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격 회동이 성사될 수 있을까. 여권 전략가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회동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대구 달성군 사저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의 특별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과거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 보수진영이 극단적인 분열상을 경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측의 회동이 성사된다면 정치적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물론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회동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과거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농단에 따른 적폐청산 수사와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얽혀있는 두 사람의 악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회동은 정치호사가들의 관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전격 회동 가능성을 집중 해부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식날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취임식날 박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내년 422대 총선 불투명한 전망에 보수대통합 속도
- 김기현 대표, ‘사저 예방만나고 싶다메시지 전달
, TK지역 정치적 영향력 막강친박계 인사 지원사격설

윤석열.박근혜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 명분은 내년 422대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대통합이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과반 승리가 시급하다. 다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총선 승리를 위한 중도층 외연확대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등의 여파로 보수층이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절박하다. 지난 대선 승리와 지방선거 압승 이후에도 여전히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의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의 견제와 반대가 너무나 극심하기 때문이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의 총선 지원사격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박 전 대통령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탄핵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이후 문재인정부 말기 사면복권이 이뤄졌지만 정치적 명예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보수진영 일각에서 탄핵사태에 대한 동정론이 커지는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의 폭을 상대적으로 넓혀주고 있다는 평가다.

김기현 모시고 싶다메시지 전달에 전대통령 긍정 화답

보수진영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설은 김기현 대표가 공식적으로 운을 띄웠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는 점을 언론에 상세하게 공개했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대구 달성군 사저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보수정당 대표로서 전직 대통령의 예방하고 총선 승리의 지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김 대표는 앞서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예방, 4월에는 서울 마포구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방문, 5월에는 경남 거제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방문 행보를 이어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통합행보를 위한 것이다.

다만 이번 회동에는 특히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2112월 특별사면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와 처음으로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수 유튜버들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사저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박근혜를 연호하며 응원을 보냈다. 탄핵 이후 몰락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50분간 이어진 회동의 최대 화제는 내년 총선이었다. 회동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천막당사 시절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도 화제에 올랐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급전직하로 다시 회생하기 어려울 만큼 위기 상황이었을 때 천막당사 결단으로 당을 살린 과거 역사도 되짚어 보고, 연전연승 선거 승리를 이끌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오늘의 번영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여를 했던 것을 되짚어 보며 지도자 한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지,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도 나눴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김 대표를 격려하면서 총선 승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을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여당 대표라며서 여당 대표로서 내년 총선을 잘 이끌어 승리할 수 있도록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회동 이후 우리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경험이나 영향력을 함께 대동단결하도록 모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동이 더욱 주목을 끈 것은 김 대표가 윤 대통령의 회동 요청 메시지를 전달하고 박 전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오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만나 뵈면 한번 모시고 싶다고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제가 오늘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해드렸더니 긍정적으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정치적 언행이나 발언에 극도로 신중했던 박 전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사실상 오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남은 것은 구체적인 회동시기와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다. 총선까지 무려 7개월 정도가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라 양측의 만남이 최종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갈길 바쁜 대통령, 과 손잡고 구원 푼다?!

김기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찾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지율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선 승리 이후 지방선거 압승으로 50%대 중반의 지지율을 기록했을 뿐 이후 크고작은 악재가 지속되면서 30%대 초중반을 오르내리는 박스권에 갇혀있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의 국정 발목잡기다.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 통과, 이종섭 국방부장관 탄핵 시사 등 걸핏하면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을 막아서고 있다.

드라마틱한 반전의 계기는 사실상 내년 총선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22대 총선의 과반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등 3대 주요 개혁과제 추진을 위해서도 국회에서 다수 의석의 뒷받침은 필수적이다. 만일 총선에서 패한다면 임기 중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통령 지지율 30%대 박스권일 경우 총선 승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 지지층인 집토끼를 다지고 외연확대를 위해 산토끼를 잡는 12조의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이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관계는 악연으로 시작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담당하던 윤 전 대통령은 상부의 외압 의혹에 강골검사답게 맞섰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좌천됐다. 이후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영수특검의 수사팀장을 맡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윤 대통령의 부상은 뒤집어보면 박 전 대통령의 몰락의 시작이었다. 대선 이후에도 두 사람간의 만남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412일 사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과 만난 것과 51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짧게 조우한 것밖에 없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관계회복을 위한 돌파구가 절실했다. 이 때문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김행 후보자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을 지냈다. 또 대선 이후에는 방송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서 패널로 활약하면서 윤 대통령을 옹호해왔다. 박근혜·윤석열정부를 경험한 김행 후보자가 전·현직 대통령을 연결하는 정치적 메신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만금 잼버리 파행 운영으로 폐지여론이 높았던 여가부의 경우 장관 공석에 차관 대행 체제가 거론됐지만 굳이 김행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향후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을 고려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래 ‘MB계 전성시대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친이계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옛 친박계 인사의 발탁과 중용은 무시하기 힘든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향후 인사에서 박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친박계 인사들을 추가로 발탁할 경우 친이·친박을 아우르는 보수통합이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내놓고 있다.

MB이어 까지 공개행보중심 보수빅텐트 시동

보수진영은 매우 위태로운 정치환경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다. 보수몰락의 기원이 됐던 이른바 친이 vs 친박의 계파갈등이 매끄럽게 해소되지 못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라는 외부 히든카드 도입을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이 단합한 모습으로 비춰지지만 끈끈한 화학적 결합은 여전히 난제다. 윤 대통령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다 확실하게 손을 잡아야 보수결집 효과는 극대화된다.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민심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도 흘러 나오지만 외연확장은 보수통합을 확실히 다진 이후의 과제다.

이러한 가운데 보수진영 두 전직 대통령의 최근 공개행보는 주목할만하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강연에 나선 것은 물론 박 전 대통령마저 여당 지도부와의 공개회동에 나서면서 정치적 몸풀기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정치참여로 단정할 수 없지만 과거 친이계와 친박계에 대한 지원사격을 넘어서 보수진영의 총선승리를 위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부친상에 찾은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부친상에 찾은 이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 전 대통령의 대외행보는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 12월 사면복권 이후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희생자 묘역 참배 연극 '파우스트' 관람 청계천 산책 등에 나섰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주도에서 개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김기문 회장과의 인연으로 참석했지만 공개석상에서 마이크를 잡고 첫 대외강연에 나섰다는 점은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최근 김태호 의원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는 내년 선거가 중요한데, 윤석열 대통령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걱정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통령은 오랜 수감생활로 건강이 좋지 않아 지난해 3월 대구 달성군 사저 입주 이후 사실상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두문불출하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대구 동화사 방문, 8월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면서 조심스레 외부활동에 나섰다. 특히 내년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최근 여당 지도부와 공개회동에 나서면서 향후 적극적인 행보 가능성도 내비쳤다. 당장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옛 친박계 정치인들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물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에도 TK지역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하다. 옛 친박계 인사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원사격과 후원으로 공천을 받고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다. 탄핵 이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정치적 명예회복을 위한 여의도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보수진영은 지난 대선을 불완전한 정권교체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 승리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국회에서 다수의석을 장악한 민주당의 반대로 모든 개혁과제가 무산된 사례는 한두 번이 아니다. 총선을 이겨야 정권반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보수진영이 지난 대선을 거치며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2% 부족한 상황이다. 회동 시기와 장소를 조율하다가 총선을 앞둔 결정적 시점에 극적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윤 대통령이 주도하는 보수빅텐트에 박 전 대통령이 협력한다면 내년 총선을 뒤흔들 최대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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