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내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놓고 여권 내에서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 전 구청장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으나 3개월만인 지난 815일 광복절 특사 명단에 포함되면서 피선거권이 회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로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함에 따라 용산에서 김태우 전략공천 의중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국민의힘이 최종적으로 전략공천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경선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정치권에선 각종 설이 무성하기만 하다.

윤 대통령 환송인사하는 김기현 대표. 뉴시스
윤 대통령 환송인사하는 김기현 대표. 뉴시스

공천시 패색 짙어...책임론...수도권 위기론 고조...‘조기공관위구성
- 경선, 용산 의중 무시바지대표 전락 김기현 대표. ‘진퇴양난

10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지닌 정치적 의미는 크다. 강서구는 서울에서 송파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총선 전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2024년 총선 전초전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총선에서 야권에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받았고, 강서구 민심 역시 수도권 민심 평균과 비슷한 구조였다강서구에서 나타나는 민심 향방이 향후 총선 수도권 민심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쏘아올린 김태우 공천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강서구청장으로 당선됐던 김태우 전 구청장이 대법원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보궐선거가 실시됐다는 이유로 무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았다. 김 전 구청장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건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상황에서 보궐선거에 패배한다면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더 힘을 받아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헌·당규에 다른 해석을 적용하면서까지 공천 방침을 세워 (여론의) 반발이 있을 것 같다득보다 실이 클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 용산에서 이를 단번에 해결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에서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하면서 무공천론도 쏙 들어갔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지 3개월만에 김 전 구청장이 사면되면서 김태우 전략공천설이 급격히 흘러나왔다. 국민의힘은 결국 공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윤심을 반영하기로 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공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공관위 구성에 나섰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번 공관위를 구성하게 된 배경은 첫째는 공당이 보궐선거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둘째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시 김 전 구청장이 공익제보자로서 폭로한 각종 비리 의혹은 문재인 정권이 초래한 조국 사태 등 총체적 불법행위였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죄 선고를 받았음에도 김 전 구청장에게 유죄가 나온 것은 명백히 편향된 김명수 대법원의 편향된 재판 결과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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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는 당헌당규를 무시하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무공천 사유에 해당이 안돼서 후보를 내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국민들이 '김명수 거짓말쟁이 사법부'가 저지른 횡포에 대해 많이 깨닫고 있다유재수와 조국이 감찰무마한 게 유죄면 김태우는 무죄라고 발언했다. 김 전 구청장을 감싸면서 사실상 용산 의중대로 김태우 전략공천에 무게를 싣는 기류였다.

하지만 전략공천 기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진선 서울 강서병 당협위원장을 지지하는 충청향우회강서구연합회가 집단으로 탈당계를 작성하는 등 당내 반발 조짐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전략공천보다는 경선을 하자는 방향으로 정했다. 보수세가 약한 강서구에 표가 분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실제 국민의힘은 오는 8일과 9일 이틀간 경선 공고를 한 뒤 10일 후보자 등록을 받을 예정이다.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당헌에 따라 공정한 경선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용산과 당 간의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으나 당 관계자는 교감하에 경선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 패배할 경우 김기현 지도부도 위태

당내 갈등을 잠재우고 경선에 방침을 정한 국민의힘은 이제 승리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당 지도부 리더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수도권 위기론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김기현 지도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위기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강서구청장 공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한 데 대한 책임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여론조사기관인 에브리씨앤알이 폴리뉴스와 에브리뉴스의 의뢰로 지난 829일과 30일 이틀간 서울 강서구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보궐선거에 국민의힘이 후보 공천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공천해야 한다’ 34.8%,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 45.8%, ‘잘 모르겠다’ 19.5%로 응답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오는 1011일 실시되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적절하다’ 32%, ‘적절하지 못하다’ 55%, ‘잘 모르겠다’ 13%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 통일부장관인 권영세 의원을 위원장으로 추대해 재창당에 준하는 비대위내니 조기공관위를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신한국당, 새누리당 창당을 모델로 비대위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권 의원은 윤 대통령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창당할 때 사무총장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더구나 대통령실에서도 김기현 지도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현 지도부가 들어선 이후 용산과의 관계를 놓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간접적으로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이 윤석열 정부의 운명을 가르기 때문에 내년 공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권의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

실제 대통령실의 강공에 여당은 따라가기 급급하다. ‘이념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걸고 있는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행위에 대해 정치진영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과 함께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행사 참석 논란을 겨냥했다. 국민의힘도 윤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는 등 공세에 나서고 있다.

용산 이슈 주도하고 당은 따라가기 급급

진교훈 민주당 후보. 뉴시스
진교훈 민주당 후보. 뉴시스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흉상 철거이전 논란으로 이념적 대립이 격화된 시점에서 윤 대통령은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철학이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여당 연찬회에서 이념전을 설파하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낸 그 시점은 여당이 홍범도 흉상의 이념전 때문에 곤욕스러워할 때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이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 이념에 충실했음이 명확하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육군사관학교보다는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다이라고 발언하면서 흉상 이슈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실이 이슈를 주도하고 여당이 그 뒤를 좇는 모양새는 당정 사이에 불협화음이 없다는 점에서 효율적이지만 대통령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 대표가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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