이종찬 광복회장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방부는 “독립군, 광복군 영웅 흉상 이전이 독립군과 광복군의 역사를 국군의 뿌리에서 배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아를 막론하고 비판이 거세며, 독립운동 단체도 규탄 의사를 밝혔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성명을 통해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흉상)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분노를 금할 수 없어 규탄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흉상들을 독립기념관 수장고 등으로 이전에 보관을 추진한다는 국방부에 발표에 대해서도 “옮길 곳이 없어서 독립기념관의 수장고 한 귀퉁이에 넣게 된다면 차라리 파손해 흔적을 남기지 말기를 바란다”라며 “왜 위인들의 흉상이 당신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남아서 부담을 줘야만 하나”라고 비판했다.

광복회는 일요서울 취재진의 ‘철거 강행 시 향후 계획’ 관련 질의에 “현재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일각에서는 오래 지켜온 독립군·광복군의 숭고한 정신이 훼손돼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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