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발장 공개, 페놀 폐수 불법 배출 논란…전방위 압박 거세져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공장 정문 앞에서 '페놀수 불법 배출 혐의' 관련, 지난 12일 인근 마을 주민 800여명이 모인 시위 현장 뒤로 공장 굴뚝에서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뉴시스]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공장 정문 앞에서 '페놀수 불법 배출 혐의' 관련, 지난 12일 인근 마을 주민 800여명이 모인 시위 현장 뒤로 공장 굴뚝에서 수증기를 내뿜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유해물질 '페놀'을 무단으로 배출한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지역민은 물론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합세해 격양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측이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성마저 의심받는다. 일부 지역민들은 농성을 벌이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찰시키고 있다. 

- 시민단체 "사회적 책임 망각하고 맹독성 페놀을 불법 방류" 주장…수사 계속
- 사측, "공업용수 재활용…환경오염 없어", 성일종 의원 "서산시민과 약속 무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최근 물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겸 회장, 주영민 현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ㆍ강달호 전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ㆍ고영규 공장장(부사장)을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일요서울이 서민위 홈페이지를 통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검찰의 기소에서는 실질적인 회사의 운영자 및 경영진은 빠져나갔다"며 "권 회장과 주 대표가 해당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유해 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재활용수를 계열사 공장 등으로 무단 배출한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사실은 물환경보전법 위반 종범에 해당하며 주영민 현 대표이사 또한 무단 배출 등이 환경오염에 따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사실마저 묵인, 사회적 책임 회피로 일관한 방조 사실은 직무 해태를 비롯해 물환경보전법 위반 종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서민위는 고발장을 통해 "(이번 일은) 대산지역 주민을 두 번 죽이면서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유발할 개연성이 충분한 현실을 간과할 대 이 사회를 지탱할 상식과 원칙이 송두리째 흔들려 공정과 정의의 국민적 사고는 외면, 편법이 난무 하는 등 법치국가에 대한 신뢰마저 깨는 시금석이 될까 우려되어 현실을 바로잡고자 고발한다"고 적시했다.

- 검찰 기소되자 서산시민들 비난 봇물 

앞서 검찰도 지난 11일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원 7명과 현대오일뱅크 법인을 기소했다.

이들은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폐수배출시설에서 나오는 수질오염물질 페놀이 함유된 폐수 130만 톤을 방지시설에 유입하지 않고 공장 내 가스 세정시설의 굴뚝을 통해 대기 중으로 증발시켜 무단 배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 폐수에는 리터당 최대 2.5㎎의 페놀과 38㎎의 페놀류가 검출돼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물환경보전법상 폐수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폐수 내 페놀 허용치는 리터당 1㎎, 페놀류 허용치는 리터당 3㎎ 이하다.

또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폐수 146만 톤을 자회사인 현대오씨아이 공장과 현대케미칼 공장에 떠넘기기도 했다. 이들은 폐수처리장 신설 비용 450억 원과 자회사의 공업용수 수급 비용 절감(연 2~3억 원)을 위해 폐수 불법 배출을 감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유필동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이 지난 12일 공장 앞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시민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이를 거부하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결국 이들의 갈등은 법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알려진다.

유필동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이 12일 오전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공장 앞에서 '페놀 불법 배출한 혐의'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유필동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이 12일 오전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공장 앞에서 '페놀 불법 배출한 혐의'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유 부사장은 이날 규탄대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검찰과 함께 공동 조사하자고 저희가 많이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공업용수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의 대기 배출은 없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사실관계를 규명해 지역사회 불안과 오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다할 것이며 공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안전 문제 해소를 위해 현재 집중적으로 시설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도 현대오일뱅크는 입장문을 내고 '대산공장 공업용수 재활용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다'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안은 '물 부족에 따른 공업용수 재활용' 건으로 위법의 고의성이 없고 실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미 사용한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재활용수를 폐쇄 배관을 통해 대산공장 내 계열사 설비로 이송, 사용했다"며 "방지시설을 통해 적법한 기준에 따라 최종 폐수로 방류하였기 때문에, 국민건강과 공공수역을 비롯한 환경에 어떠한 훼손이나 위해도 끼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현대오일뱅크 측이 반성하는 자세가 전혀 없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 전현직 임원 7명 기소…. 서산 시민 간 긴장 고조

특히 현대오일뱅크 본사가 있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죽리 도로 곳곳에는 주민 등이 내건 이 회사의 행위를 비난하는 수십 장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주민들을 우롱하고, 이익에만 눈먼 운영 이제는 참을 수 없다”, “현대오일뱅크 악덕 기업이 따로 없다. 돈은 아깝고 목숨은 아깝지 않았구나” 등이다.

서산·태안을 지역구로 둔 성일종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현대오일뱅크의 ‘페놀 배출 혐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성 의원은 “현대오일뱅크는 시민과의 약속을 무시하고 국회를 우롱했다”며 가스 세정 시설에서 폐수를 사용하면서 환경부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와 배출 기준에 부합했는지 등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폐수 불법 배출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회 차원에서도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서산시의회 환경오염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지난 13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환경부 앞에서 현대오일뱅크의 '페놀 수 불법 배출 혐의'와 관련해 한화진 장관을 향해 "기업 옹호 발언으로 18만 서산시민에게 상처를 줬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이 사건은 2021년 8월 권익위 공익제보로 알려졌으며, 2022년 10~11월 의정부지점은 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과 서울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을 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의 혐의 입증을 위해 2022년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관련자 조사와 유관기관과 실험을 진행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물 환경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기 위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내달 18일 오전 10시 10분에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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