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대체로 아무런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10일 정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면 기간은 늘어납니다. 40일 정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면서 소금까지 먹으면 훨씬 늘어나서 100일까지 생존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 되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상태가 될 것입니다.

사람이 음식물을 끊는다는 것은 목숨을 건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죠. 다른 방법이 없다는 벼랑 끝에 선 심정일 것입니다. 단식은 애초에 종교적인 행위였습니다. 불교는 속세의 번뇌를 끊기 위해 단식을 감행합니다. 이슬람교도에게 라마단 기간의 단식은 종교적 의무입니다. 불교나 이슬람, 가톨릭을 비롯한 여러 종교가 단식을 통해 신께 경외를 바칩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벌어지는 단식도 자주 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회복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습니다. 83518일부터 시작된 단식이 69일까지 이어졌습니다. 당황한 전두환 정권은 여당 인사를 보내 단식중단을 촉구하고, 김영삼이 거절하자 강제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김영삼의 단식은 결국 직선제 개헌으로 이어졌습니다.

사회운동 차원의 단식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지율 스님은 천성산 터널을 반대하며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단식은 3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200일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단식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풀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지율 스님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터널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정치인이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삭발, 단식, 의원직 사퇴. 박지원 전 의원은 “21세기 국회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쇼가 있다라며 한 말에서 유래합니다. 박 전 의원은 삭발해도 머리는 길고, 단식해도 굶어 죽지 않고, 실제로 의원직을 사퇴한 사람은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갑자기 단식에 들어간 뒤 이런저런 비아냥을 듣고 있습니다. 최고위원들도 뉴스 보고 알았다고 하고, 가까운 의원들과 당직자들도 몰랐다고 합니다. 이 대표가 단식에 돌입한 표면적인 이유는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대표가 민주주의 파괴에 치열히 싸웠던 초심으로 직진하겠다는 결연한 심경을 밝혀도 공허하기만 합니다. 검찰의 체포영장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걸 피할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이 대표가 밤이 되면 단식농성장에서 사라진다고 출퇴근 단식, 신데렐라 단식이라고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실에 숨어서 뭘 먹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단식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약간 시간을 벌었지만, 검찰의 칼끝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번 단식으로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한 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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