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혜수 기자] 내년 4월 총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는 총선 필승 전략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에 이어 내년 총선 승리로 의회에서의 정권 교체를 꿈꾸고 있는 여당 내에서도 전략가들의 필승 전략 짜기 움직임이 활발하다. 총선 승리 전략 중 하나로 최근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중진 역할론이다. 수도권 위기설과 맞물려 부상하기 시작했는데 중진 역할론의 득실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귓속말 나누는 나경원과 원희룡. 뉴시스
귓속말 나누는 나경원과 원희룡. 뉴시스

나경원원희룡, 중진역할론 나오는 배경 차기대권용?
중진역할론 효험 두고 이견도, ‘참신한 인물 투입론과 충돌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 총선 수도권 위기설이 퍼지자 중진 역할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중진 역할론은 수도권에 기반이 있고 인지도가 높은 중진들이 간판으로 나서서 위기론을 돌파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김기현 대표는 최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당 대표) 경선 때 저와 경쟁을 벌였던 분 중에 훌륭한 분들이 꽤 있는데 그런 분들을 다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진역할론부상 주목 받는 나경원원희룡

중진 역할론의 대상이 되는 인물로는 나경원 전 의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나경원 전 의원과 원희룡 장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대표 경선 출마 여부 등과 관련해 이슈의 중심에 섰던 나 전 의원은 최근 정치 행보를 다시 활발하게 펼치기 시작했다.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도서관에서 사단법인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창립 포럼을 열었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이후 5개월 만에 여의도를 찾으면서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총선 행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국민의힘 보수당의 그야말로 아이콘이고 또 최고의 리더라며 나 의원을 한껏 치켜세웠다.

원희룡 장관의 경우에는 그가 장관직에서 물러나 내년 총선에 뛰어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원 장관은 같은 날 친윤계 외곽 모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여당 간판으로 (총선에서) 국민 심판을 받는데 저도 정무적인 역할을 하고 모든 힘을 바쳐서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총선에서 역할을 할 의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이들이 중진 역할론의 중심 인물로 주목을 받으면서 일각에서는 중진 역할론이 이들의 자가발전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총선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이들 입장에서는 중진 역할론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중진 역할론이 힘을 받게 된다면 원외에 있는 이들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중진역할론 기대감과 우려감 교차

뉴시스
뉴시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들의 중진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내에서 나경원 전 의원과 원희룡 장관 등 중진 역할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그 단계까지는 나가지는 않았다면서도 나 전 의원 같은 경우에는 우리 모두가 인정하는 우리 보수 쪽의 대표적 인물이고 큰 존재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어 원 장관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갖고 있는데다가 국토부 장관하면서 일타강사로서 굉장히 국민적으로 많은 호감도를 갖고 있어서 아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 수석대변인은 원 장관도 정기국회가 끝나면 당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발언인가라는 물음에는 정기국회 끝나자마자일지 여부는 몰라도 사실은 아마 당 복귀를 저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는 정말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 끌어모아서 하나가 돼서 총선을 준비를 해야 된다그렇기 때문에 나경원 전 의원이랄지 안철수 의원도 계시고, 또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원희룡 장관 이렇게 다선이면서도 지명도가 높은 분들이 당연히 수도권에서, 총선에서 큰 역할을 해주셔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거기에 대한 역할론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 수 있는 의원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지도부가 원맨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당의 훌륭한 역량을 가지신 분들의 모든 것을 끌어모아야 되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중요한 역할을 하셔야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윤 그룹이 이들에게 총선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MBC 라디오에서 용산에 있는 모 주요인사가 예전에 하는 말을 들었는데, 직접 들었는데 총선 어쩌려고 그래요 그랬더니만 희룡이 젊잖아 이랬다지금 환갑 됐는데 아직도 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항상 원 장관을 어리게 보는 것이라며 친윤 그룹이 원 장관에게 총선에서 중심적 역할을 맡기지 않을 것임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또 이 전 대표는 나 전 의원에 대해서도 나경원 전 의원에게 김기현 대표도 덕담을 건네고 이런 게 저는 되게 희한하다그렇게 딱 한 5개월 전에 (친윤이) 두들겨서 내쫓을 때는 언제고, 너는 대표 선거에 출마해서도 안 돼, 이런 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리고 너(나경원)는 저출산대책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면 안 돼, 이런 거였다그렇게 한 다음에 가가지고 지금은 뛰어난 인재라고 추켜올리고, 제가 나경원 전 의원이면 두 번 속으면 안 될 것 같은이라고 꼬집었다.

중진 역할론이 부상하면서 당 안팎에서는 그 효험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진 역할보다 참신한 인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총선 승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SBS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과 원 장관에 대해 지나간 얼굴들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에게 새로운 지지를 받는다는 건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닌 것이라며 오히려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서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참신성떨어져..일각선 차기 대선 경쟁 조기과열’?

원희룡 장관. 뉴시스
원희룡 장관. 뉴시스

그러자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나모, 원모는 흘러간 물일지 모른다그러나 흘러 가다보면 더 큰 물레방아를 만날 수도 있는데 썩은 물이 어찌 흘러간 물을 탓할 수 있나라고 우회적으로 김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 같은 논쟁에 대해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YTN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은 말 그대로 선거 전략가로서 공천 작업들을 많이 해 본 인물로서 당에 쓴소리를 한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수도권 위기론은 실재하고 있고 그것이 중진들이 잘 배치된다고 해서 한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연히 참신한 인물이라든지 혁신적인 인물, 중도확장적인 인물들이 같이 배치돼야지만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말씀하시는 거라고 이해하고 있다아무리 참신한 인물들이 전부 다 채워진다고 하더라도 중간중간 그래도 당에 무게감 있는 분들이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선거전략상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과 원 장관이 중진 역할론을 등에 업고 이번 총선에서 중심축 역할을 한다거나 총선 출마를 통해 원내에 진입한다면 총선 후 차기 대선을 겨냥한 잠룡들의 경쟁 구도가 조기에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나 전 의원, 원 장관과 함께 총선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할 경우 22대 국회는 차기 잠룡들의 뜨거운 경쟁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총선 역할론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제 답은 늘 똑같다비슷하게 계속 얘기했다라며 지금은 출마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 장관은 지난달 제주시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제가 할 일을 더 열심히 선의를 가지고 할 수 있도록 그냥 하루하루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