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습니다.” 지난 619,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 대표가 한 말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 이재명 스스로 한 이 말에 개딸들은 환호를 보냈다. ‘멋있다. 믿고 갑니다’ ‘정면승부해도 승산이 있다. 그 정도 털었는데 결정적인 게 없다면 이미 승부가 난 거다’ ‘역시! 적극 지지합니다물론 보수 지지자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또 거짓말하네” “불체포 특권 포기한다니 진짜인 줄 알더라.” 누구 말이 맞았는지, 우린 알고 있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백현동 개발 건에 대해 체포영장이 임박하자 이재명은 첫째, 부인과 변호사를 동원해 이화영 재판을 방해했고, 둘째, 출석날짜를 핑계로 검찰 출석을 미뤘으며, 셋째, 속이 뻔히 보이는 단식을 자행하는 등 입버릇처럼 말하던 당당한 출석을 내팽개쳤다. 그 하이라이트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SNS에 올린, 부결지시문이었다.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불과 석달 전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다.

시사프로 <돌직구쇼>는 민주당 패널로 나온 한민수 대변인에게 당대표의 약속 뒤집기에 관해 묻는다. 그는 뭐라고 했을까. ‘윤석열 검찰 정말 대단하다. 그간 수많은 악재가 쌓였다. 채상병 사건 대통령실 외압, 후쿠시마 원전, 홍범도 장군 문제 등등.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길게 속일 수는 없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대변인이 귀라도 먹은 걸까. 그의 말은 계속된다. ‘비회기 때 영장을 칠 기회가 세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넘친다고 하면서 영장을 치지 않았다. 정기국회가 시작되니 단식 중인 사람을 두 번이나 불렀다. 그렇게까지 모욕을 주면서 영장을 쳤다. 이게 뭐겠냐. 야당을, 이재명 대표를 옭아매려는 거다. 오늘 한동훈 법무장관은 영장설명하러 나와서 모욕적인 언사를 써가면서 공격을 할 거다. 그런데 이재명은 국회에 나가지 못하니, 본인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지 않느냐?’ 이게 약속 뒤집기에 대한 답으로 적절할까? 모 언론사에서 논설위원을 하던, 그리고 당 대변인을 맡은 이의 말 치곤 너무 졸렬하다. 이건 한민수만의 일이 아니어서, 시사프로에 나가는 민주당 패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대표를 감싸려 궤변을 일삼는다. 이유는 한 가지, 차지 총선의 공천권이 당대표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장관이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을 할 때 양이원영, 박대출, 박범계 등이 고함을 치며 발언을 제지한 것도, 비명계로 분류된 고민정이 이재명이 단식을 하던 천막에 자주 모습을 비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재명의 사례는 당대표가 공천권을 갖는 게 왜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가 당대표가 되다 보니 정당 전체가 방탄의 수렁이 빠져버리잖은가? 물론 각 정당마다 공천을 담당하는 공천심사위원회’ (공심위)가 있지만, 공심위가 만들어지는 시기는 선거 두어달 전, 그나마도 당과 선거에 대해 잘 모르는 외부인들로 구성된다. 이들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인물을 검증해 제대로 된 후보를 내는 건 불가능하다. 공심위가 당대표가 뽑은 이를 승인하는, 들러리 역할만 하는 건 이 때문, 당대표를 향한 충성경쟁이 벌어지는 건 필연적이다. 동아일보 기자인 이진구는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란 책에서 여기에 관한 개선책을 주장한다. “공심위를 상설기구로 하고, 당내 독립기구로 위원장의 임기를 총선 시기와 일치시켜 4년으로 보장하자는 것, 이렇게 된다면 당내외 인사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한 적합한 인재를 공천할 수 있고, 현역의원들도 당대표 시다바리 역할을 하는 대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서 재공천을 받으려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본다면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은 민주당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일 수 있다. 반란표를 던진 이를 색출하는 대신, 그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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