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막이 올랐다. 예상대로 여야는 치열한 수 싸움에 여념이 없다. 먼저 선제 펀치를 날린 쪽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다. 정기국회가 열리기 직전 윤석열 대통령에게 잽(Jap)으로 잽(Jab)을 날렸다.

맺집이 주특기인 윤석열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1야당 대표를 잡아넣을 태세다. 이재명 대표는 스트레이트나 훅, 혹은 어퍼컷을 날렸다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아주 약한 잽에 불과했다. 그것도 제대로 맞지 않고 허공을 갈라 자기 몸이 휘청거리며 주저앉기 일보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지난 대선 때인 2022219일 울산 유세에서 저같이 무감각하고 맺집이 있는 사람은 민주당 사람들이 몰려와도 끄떡없다.”고 했던 윤석열 후보의 말을 허언이라고 생각했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초반에 기울어져 버린 전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거나 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에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북한에서 온 쓰레기’ ‘빨갱이’ ‘공산당 부역자라며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강남갑 선거구에서의 재선에 혈안이 되어 있는 태영호 의원은 이를 기회로 삼아 공천점수를 딸 요량으로 이재명 대표의 단식장을 찾아 항의하다가 끌려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게 조금은 점수를 땄을 것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왜 그럴까? 태영호 의원이 북한의 고위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망명을 한 것은 정치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그가 북한에서 온 쓰레기이며, ‘빨갱이이고, ‘공산당 부역자였음을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그가 상처받을 것도 아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통쾌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복싱에서 스텝이 꼬이면 역습의 기회를 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가뜩이나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검찰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 단식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 출퇴근 단식이니, ‘사골국물 단식이니 하며, 이재명 대표의 구국을 위한 숭고한 단식의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는데, 그러한 단식장에 여당 의원이 대놓고 훼방을 놓을 기회를 만들어주다니 정기국회에 대한 전략도 없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면목도 없다.

반면, 정부·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내려가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게 뒤지던 크게 개의치 않고 자신들의 구상대로 정국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9일에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일단 백기를 들었다. 이에 맞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검찰의 강압수사에 허위 진술을 했다며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지만, 그의 자필 입장문이 그의 진실됨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명계 핵심인 이상민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 대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워딩으로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렇듯이 병원에 실려 가는 광경이 당당해 보이지 않고 비루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에 힌트를 얻은 이재명 대표는 9일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하니 아마 병원으로 실려 가지는 않을 것이다. 병원보다는 검찰로 가는 것이 단식이 노린 정치적 효과를 얻기에는 적합할 것이다. 당 내분 일단 봉합이다.

아마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9일 검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것을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조사로 응대했고, 이재명 대표는 검찰 조사에 응했으니 윤석열 대통령 승이다. 이재명 대표의 비상식적 단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전략 없는 정기국회, 피의자 이화영의 진실되지 못함, 이 모든 것들이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를 없게 한다. 오직 검찰만이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를 있게 해줄 힘이 되어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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