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與 이대로는 총선 필패...비윤 ‘포용 공천’? 가당치도 않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박근혜 키즈’ ‘정치 이단아’ ‘헌정사상 최초 30대 당수’ ‘청년 정치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수식하는 관용구다. 그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청년 유권자들의 표심 방향타를 보수정당으로 돌려세우며 정권교체에 기여했고,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의 교감을 적극 시도하며 국민의힘의 서진(西進) 물꼬를 텄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원류 최측근이자 집권여당 실세로 자리매김한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주요 국면마다 불화를 빚다 결국 정당사 초유의 당 대표 중징계라는 멍에를 쓴 채 정치권 외곽으로 물러났다. 그런 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며 정치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가 총선 TK 출마를 염두에 두고 지역 민심 다지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전 대표는 10년 넘게 공을 들인 ‘보수 험지’ 서울 노원병 당선 의지를 피력하며 TK 출마설과 선을 긋고 있다. 그는 TK 출마 가교가 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재회 여부에 대해서도 지난 2일 일요서울 취재진에 “만날 생각이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최근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활동이 잦은 모양새다. 지난달 30일 대구 달서구 두류야구장에서 개최된 ‘2023 대구치맥페스티벌’ 개막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치맥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지난 2일 저녁에 열린 치맥페스티벌 본 행사에 참여해 지역 청년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친정인 국민의힘의 공천 여부와 별개로 총선 무소속 출마, TK(대구‧경북) 출마 선회, 제3세력 규합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독자노선을 다져가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지금 당장은 구체적인 (총선) 구상이 없다. 이후 행보에 대해선 그 때 가서 이성과 감정에 따라 상황에 맞게 결정하겠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전언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월 2일 대구 모처에서 본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두현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월 2일 대구 모처에서 본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정두현 기자]

“현 정권서 완장 찬 ‘비겁자’들, 朴 탄핵 때와 똑같이 망할 것”  

이날(2일) 대구시민들과 마주한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최측근인 윤핵관을 겨냥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전국을 돌며 지난 대선 국면을 진두지휘했지만 돌아온 것은 ‘여야 득표율 격차가 고작 0.73%에 그친 것은 이준석 때문’이라는 윤 대통령과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비아냥이었다며 쌓였던 모멸감과 환멸을 토해냈다.

실제로 이날 오후 행사에 앞서 본지 취재진과 대구 행사장 인근 모처에서 만난 그는 당정을 향한 불신과 염증이 깊은 것으로 보였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금의 기조를 이어간다면 “내년 총선은 필패”라며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을 도울 생각도 없다”고 냉소적 태도로 일관했다.

또 그는 여권 내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자 인재 영입에 골몰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총선 전 인물난으로 임계점에 이를 경우 자신을 포함한 비윤(비윤석열)계 인사들에게 공천을 제안할 수 있다는 ‘비윤 포용론’에 대해서도 “‘포용’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설령 여당이 공천을 매개로 손을 내민다고 해도 달갑지 않다고도 했다. 제1보수당 대표 취임부터 20대 대선, 윤석열 정부 출범, 제8회 지방선거,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당원권 1년 정지 중징계 처분에 이르는 정치 여정에서 누적된 감정들이 표출된 대목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우선은 집권한 지 1년이 된 국민의힘 지도부가 지금의 (총선 위기) 상황에 이른 데 대해 반성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에 대해 바른말을 하지 못했던 비겁자들이 현 정권에서 완장을 차고 오히려 바른말을 하는 인사들을 ‘내부총질’로 몰아세우고 있지 않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똑같이 망할 것”이라고 여당 주류 인사들을 겨냥했다.

아울러 최근 정치권에서 분출하고 있는 ‘TK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총선 전 정세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TK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지역정가에서 여전히 상징성이 큰 박근혜 전 대통령과 회동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정계에 발을 들였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소신 행보를 이어온 탓에 TK 정가에서 여전히 지분이 큰 친박(친박근혜) 골수 지지층과는 사실상 결별 상태다.

이에 본지가 박 전 대통령과의 재회 여부를 묻자 이 전 대표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총선 출마를 위한 물밑작업 성격으로 박 전 대통령과 만남을 시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 소신과 노선을 거듭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그는 이번 대구 치맥페스티벌 행사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치맥 회동을 가진 것을 두고 총선 전 ‘비윤 연대설’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의미 부여할 것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2일 대구치맥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해 대구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이준석 측 제공]
이준석 전 대표가 2일 대구치맥페스티벌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TK 찾은 이준석, 당정 때리며 독자노선 굳히기

이 전 대표는 이날 지지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을 ‘투명 망토’를 걸친 임금님에 비유하며 “윤핵관들은 ‘망토가 아름답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윤핵관을 보면 열 받아서 보수 확장보다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최근 ‘이념 전쟁’을 선포한 데 대해선 “이번에 보니까 대통령께서 공산 전체주의 세력에 더해 우리 개혁보수 세력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 또 반국가 세력처럼 묘사한 게 있더라”며 “누군가는 ‘지금 망토 안 입고 계세요’를 계속 얘기해줘야 된다. 그런데 지금 본인은 망토 좋은 거 입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왜냐하면 윤핵관들이 이런 망토 처음 본다고 이런 식의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윤핵관이) 대통령한테 알랑거리면서 붙어가지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해야지만 자기들이 살아난다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 유승민 의원이 바른 소리 했다고 배신자니 뭐니 하던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소위 ‘진박’(眞朴)이라고 하던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가 되자마자 바짝 붙어가지고 지금 도지사하고 시장하고 이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대구 동구을 출마설과 관련해선 “‘이준석이 대구 동구을 나가가지고 강대식 의원(국민의힘, 대구 동구을 현역)을 잡고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 이런 얘기를 한다”라며 “제일 저렴한 수준의 이간질이다. 강대식 의원이 비록 지금 지도부에서 일하면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일 수 있겠으나, 제가 다른 선택을 해서 만약에 대구에서 그러면(출마한다면) 왜 대구 동구을이겠나. 가장 나쁜 놈을 골라서 붙어야지”라고 대구 출마 시 친윤 의원 지역구를 노리겠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이 전 대표와도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여당을 관통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선 “대통령 지지율보다 부정하는 지지율이 20% 높은 상황인데 대놓고 이길 수 있다는 건 어느 나라 계산법인지 모르겠다”라며 “위기를 인정 못하는 사람들한테 무슨 해법이 있겠나. 지도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경기도는 조금 지고 있고 수도권 서울은 이긴다면 김기현 대표부터 지도부 인사들까지 전원 서울 강북에서 출마하면 된다. 그들은 입이랑 머리랑 따로 놀고 있고 자기들도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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