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정신노동자(精神勞動者)에 의해 돌아가는 듯 하지만, 실상은 육체노동자(肉體勞動者)가 근본이 되어 돌아간다.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요소인 입을() , 먹을() , 잠을 자는() 곳 모두 육체노동자의 피땀 없이 공급되지 않는다. 농부의 고된 노동 없이 먹을 것을 제공받을 수 있는가. 게다가 대농(大農)이 아닌 경우 노동의 대가(代價)조차 제대로 기대하지 못한다. 그저 본전치기만 해도 감지덕지다. 우리가 입고, 신고, 쓰는 모든 의복과 신발, 모자, 가공품 따위를 의사, 판사, 검사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큰집, 작은 집 가릴 것 없이 건설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집이 만들어지지만, 넓고 화려한 집에는 주로 고임금이나 사업자인 정신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육체노동자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참 부족하다. 예의는커녕 도리어 무시하고 차별한다. 직접생산자인 육체노동자는 정신노동자에게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감당하기 힘든 육체노동의 강도는 순전히 육체노동자의 선택으로 간주하며 저임금을 당연시한다. 이제는 기계들로부터도 무시당하고 밀려난다. ‘임금(賃金)’이란 근로의 대가로 받는 돈이다.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임금은 노동의 대가다.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을 들여 일한다는 것은 삶의 한 부분을 내어주는 것이다. 노동자는 자신의 삶을 임금과 교환한다. 그런데 어떤 노동은 금값을 받고, 어떤 노동은 똥값을 받는다면 그게 올바른 사회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육체노동이 정신노동에 비해 저임금을 받아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내년기준 우리나라 최저시급은 9,860원이다. 한 달 209시간(40시간) 일한다고 할 때 월급은 206740원이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실상 최저임금은 삭감된 것이다. “과도한 임금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키운다.”는 관료의 목소리는 공허하고 몰인정하다. 과도한 고임금은 억제하고, 지나치게 낮은 저임금을 개선할 방법은 왜 포기하는가. 단순노동자를 포함한 육체노동자의 삶이 극심한 차별에 방치당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물론 경우에 따라 많이 다르다. 대기업 육체노동자는 강력한 노조의 교섭력을 바탕으로 정신노동자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고임금을 받고 있다. 근무환경과 복지 측면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는다. 공기업 육체노동자도 안정된 노동환경에서 안정된 보수를 받는다. 게다가 정신노동자는 산업재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감정노동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상사와의 인간관계, 조직 내에서의 극심한 경쟁구도 따위로 고통받는다. 그러나 이런 차이들이 육체노동자의 차별을 당연시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신노동자와 육체노동자, 대졸자와 고졸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동일 노동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불합리와 불평등 구조는 깨부숴야만 한다. 그게 공정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약탈하고, 중소기업이 다시 하청기업을 약탈하며, 공기업이 민간기업을 약탈하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착취하고, 사무직이 생산직을 착취하고, 대졸자가 고졸자를 약탈하는 불평등 구조는 공동체의 상생을 담보할 수 없는 허약한 구조다.

일례를 청소노동자들을 한 번 살펴보자. 높은 노동강도, 열악한 근무 환경, 저임금에 시달린다.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생활임금, 2022년 서울시기준 월급 22594, 시급 1766원에도 미달한다. 수년 전 파견직에서 무기계약직이 된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2023년기준 사원(1)이나 팀장(1) 5년차가 받는 월 기본급이 고작 1999,321원이다. 16년차가 되어도 2114,667원이다. 하지만 20대 국회 인턴조차도 들어오자마자 월 기본급이 201580원이다. 20.6시간 정책으로 지급되는 연장근로수당만도 297,250원이다. 기본급만 해도 청소노동자 16년차 보다 높다. 육체노동자와 정신노동자를 이렇게 차별해야 할 이유란 과연 무엇인가. 열심히 일해야 할 동기가 전혀 부여되지 못하고 있는 노동환경은 그 자체로 야만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기요금을 세 차례 올렸고, 가스요금을 38% 인상했다. 서울시 기준, 직장인 점심식사 비용은 33.8%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준철의 책, 가난의 문법한 명의 개인이 자신과 무엇을 연결 지으며 생활을 이뤄가는지, 위태로운 개인을 둘러싼 사회는 무엇이며 그 전반의 구조가 어떠한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라고 묻고 있다. 오늘도 차별의 늪에서, 육체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한 상태로 허덕이고 있다. 부디 그들과 우리의 추석과 삶이 한숨과 시름이 아니라, 풍성함을 공유하는 행복한 시간과 공간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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