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31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 오늘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습니다.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회복하겠습니다. 그 맨 앞에 서겠습니다.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습니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합니다.”라며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단식에 돌입했다.

이재명답다. ‘역시 이재명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왜 지금? 왜 단식? 의문이 끊이지 않지만, 그의 말대로 살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갈파(喝破)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이재명 대표가 단식의 명분으로 들었던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상황들에 대한 그의 진단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다만 그의 처방은 완전히 돌팔이 수준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 단식을 하겠다니 보통 사람으로서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당을 제대로 혁신하기 위해 당을 제대로 말아 먹겠다는 심사다. 그래서 그가 대단하고 그의 행동이 감탄할 일이다.

사실 이재명 대표에게 남겨진 길은 없다. 있는 죄, 없는 죄 들쑤셔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는 검찰, 당내 비주류의 원죄는 개딸들이 극복해주기는커녕 과거의 상처마저 덧나게 하고 있고, 그의 인간 됨됨이에 대해 덧씌워진 주홍글씨는 피부 깊숙이 파고들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여당은 뜬금없는 단식이라 폄하하고, 혹자는 검찰의 체포가 두려워 벌인 자작극이라고 정곡을 찌르기도 하지만, 단식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정치적 선택이었다.

그는 단식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윤석열 정권에 요구했다. “첫째, 대통령은 민생 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국정 방향을 국민 중심으로 바꾸십시오. 둘째, 일본 핵 오염수 투기에 대해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십시오. 셋째, 전면적인 국정 쇄신과 개각을 단행하십시오.” 요구한다는 것은 요구를 들어주면 단식을 끝내겠다는 전제의 이야기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들어줄 리 만무하니 단식은 끝까지 가야 할 것이다.

그의 단식이 정치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단식의 명분이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가다. ,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슈를 가진 단식인가의 문제이다. 둘째, 단순히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단식이라는 극한 투쟁을 선택했는가의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사적 흑심이 투영된 단식인가의 문제이다.

첫째, 국익의 문제는 핵 오염수 이슈는 해당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한 부분은 논쟁이 될 부분이다. 둘째,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셋째, 검찰 체포에 불응하기 위한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단식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 그의 단식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은 그가 검찰에 체포되기 싫어서 벌인 단식이라는 점이다. 이래서는 단식은 몸만 축내고 끝날 개연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는 모두발언 모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이, 그리고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저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퇴행적 집권을 막지 못했고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 책임을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 책임지는 방법이 단식이라니 그의 무책임함과 이기적인 모습에 측은지심조차 발하지 않는다. 사즉생의 각오가 아니라 외롭지만 혼자 죽으면 국민도 살고 더불어민주당도 사는데 염치를 처치하며 그 길을 외면한 그의 말로가 비극일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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