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없는' 한동훈과 '경쟁력 없는' 국민의힘
굳건한 보수 표심과 부족한 확장성, 관건은 권력의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범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위치를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한 장관은 지난 1년간 보수층이 꼽은 장래 대통령감 후보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이에 본지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한 장관의 독주가 의미하는 현상이 무엇인지 파악해 봤다. 

한국갤럽은 지난 8일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19%)가 전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한 장관(12%)은 이 대표에 이은 전체 2위를 기록했다. 

한 장관은 해당 조사에서 빠른 속도로 차기 대권주자의 위치로 올라갔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그는 한국갤럽의 지난해 6월 2주 차 조사를 기점으로 처음 등장했다. 당시 한 장관은 4%의 선호도를 기록해 오세훈 서울시장(10%)·안철수 국민의힘 의원(6%)·홍준표 대구시장(5%)에 이어 범여권 정치인 중 4순위를 기록했다. 

그 뒤 한 장관은 지난해 9월 1주 차 조사에서 9%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여권의 장래 대통령감 1위 후보로 등극한다. 한 장관은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범여권의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한국갤럽은 해당 조사를 두고 다음 대선 출마를 전제한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적 지명도와 대중적 인기가 반영된 지표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존재감 無

주목할 점은 한 장관이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동안 국민의힘의 다른 대권주자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타 여권 후보들은 홍 시장(3%)·오 시장(2%)·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2%)·안 의원(2%)·유승민 전 의원(1%)·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1%)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는 현재 국민의힘의 문제점을 잘 드러낸다. 우선 낮은 선호도나마 기록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은 모두 원외 인사다. 유일한 원내 인사인 안 의원도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안 의원은 한 장관이 처음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된 지난해 6월 2주 차 조사에서 6%의 선호도를 기록해 한 장관을 앞섰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선호도가 2%로 하락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 아래서는 국무위원들을 제외하곤 여당이 활약할 공간이 없다. 지난 1년간 한 장관은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선전하며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같은 기간 수직적 당·정 관계로 재편된 국민의힘은 정부의 보조자 역할에 그쳤다. 

지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대회로 평가받았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당대표 후보들은 제외되고 당·정간 ‘원 팀’ 수립이 최대 목표로 부상했다. 그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갤럽은 유권자들의 자유 응답을 토대로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를 진행한다. 선다형이 아닌 자유 응답 조사인 만큼 유권자의 눈길만 끈다면, 유력정치인이 아닌 인물도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그 예시다. 초선인 이 의원은 한국갤럽의 지난 8일 조사에서 1%의 선호도를 기록해 장래 대통령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당 지도부도 아니고 민주당 내 주류 계파의 일선에서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도 아니다. 하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진정성 있는 행보만으로 유권자들의 인식에 남을 만한 인물로 부상했다. 

반대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후 6개월 동안 한 번도 한국갤럽의 해당 조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는 당원 100% 투표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3.8 전당대회 당시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거에서 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없애자, 한국갤럽은 당대표 경선 후보들의 중도 확장성을 측정하기 위한 자체 조사를 실시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대표 경선 후보 4인 각각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김 대표에 대한 호감도는 전체 유권자 기준 (호감도 18%·비호감도 62%), 국민의힘 지지자 기준 (호감도 40%·비호감도 46%)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해당 조사에서 김 대표는 전체 유권자 기준 경선 후보 4인 중 3위, 국민의힘 지지자 기준 경선 후보 4인 중 1위를 기록했다. 따라서 김 대표와 국민의힘이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韓 장관 MZ·중도 확장성은 '글쎄'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한 장관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층의 선호도는 1년간 20%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6월 2주 차·9월 1주 차·12월 1주 차부터 지난 3월 1주 차·6월 1주 차·9월 1주 차 동안 국민의힘 지지층의 선호도는 (9%->22%->25%->24%->25%->29%)로 꾸준히 상승한다. 

같은 기간 전체 응답자들의 한 장관에 대한 선호도는 (4%->9%->10%->11%->11%->12%)로 상승세였으나, 국민의힘 지지층의 선호도 상승 곡선과는 괴리감이 존재했다. 이와 관련 최근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의 중도 확장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의 지난 8일 조사에서 한 장관에 대한 선호도는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장관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60대(22%)·70대 이상(20%)이다. 반면 MZ세대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한 장관에 대한 선호도는 18~29세(5%)·30대(9%)·40대(4%)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의 선호도는 확실하지만, 확장성을 담보할 젊은 세대의 지지도는 미미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갤럽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계 주요 인물 8인에 대한 호감 여부를 물은 결과 한 장관에 대한 호감도는 정치 성향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해당 조사에서 보수층의 64%가 한 장관을 '호감이 가는 인물'로 꼽았다. 이는 해당 조사의 대상이 된 8인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중도층의 한 장관을 향한 호감도는 24%로 홍 시장(29%)·오 시장(30%)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직전 조사인 지난해 12월 2주 차 호감도 조사와 비교할 경우 한 장관에 대한 보수층의 호감도는 9% 상승한 반면, 중도층의 호감도는 3% 하락했다. 

현재 한 장관은 보수층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 확장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관건은 한 장관의 권력 의지에 달려있다. 그간 한 장관은 지속해서 본인의 출마설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국회에서 이어지는 한 장관의 정치적 발언과 이어지는 언론의 높은 주목도는 끊임없는 출마설의 원동력이 됐다.

아울러 한 장관은 지난 7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의 '농지개혁'을 산업화의 근간이라고 평가하며, 법무부의 현안인 이민 정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장관의 위치에서 국가의 흥망에 관한 고민을 논하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한 장관의 이날 강연 역시 대권주자로서의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따라서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한 장관 스스로 정치적 욕심이 없을 경우, 윤석열 정부의 최일선에서 공격과 방어를 담당하는 현재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 장관이 대권주자로서의 권력의지가 존재한다면. 부족한 확장성은 그의 숙제로 남을 예정이다. 

현재 윤 대통령의 황태자로 불리는 한 장관의 위치는 양날의 검이 된 모양새다. 정권의 2인자인 한 장관은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보수층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아래 정권의 핵심인 한 장관이 독단적으로 확장성을 키우는 것도 모순이라는 평가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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