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참사 12주기... 계속되는 고통, 외면받는 진상규명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PHMG)로 인한 ‘폐암’ 사망 피해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가 발생한 지 12년 만이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폐암이 발병했더라도 다른 유발 요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개별 피해 판정 시 사례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구제가 어디까지 미칠지와 해당 제품을 판매한 기업들에 대한 소송이 가능할 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제공 :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부(장관 한화진)는 지난 5일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위원장 임상준 환경부 차관)'를 개최하고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따른 폐암 피해구제 계획을 논의하고, 폐암 사망자 1명에 대해 피해 인정을 의결했다.

환경부 위원회는 "심의·의결된 결과를 토대로 향후 구제급여 지급 등 피해자 구제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는 이날 추가로 총 599명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 여부, 피해등급 결정, 폐암 피해구제 계획 및 피해 인정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위원회는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136명의 구제급여 지급 결정을 비롯해 ▲피해는 인정받았으나 피해등급을 결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등 357명에 대한 피해등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총 5176명(누계)이 됐다. 

앞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폐암도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환'으로 인정하고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폐암 피해자들은 지난 8월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가습기살균제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며 정부가 몇 년동안이나 폐암관련성을 확인하고도 인정질환으로 결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정부의 적극적인 피해구제를 촉구했다.

200건이 넘는 폐암 임상사례가 있고, 정부가 비용을 지원한 연구인 동물실험과 폐세포독성실험을 통해 거듭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암 발병이 확인되고있으며 국제학술지에 보고되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현재 피해구제법상 심사절차는 '1단계 신속심사→ 2단계 개별심사'로 이뤄져 있다. 환경부가 폐암을 신속심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개별심사로만 진행해 심사 과정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PHMG(옥시, 롯데, 홈플러스, 세퓨) 살균성분 뿐만 아니라 cmit/mit(SK, 애경, 이마트, GS, 다이소, 헨켈 등)살균성분 제품 사용자들에게서도 폐암이발병하고 있는만큼. Cmit/mit와 BKC 등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살균성분 모두에 대한 폐암 관련성을 규명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현재 피해신고된 8천여 명의 피해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폐암조사 및 대책만으로는 큰 한계를 갖는다"며 "신고된 피해자는 전체의 1%도 안되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어 "따라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피해신고자들의 가족을 포함해 대형할인마트에서의 가습기살균제 판매기록을역추적해 미신고자를 포함한 사용자군을 대상으로 한 폐암과 관련질환 발병에 대한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소장은 " 가습기살균제가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임이 확인되고 있는 이상 후두암, 간암 등 폐이외 다른 인체부위에의 발암가능성도 추가적인 연구조사가필요하다"며 "결핵, 사산, 피부질환 등 다수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의심질환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련성을 밝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의 진상을규명하고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 가습기 피해는 '~ing'

한편 지난 8월 31일은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처음으로 알려진 지 12년째되는 날이다. 12년전인 2011년 8월31일 원인불명의 산모사망사건에 대한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가습기살균제가 소비자를 죽고 다치게 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고 세번째 정부가 바뀌었다. 피해구제법과 사회적참사특별법 화평법과 바이오사이드법 등 여러 제도가 마련됏고 국정조사와 특조위 조사도 이루어졌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긴다.  환경보건선터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던 피해자들에게서 폐암 발병이 늘어나고 있다. 신고자들 중에만 200명이 넘는 폐암사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지난 8월 31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전국동시다발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에 가습기살균체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31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전국동시다발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에 가습기살균체 참사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져 있다. [뉴시스]

아울러 환경보건선터는 구제대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신고자들이 전체 신고자의 36%(2813명)이나 되고 이중 사망자는 673명 이라고 한다. 2017년부터 시행된 피해구제법에 의해 모두 5041명이 피해구제대상으로 인정됐지만 이중 기업 배보상이 이루어진 사례는 10%정도 밖에 안된다. 대다수 피해자들은 겨우 병원비와 장례비 정도만 지원받은 상태다.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기업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어떻게 되었을까. PHMG와 PGH라는 살균성분을 사용한 옥시 롯데 홈플러스와 세퓨의 일부제조사들은 유죄가 확정돼 감옥에서 복역했고 만기출소했다. 그러나 cmit/mit라는 살균성분을 사용한 SK, 애경, 이마트 등은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가 나왔고 현재 2심 진행중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