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개 보조원 '무자격 부동산 거래' 도마 위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20일 회원제 부동산 중개플랫폼인 Z를 활용해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불법 광고를 한 국내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의 피의자 등 113명도 송치했다. [제공 :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20일 회원제 부동산 중개플랫폼인 Z를 활용해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불법 광고를 한 국내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의 피의자 등 113명도 송치했다. [제공 : 서울경찰청]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전세 사기 위험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중개사무소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개보조원이 공인중개사인 척 위장해 세입자를 속인 사건이 알려지자, 중개보조원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국토부는 문제를 일으킨 중개사와 보조원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중개보조원 광고 수두룩...중개보조원 원칙적으로 광고 못 해
-불법 중개ㆍ사칭 피해 속출….공인중개사 신분증 패용 의무화 추진

일요서울은 최근 부동산 중개플랫폼에 올라온 매물 중 계약이 완료된 '가성비 좋은 매물(가격 대비 상태가 좋은 매물)을 찾았다. 그런데 다음날 같은 중개 플랫폼에 접속해 해당 매물을 검색하자 여전히 거래되고 있었다. '문의하기' 버튼을 누르고 안내받은 번호로 전화하자 "계약이 완료됐다. 다른 매물을 알아봐 주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동차 허위 딜러들이 미끼용으로 저렴한 차량을 올린 후 소비자를 유혹해 다른 차를 판매하는 전형적인 사기 수법과 상통해 부동산 허위 매물을 의심케 했다. 더 큰 문제는 중개보조원의 불법 중개 행위가 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충격을 안긴다.

- 전세 사기 수법 '다양'…. 경찰도 대대적 수사 착수

앞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20일 전세 사기범이 불법적인 주택 광고를 올리는 것을 방조한 의혹을 받는 부동산 중개플랫폼 대표 A(42) 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전세 사기와 연계해 부동산 플랫폼을 수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20일 회원제 부동산 중개플랫폼인 Z를 활용해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불법 광고를 한 국내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의 피의자 등 113명도 송치했다. [제공 :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20일 회원제 부동산 중개플랫폼인 Z를 활용해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불법 광고를 한 국내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의 피의자 등 113명도 송치했다. [제공 : 서울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Z 부동산 중개플랫폼(이하 Z 플랫폼)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임대인이나 부동산 상담업자가 광고를 게시해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범행을 방조한 혐의(부작위에 의한 사기 방조·공인중개사법 위반 방조)를 받는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주택 광고를 올리는 것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해당한다.

Z 플랫폼에는 수도권에서 주택 1139채의 전세 사기를 벌인 '빌라왕' 김모(사망 당시 42세) 씨와 인천 지역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를 벌인 '건축왕' B(61) 씨의 주택을 비롯해 8772건의 불법 광고가 올라왔다.

특히 A씨는 8772건의 주택 광고 중 16건의 주택이 전세 사기에 연루된 것을 인지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들로 세입자들이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임차보증금)은 총 30억 4000만 원으로 추정된다.

A씨 외에도 Z플랫폼에 무자격 광고를 게시한 피의자 113명이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올해 5월19일 불구속 송치됐다.

최근 방송인 덱스도 전세 사기를 당했다며 변호사와 만나 자신의 사건을 상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덱스는 이 영상에서 “전세를 2억 7000만 원에 90% 대출을 받아서 들어갔다. 계약 기간은 2년이다. 맨 처음에 2억 7000만 원을 집주인 A씨에게 드리고 별문제 없이 계약이 끝났다. 그리고 잘살고 있다가 집주인 A씨가 집주인 B씨에게 매매한 거다. 저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나중에 은행에서 연락이 와서 ‘집주인의 명의가 변경됐더라. 정보를 달라’고 해서 B씨에게 전화해 은행에 정보를 입력했다. 문제가 그 집이 오래돼서 겨울에 누수가 발생했다. 그래서 집주인 B씨에게 연락했다. 저보고 자기가 아는 부동산에 연락해 수리비를 받으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서 “어찌 됐든 하라고 했다. 그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이걸 왜 실랑이해야 하지? 내가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 공사를 하고 100여만 원의 수리비가 발생했는데 부동산이 잠적하였다. 그 후 집주인 B씨한테 전화했더니 갑자기 자기가 집주인이 아니라더라. B씨의 정체는 갭 투자자였다. 명의만 빌려주고 돈을 받았다더라. 그래서 제가 등기부등본을 떼서 확인해 보라고 했더니 ‘난 집주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저 사람을 욕해야 할 지도 헷갈린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상담을 맡은 변호사는 “저건 욕을 해야 하는 거다. 명의를 돈 받고 빌려줬다는 거 자체가 명의신탁한 거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다”라고 말했다.

덱스는 “기사도 나고 했을 때 B씨한테 연락이 왔다”라며 “본인도 전세 사기를 당해서 어찌어찌하고 있다더라”라고 말했다.

덱스가 보여준 카톡 내용을 확인한 변호사는 “이 사람은 공인중개사가 아니라 중개보조원일 거다. 그래서 보증보험을 들어놓은 게 천만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 전세 사기 특별 합동단속을 했는데, 전세 사기로 입건된 사람의 40%가 공인중개사 또는 공인중개사 보조원이다. 중개보조원들이 중개사의 명의만 빌려서 중개사인 척 많이 한다. 명의에 대한 책임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처벌도 약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조사 결과 2016~2021년 5년간 중개보조원 고의 사고로 인한 공제금 청구 금액은 약 193억 5300만 원이다. 전체 공제 사고 청구 금액(약 1182억원)의 20%가 중개보조원이 고의로 사고를 낸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최근 국토부가 전세 사기 의심 거래 1300여건을 추출해 조사한 결과 전세 사기 의심자 970명 중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은 42.7%(414명)에 이르렀다. 이 중 공인중개사는 342명, 보조원은 72명이었다.

- 불법 부동산 중개 막기 위해 신분증 달기 추진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정부는 지난 7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오는 10월 19일부터 중개보조원은 의뢰인에게 반드시 신분을 밝혀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중개보조원과 소속 공인중개사에게 각각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고용할 수 있는 중개보조원 수는 중개사 1인당 5명 이내로 제한된다. 중개보조원 채용상한제가 1999년 폐지 이후 24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지자체별로도 중개 업소의 무자격 불법 중개를 막기 위해 중개 보조원의 신분증 상시 착용을 추진하고 있다.

서초구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1786곳의 중개사는 지난 8월부터 신분증을 착용한다. 가로 6㎝, 세로 9㎝ 규격으로 만들어진 신분증에는 공인중개사 이름과 사진, 상호가 적혀 있고 뒷면에는 부동산 중개업 등록번호와 근무 중 명찰 착용 의무, 타인 양도 금지 등 주의 사항이 표시돼 있다.

광양시도 지난 3월 1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양시지회 1분기 정례회에 참석한 개업·소속 공인중개사에게 신분증을 배부했다고 밝혔다.

순천시는 자격이 없는 중개 보조원이 공인중개사 역할을 대신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중개 보조원의 사진과 성명, 업소명 등이 기재된 신분증을 제작해서 상시 착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순천시에 등록된 중개 보조원은 265명이다.

다만 현장에서 신분증 패용을 활성화해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 업계에서도 허위 매물 근절을 위해 노력 중이다 .
'중개 플랫폼 1위' 직방은 서비스 초기부터 ▲안심 광고 프로젝트 ▲안심 운영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또 진화하는 허위 매물 대응 차원에서 ▲고객 안심 호출 ▲헛걸음 보상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다방 역시 허위 매물 근절과 정직한 거래에 앞장선 회원 공인중개사무소를 선발하는 시상식을 2016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여기에 허위 매물 청렴지수를 강화하는 등 투명성과 신뢰도 향상을 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허위 매물 근절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를 사칭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없이 중개할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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