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들 일자리 보장돼야
여성폭력 방지 위한 대책 마련 시급

최효자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장.(사진= 이예림 기자)
최효자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장.(사진= 이예림 기자)

[일요서울ㅣ부산 이예림 기자] 지난 9월 1일 양성평등 주간을 맞이해 최효자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회장이 취임 6개월 만에 대통령 표창장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최 회장은 이번 수상에 “선대 회장님들이 쌓아놓은 것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기쁘기도 하지만 받기 부끄러운 마음이 더 큽니다”라고 겸손을 보였다. 

사실 취임 반년밖에 되지 않는 단체장이 대통령 표창이라는 큰 상을 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부산시 여성을 대표하는 상인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다시 말해 부산시 여성인권이 한걸음 한걸음 미래를 향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쁨도 잠시, 최 회장의 행보는 바쁘다. 부산 여성들의 인권 확립과 그녀가 담고 있는 부산여성들만의 미래에 대한 철학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Q. 대통령 표창장을 받았는데 소감은?

A. 사실 저보다 더 훌륭한 선배들이 많이 계신다. 선대 회장님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 상을 내가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당황스럽고 부끄럽지만 너무나 영광스러운 큰 상이기에 한편으로 엄청 기쁩니다.
 
Q. 취임 후 6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은?

A. 취임 이전부터 협의회 일을 해왔던 나지만, 그때와 비교하니 무게감이 다릅니다.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무엇보다 사각지대에서 힘들어하는 여성들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지난 2월 28일 취임 이후 제대로 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들이 해야 할 일들,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활동 중인 여성보다 비활동 중인 여성이 훨씬 많아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에 대한 편협된 사고가 많이 잔존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 활동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러한 비활동 여성들을 위해 여성단체협의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땀 흘리며 뛰겠습니다.

Q. 사각지대 소외 여성들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A. 제 취임사에서도 공약으로 나와 있는 사안입니다. 특히 경력단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부산은 많지 않은 청년층에 아이까지 적게 낳다 보니 경력단절에 대해 관심이 미비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느껴본 바로는 아직 경력단절에 대한 복지가 많이 부족합니다. 실제로 인구가 적다 보니 목소리를 대신 높이고 싶어도 한계에 부딪힙니다. 

이들은 여전히 임신으로 인한 경력단절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직장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꺼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특정 직군의 경우 임신 순번이 있을 정도로 제대로 된 보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출산휴가자의 대체 자리도 1년 계약직이다 보니 고용주 입장에서도 고충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넘긴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너무나도 낮습니다. 임신여성들의 복지 문제는 차후 문제라는 겁니다. 양육환경 이전에 출산에 대한 지원과 복지가 우선되어 출산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Q.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산’을 만들려면?

A.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부산에서 인프라 자체를 구축해야 합니다. 단순히 조건이나 환경만 좋은 것이 아니라 부모가 부산에서 살아야 합니다. 지방에 거주 중인 청년들은 지방에서 태어나 살았기 때문에 지방에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있어 이탈하는 겁니다. 아이를 위한 지원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부모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 즉, 인프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현재 일자리 인프라로 엑스포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게 좋은 예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Q. ‘양성평등 콘서트’를 열게 된 계기는?

A. 9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 주간입니다. 원래는 양성평등 대회였는데 지난해부터 양성평등 콘서트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양성평등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각 단체별 인터뷰와 개인 인터뷰도 병행했습니다.

여기에 콘서트에 1000여명이 참석하여 알차고 특별하게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번 콘서트가 여성평등과 관련해서 매우 의미가 있었던 콘서트로 남았습니다. 

기성세대, 특히 남성들에게는 양성평등에 대한 의식을 인지시킨다는 게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나도 밥을 하고 있어요”리며 전통적 성 관념을 깨부수는 일들이 일어나면서 무척 인상 깊었던 현장이었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틀에 박힌 콘서트 행사가 아니라, 감동을 준 콘서트였다”라는 후문을 남겼습니다. 

Q. 실버여성들을 위한 복지는?

A. 사회복지사 출신인 저는 이분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실버여성들에게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점은 고독사입니다. 

실제로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더 높은 여성들의 경우, 자녀들의 분가로 홀로 남겨진 실버여성들이 많습니다. 

10년 전 제가 동래구 여성 단체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고독사가 문제시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지금까지도 보급되고 있습니다. 

사실 노인에 대한 복지는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요즘 들어 노인유치원, 복지관 등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사회 군데 군데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분들이 누굽니까, 대한민국 근현대사 발전을 이끄신 분들입니다. 딱히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체계적 사회 정립을 위해서라도 어르신들에 대한 복지는 필요합니다. 

사회복지는 계층 간의 분란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미국 할럼가의 경우, 인종과 계층 간의 폭동이 빈번히 일어나기도 하는데 여기에 법과 복지가 없다면 어찌 될까요, 아마 혼돈으로 뒤죽박죽될 겁니다. 마찬가지로 실버여성들에 대한 복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의무입니다. 이들에 대한 차별로 사회적 이슈로 야기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변질될 것입니다. 이들에 대한 복지가 신속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Q. 묻지마 여성 폭력에 대한 예방책은?

A. 피해자돕기위원회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제가 만든 겁니다. ‘동래 향나무’라고 검색하면 나옵니다. 설립한 계기는 질문처럼 폭력 방지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몇 년 전 동래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묻지마 폭행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길을 가던 여성이 퍽치기를 당했던 사건이며, 이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설립했고 그분들을 계속 지원했습니다.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안전사각지대가 많습니다. 언제든 묻지마 폭행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최근 칼부림 사건만 봐도 그렇습니다. 여성안심 길거리와 같은 정책으론 이를 막지 못합니다. 저의 생각으론 비상 안심벨이 좋은 정책이라고 여겨지지만 예산 문제가 벽에 막힙니다.  
실제로 다른 시에서 먼저 설치되어 운영했으나, 예산 문제로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한다고 하기에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예산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보다 좋은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Q. 정부로부터 보조금은?

A. 정부로부터의 보조금은 일절 없습니다. 비영리단체인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로서는 열악한 살림을 살고 있는 거죠. 회원 한 사람 모두가 사명감 없이는 정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처음 회장이라는 직책을 고사했지만, 누군가는 책임감을 가지고 맡아야 된다는 의무감에 마음을 다잡고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막상 회장을 맡다 보니 제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았습니다.

단체 운영에는 돈이 들게 마련입니다. 실무를 보면서 힘이 빠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 회원 모두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기를 희망해 봅니다.

Q.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의 회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A. 지금도, 앞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취임한 지 겨우 6개월이 지났는데, 마치 2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저더러 이사님들이 일을 너무 많이 만든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제 눈에는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걸요. 

저는 “앞으로”, “향후” 이런 것들보다 “반드시 만들어 놔야 하는 일들”로 질문을 바꾸고 싶습니다. 

계획 중인 일들 중 한 가지만 얘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선 여성인권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여성이어야만 할 수 있는 일들도 만들어야 합니다. 처음이 힘들지, 첫 길만 터준다면 차후 만드는 것은 쉬울 것입니다. 그 길이 험난해도 괜찮습니다.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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