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요즘 정치권에서는 비대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내부에서의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로 내년 총선 승리 때문이다. 현 여야 수장으로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되면서 여야에서 모두 비대위 전환이야기가 적잖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했으나 민주당 수도권 의원 및 비명계의 반란으로 허를 찔렸다. 여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투톱인 김기현-윤재옥 갈등설부터 시작해서 김 대표의 인재영입 과정에서의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비대위 전환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승리하더라도 이준석 전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던 전례처럼 얼마든지 김기현 체제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기현-이재명 여야 당 대표. 뉴시스
김기현-이재명 여야 당 대표. 뉴시스

-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정치적 최대위기...미래 불투명
김기현 강서구청 재보궐 선거 패할 경우 책임론비등

내년 4·10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단연 수도권이다. 서울(49), 경기(59), 인천(13)을 합쳐 총 121석으로 전체 지역구 의석(253)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데다가 스윙 보터성향이 강한 중도층과 젊은 유권자가 밀집한 곳이다. 여야 모두 현재 판세는 수도권 위기론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은 총선 국면에서 가장 위협적인 변수는 상대 정당의 비주류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가 총선을 이끄는 건 상대 정당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비명계 반란..비대위 힘실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사법 리스크에 빠진 이재명 대표 대신 다른 인물을 내세워 총선을 치르는 게 낫다는 주장이 연일 나왔다. 이같은 주장은 민주당 내 비명계를 중심으로 거론됐다. 그런 비명계가 반란을 일으켰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실제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총 투표수 295표 가운데 찬성 149, 반대 136, 기권 6, 무효 4표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가결정족수(출석 의원 과반인 148)를 딱 1표 넘긴 가결이다. 가결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110)과 정의당(6), 시대전환(1), 한국의희망(1),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의원(2)이 모두 찬성했다고 봤을 때 민주당 167명 가운데 29명이 가결에 동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권·무효까지 포함하면 39명까지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표결에 앞서 박광온 원내대표는 당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를 전달하며 체포동의안을 부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에 책임을 지고 민주당 원내 지도부 전원이 사퇴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은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친명계에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이 대표가 최소 법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명계에선 이 대표 퇴진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로 화살을 돌렸다. 김병기 의원은 당 대표 자리를 찬탈하고자 검찰과 야합해 검찰 독재에 면죄부를 준 민주당 의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다음 플랜은 뭐냐, 그게 무엇이든 이제부터 당신들 뜻대로는 안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비명계는 이 대표 사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립 성향을 보이던 의원들도 () 이재명 전선에 합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당내 리더십 교체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 재선 의원은 “2월 체포동의안 표결 때와 달리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이 많다는 건 그만큼 더 이상은 이 대표를 감싸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많아졌다는 것이라고 했고, 친문 성향의 한 의원도 오래 기다려줬다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 대표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은 건 사실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12월이 되면) 비대위가 됐든 총선 체제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그때 가서 (비명계가)일전() 불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이 방탄국회라는 비난은 피했으나 내부 개혁을 위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도 이같은 민주당의 쇄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보다 비대위 전환이 현실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조기 전대는 통상 2개월 이상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 하마평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정대철 헌정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 이들은 계파색이 옅고 현실정치에 이해관계가 희박한 원로급 인물로, 친명-비명이 합의 추대해 절충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이 분열하면 총선 승리를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분열 없이 총선을 치러 승리하지는 취지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뉴시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뉴시스

정세균, 김부겸, 정대철 등 비대위원장 거론

반면, 국민의힘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 지도부가 달라져야 한다는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기대 보수진영을 결집해왔는데, 그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 혁신위원회 출범등 지도부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상현 의원의 혁신위원회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라며 지도부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민주당과) 지지율 격차가 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재영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기조가) 바뀌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톤다운이 아니라 (발언)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혁신에 나서야 하는데 아직 계획이 없는 듯하다“11월을 기점으로 당내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당내에서는 김기현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 김 대표가 광폭행보를 하며 인재영입을 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등이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영입 1호 인사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영입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조 의원을 영입해 서울 마포갑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했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권 행보를 보여온 조 의원을 영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외연 확대를 이유로 1호 인재를 영입했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무원칙 영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다양하고 많은 분을 영입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지만 (조정훈 의원을) '1호 영입'으로 막 내세우는 것은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다“(조 의원이) 정치적 신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최근 우리 당과 뜻을 함께 할 모습을 보여() 당에서 영입을 했지만 인재영입 1호로 내세우기에는 조금 그렇다고 비판했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 김기현 대표 거취 분수령

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 김태우 후보. 뉴시스
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 김태우 후보. 뉴시스

나아가 당내 지도부인 김기현-윤재옥간 갈등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의중이 김 대표가 아닌 윤 원내대표에게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김 대표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진다면 비대위 전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강서구청장 선거를 지켜봐야 한다만약 승리하면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까지) 갈 수 있겠지만 진다고 하면 지도부가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김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을 경우 최고위원들이 사퇴해 김 대표를 끌어내리는 등 이준석 시즌2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김 대표에게 여러모로 강서구청장 선거가 중요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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