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온건파’ 원내사령탑, 정기국회 의정 성과에 명암 갈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뉴시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원내대표는 당대표와 함께 정당을 대표하는 투톱 간판이다. 당대표는 대외적으로 정국 흐름을 주도할 밑그림을 그린다면, 원내대표는 여의도 국회 의정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전술에 골몰한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여의도 정가에서 ‘젠틀맨’으로 통하는 온건파 인사들이다. 여야 극한대립에 김기현‧이재명 지도부가 상호 폭격에 화력을 집중시키는 와중에 두 원내대표는 대립보다는 절충에 방점을 둔 의정으로 중도 민심에 손을 뻗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런 그들도 혼돈이 불가피한 이달 정기국회와 내달 국정감사를 앞두고선 속내가 복잡하다. 빨라진 총선 시계추도 두 원내사령탑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올린 이념 전쟁은 차치하더라도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양평 고속도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등 쟁점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당장 정기국회를 주도해야 하는 여야 안주인들은 저마다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아울러 수위 높은 공세를 주고받으며 진영논리의 늪에 빠진 양당을 어떻게 디톡스(detoxification, 독소 제거) 하느냐도 이들에게 주어진 숙제다.

지난 1일부로 후반기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오는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두 원내대표는 하반기 중대 국면에서 화두에 오를 쟁점 현안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위상이 갈릴 전망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비명(非明)’ 원내대표의 숙명...정기국회가 시험대

국회 최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지난해 8월 이재명 체제가 들어선 이후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갈등으로 내내 홍역을 치러야 했다.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득표율 0.73%포인트라는 미세한 격차로 석패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유력 대권주자 타이틀을 앞세워 변방 장수에서 일약 원내 제1당 당수가 됐다. 그러나 각종 사법리스크를 품은 그가 주요 국면마다 민주당을 체포동의안 딜레마에 몰아넣고 있다는 당내 비명계의 반발과 퇴진 요구가 이어지면서 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비명계 또한 친명 지도부의 득세와 강성 당원의 등살에 당내 입지가 풍전등화인 상황이다. 전당대회 경선룰과 총선 공천룰 등에서 강성 당원 등 친명의 입김이 커지는 반면, 전통적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의 영향력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더불어 김은경 혁신위가 남긴 ‘대의원제 폐지’ 혁신안이 친명-비명 갈등의 핵심 뇌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재명 체제가 검찰발 풍파를 딛고 일어설 경우 줄곧 대립각을 세웠던 비명계가 총선 공천을 기점으로 사지(死地)에 내몰리며 ‘분당’이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이는 민주당의 두 계파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온전히 화합할 수 없는 이유로 지목된다.

박 원내대표는 비명계로 꼽히는 인사다. 당초 이낙연계 인사로 분류됐던 그가 지난 4월 28일 친명 원내지도부가 탄생할 것이란 정치권 관측을 뒤집으며 박홍근 전 원내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비명계 원내대표가 마주한 현실은 냉엄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퇴로 없는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이재명 지도부를 조력하기에 앞서 당내 계파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한다는 물밑 선결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야권 한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에 대해 “원내대표 본연의 업무인 내부 화합을 뒤로하고 비명계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기도, 그렇다고 친명 지도부를 적극 돕기도 애매한 위치”라며 “다만 하반기 정기국회를 안정적으로 이끈다면 당 지도부가 궐위 상태에 놓이게 될 경우 비상국면을 지휘할 대체재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당 내부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지도부 퇴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경우 ‘박광온 비상대책위’가 출범할 것이란 관측도 엄존한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현 지도부가 물러나게 되면 비상대책위를 누가 이끄느냐도 관건”이라며 “어찌됐든 박광온 원내대표가 후반기 정기국회에서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현안으로 유의미한 반사이익을 거둔다면 추후 비대위를 이끌 적임자로 추대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박 원내대표가 계파 갈등이라는 내부 이슈에 골몰하기보다 국회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게 해당 의원이 시각이다. 반면 정기국회에서 민주당이 주춤할 경우 친명계를 중심으로 박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에 불이 붙으며 중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도 부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尹 ‘대야 공세모드’ 김기현 지도부와 보조 어떻게   

국민의힘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전쟁 선포 후 부쩍 대야 공세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김기현 당대표는 최근 대선공작 의혹 등을 놓고 ‘반국가 범죄’ ‘사형’ ‘1급 살인죄’ 등 수위 높은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지난 14일 무기한 단식 농성에 나선 이 대표를 향해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이 대표 건강이 악화한다고 한다. 어제 이 대표를 진단한 의료진도 단식을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고 전해진다. 거대 야당의 대표가 정부 국정운영을 점검하고 내년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하는 정기국회에서 단식을 계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당정이 이렇듯 윤 대통령과 김 대표를 필두로 보수진영 대결집을 촉구하며 대야 총공세에 나선 만큼, 윤재옥 원내지도부도 국회 의정에서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방어하며 후방을 튼튼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9월 정기국회를 기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잼버리 파행,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의 편파 심의 논란, 정부의 내년도 긴축재정 기조 등 쟁점 현안을 매개로 당정을 향해 총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살얼음 정국에 10월 예정된 국정감사 이슈가 묻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런 가운데 윤 원내대표의 역할론에도 이목이 쏠려있다. 그는 그간 안정감 있는 원내 리더십을 선보인 탓에 당내 평판도 대체로 우호적이다. 다만 윤 원내대표의 그런 안정감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국민의힘의 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은 “윤재옥 원내대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쟁점 이슈와는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면서 “당대표를 보좌하고 정책정당으로서 합리적인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은 원내대표로서 기본 소양이다. 다만 9월 정기국회를 시작으로 민주당이 사생결단에 나설 게 뻔한데, 이 때 원내지도부가 적극 나서서 김기현 대표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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