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이 바뀌었고, 중심을 잡아줄 함장[미전실]이 필요하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위원장이 재차 삼성의 컨트롤타워 복원을 주장하면서 삼성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부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미전실은 국정농단 사태 후폭풍으로 인해 2017년 2월 해체됐다. 이번에 부활한다면 6년 만이다.

업계는 삼성이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에도 재가입한 만큼 미전실 부활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활동 종료를 앞둔 제2기 준감위가 실질적인 성과로 컨트롤타워 재건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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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따르면 미전실과 같은 삼성의 컨트롤타워 부활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부활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위원장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며 “돛단배는 컨트롤타워가 필요 없지만, 많은 조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효율성과 통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삼성이 국내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세계적 기업이 돼야 국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컨트롤타워에 대한 시각도 시대 흐름이 바뀌는 것에 따라가야 한다. 그 흐름을 따라갈 때 항상 역사는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감위라는 기구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나온 시절보다 더 후퇴하거나 과거와 같은 지점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한다”고 자신했다. 다만 그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준감위 전체 의견이 아니라고 확대 해석엔 선을 그었다.

앞서도 이 위원장이 컨트롤타워에 대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준감위원들의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인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 부정적 이미지 쇄신할 수 있을까?

과거 삼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전실은 국정농단 사태 후폭풍으로 인해 2017년 2월 해체됐다.

그룹의 미래 전략보다는 총수 한 명의 권한 강화를 위해 재무와 인사 권한을 모두 틀어쥐고 전횡을 일삼는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컸다.

당시 이 부회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전실에 대해 많은 의혹과 부정적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했다.

각 계열사는 이후 자율 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삼성이 2016년 11월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후 굵직한 인수합병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총괄 조직의 부재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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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안팎에서도 지금의 삼성이 갖춘 구조로는 중장기 미래 비전을 구상하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대외환경 불확실성 속 전반적인 리스크를 상시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업 지원(삼성전자)을 비롯해 금융 경쟁력 제고(삼성생명), 설계·조달·시공(EPC)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마련된 별도 태스크포스(TF)로는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 위원장이 이번 인터뷰에서 효율성과 통일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문제를 짚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전실 부활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다. 그런데도 미전실 부활을 점치는 시선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 SK·현대차·롯데그룹 컨트롤타워 현황

그렇다면 삼성과 함께 국내 재계 '빅 4'로 평가받는 SK그룹과 현대차그룹 그리고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현황은 어떨까.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경영인들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 보자는 게 설립 취지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계열사 업무는 전적으로 계열사의 자율 경영에 맡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전문경영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도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없지만 유사한 조직이 있다. 기획조정실이다. 1998년 KIA 인수 후 통합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설립됐으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다만 주요 의사결정이 현대차를 중심축으로 결정되는 만큼 역할과 규모는 미미하다.

LG그룹은 지주사가 사실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주)LG는 순수 지주사로 주요 계열사 관리, 계열사 간 업무 조정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GS그룹 역시 지주사가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컨트롤타워였던 정책본부를 해체했다. 현재 롯데지주 중심의 지주사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삼성의 미전실 부활 여부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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