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설문 조사기관에 따르면 여성의 80%는 성관계 시 피임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응답한 여성 중 상당수가 피임 실패율이 높은 콘돔과 자연피임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피임법은 약물이나 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일반적인 생리 주기 계산을 해서 배란일을 피하는 방법이나 질외사정을 말한다. 일반적인 여성의 배란일은 다음 달 생리 예정일로부터 약 14일 전이며, 배란일 전 5일에서 배란일 후 3일 정도가 가임기에 해당하여 임신의 위험이 높은 기간을 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란일은 같은 사람의 경우에도 매달 달라지며 이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질외사정법은 남성이 사정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이는 컨트롤하기 어렵고 사정 이전에도 정자가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피임법으로 보기 어렵다. 콘돔은 비교적 값이 저렴하고 사용이 간편하며 성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지만 찢어지거나 혹은 유통 기한이 조금 오래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피임 실패율이 15% 정도까지도 보고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안전한 피임법은 무엇일까? 최근에는 남성이 콘돔을 쓰고 여성은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이중 피임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호르몬 피임법은 경구피임약과 체내삽입 피임법이 있다. 경구피임약은 피임의 실패율이 최소 0.3~0.7%로 매우 높은 편이며 생리 시작일부터 정해 놓은 시간대에 매일 복용하며 임신을 원할 때 약을 끊으면 1~2개월 이내로 임신이 가능하다.

사후 피임약과의 구별이 필요한데, 사후피임약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피임을 하지 못할 경우 응급피임약을 복용할 수 있으며 이는 성관계 후 3~5일 내로 복용해야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후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을 고용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단시간에 체내 호르몬 농도를 급증시키며 구토, 어지럼증, 배란장애, 부정출혈 등의 부작용이 발생될 수도 있으므로 산부인과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며 복용방법, 부작용 등에 대한 정확한 숙지가 필수이며 일반적인 피임 방법으로 응급 피임약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경구로 약을 먹는 것이 불편하고 장기적인 피임이 필요한 경우에는 체내삽입 피임법을 고려할 수 있다. 자궁 내에 호르몬 피임 장치를 삽입할 경우에는 최대 5년 정도 장기적인 피임이 가능하다. 장치 내에 있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자궁 경부의 점액의 점도를 높여서 정자가 자궁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아줘 피임이 가능하게 한다. 체내삽입 피임법은 크게 임플라논, 미레나, 제이디스, 카일리나 등이 있으며 간단한 시술을 통해 장기간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효과 및 피임 기간 등에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사의 진단과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특히 35세 이상의 흡연 여성의 경우 경구 피임약을 복약하게 되면 정맥 혈전증의 위험도가 더 높아지게 되어 지난 7월 식약처에서 경구 피임약 복용을 금지했다. 따라서 35세 이상의 흡연을 하는 여성들이 피임을 고려한다면 산부인과를 내원해 상담을 통해 다른 방법을 고려하시는 것을 권한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 및 행복 추구는 경중의 따질 수 없는 근본적인 가치이므로 우발적인 임신이 아닌 계획되고 안전한 임신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피임은 여성만의 몫이 아니라 상호 책임의 문제이므로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피임과 피임 방법 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은 필수적이다. 청소년들에게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성교육과 피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성인 역시 피임이 필요한 경우 자신에게 적절한 피임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윤호병원 부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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