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논의·국민 공론조사 해놓고 도로 병립형 선거제 회귀? 
與·野 위성정당 방지책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 채택?, "사실 무근"

지난 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양성 확보 + 연합정치를 위한 선거제도 모색 "중선거구제 vs 대선거구제"를 주제로한 '정치개혁 2050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중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지난 1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양성 확보 + 연합정치를 위한 선거제도 모색 "중선거구제 vs 대선거구제"를 주제로한 '정치개혁 2050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중인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지난 20대 국회에서 '위성정당'을 합작한 거대양당이 다시금 퇴행적 선거제도로의 회귀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정치권은 위성정당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개혁 활동을 지속했다. 그 결과 헌정사상 최초로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조사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여야는 지난 4년간의 논의를 뒤로한 채 양당제를 공고히 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대 국회는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부족할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로 나머지 50%를 충당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이는 민의의 불반영이 이뤄지는 승자 독식 구조의 양당제가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괴리에서 파생된다는 진단에 따른 조치다. 

당시 거대양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서는 비례대표 의석수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정당득표율만을 받는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그 결과 여야는 20대 총선보다 21대 총선에서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보한다. 

이에 21대 국회는 20대 국회의 선거제 개편 실패 원인을 폐쇄적인 양당의 논의 구조로 판단하고 그 주체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그 결과 초당적 의원모임과 함께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국회의원 개개인의 선거제 개편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아울러 지난 5월경에는 헌정사상 최초로 시민참여단 469명을 대상으로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 만큼 의견수렴 과정은 요원했으나, 민주주의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젓 선거제 논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최근 양당이 그간의 공론화 시도를 뒤집고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탄희·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희 의원들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촛불 전 선거제로의 퇴행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최근 양당 지도부 간에 비공개 밀실에서 진행되던 선거제도 개정 논의가 갑자기 병립형 선거제 등 촛불 전 선거제로의 퇴행이 예상되는 엉뚱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지도부에 요청한다. 병립형 비례제로의 퇴행 우려에 대한 입장을 국민 앞에 즉시 밝혀주시고, 선거제도 개악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해 주시기 바란다"며 "나아가 우리 의원들은 역사적 퇴행에 결코 동참하지 않을 것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세 의원과 함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에 반대 운동에 동참한 국회의원은 31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45명이다. 아울러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다음 달 1일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 일간지는 31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병립형 비례제로의 회귀가 비례성을 낮춘다는 지적에 대한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공감대를 모았다고 보도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 등으로 나눠 권역별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얻는 선거제도다. 앞서 민주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골자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정개특위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해당 보도는 사실무근이다"며 "정개특위 내부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어떠한 공감대도 형성한 적도 없고 동의도 이뤄진 바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개특위 국민의힘 한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 양당이 공감대를 형성한 바는 없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논의될 수 있는 사안 중 하나이며 자세한 사항은 다음 달 1일 의원총회에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의석수를 늘리지 않은 상태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은 오히려 양당이 더 큰 장벽을 세우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소수정당이 권역별로 봉쇄조항인 3% 이상 득표를 하는 것은 힘들다. 다당제는 더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성정당 방지를 위해 오히려 선거제 개편 논의가 더 퇴행하는 모양새로 가는 중인데, 차라리 여야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실천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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