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법부 능멸” vs 국민의힘 “강서구민 무시”
강서구민 “저번에는 됐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다”

강서구 화곡본동시장. [박정우 기자]
강서구 화곡본동시장.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오는 10월11일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가 실시된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태우 후보는 전 강서구청장 출신이었으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으며 구청장직을 상실한 바, 정치권에서는 재출마에 관해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 취재진은 보궐 선거와 김태우 후보 관련 강서구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직접 현장을 찾았다.

지난 9월21일 오전께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서울 강서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김 후보는 당원 조사와 일반유권자 조사를 결합해 이뤄진 경선에서 경쟁 후보인 김진선 전 강서병 당협위원장,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을 제치고 지난 9월17일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는 오는 10월11일 실시된다. 김태우 후보는 전 구청장 시절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징역형을 확정받으면서 구청장직을 상실했고, 이에 강서구는 보궐 선거를 진행하게 됐다. 김태우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사면 복권됐고, 재출마가 가능해졌다.

김태우 후보의 상대는 경찰 출신의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진교훈 후보는 “19년 강서사람, 진짜 일꾼은 민주당 후보 진교훈”이라며 “본인의 귀책사유가 발생한 보궐 선거에서 당사자가 다시 후보자로 출마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는 물론이고, 강서구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보궐 선거의 책임이 김태우 후보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진교훈 후보는 자신이 경찰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안전·안심·민생’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저는 33년간 행정 경험을 갖고 있고, 13만 경찰조직을 이끌었던 사람”이라며 “강서구민의 삶과 안전을 세심하게 살피는 안전·안심·민생 구청장이 되겠다”라고 밝혔다.

진교훈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청 차장을 지냈고, 이번 보궐 선거에 도전장을 던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4일 그를 후보자로 전략공천했다. 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강서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려면 대통령이 신임하는 힘 있는 여당의 구청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김태우 후보가 이른바 ‘윤심’ 공천임을 강조해 힘을 실으려 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는 “낙하산 후보를 내려보내 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집단에 대한 호된 질책이 있어야 한다”라며 “지방살림 행정 경험이 전무하고, 강서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인물을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낙하산으로 내리꽂는 것은, 57만 강서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상대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번 보궐 선거와 관련 “대법원판결까지 무시하고 반헌법적인 행태를 보여 온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교훈 후보자 캠프도 논평을 내고 “사법부에 대한 능멸”이라고 지적하는 등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인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강서구 현장의 소리 “관심 없다, 지겹다”

한편 일요서울 취재진이 방문한 강서구의 분위기는 공방전이 치러지는 정치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강서구 시민들은 현업에 집중하기 바빴고, 연일 입방아에 오르는 보궐 선거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처사였다. 

강서구에서 장식품 가게를 운영하는 30대 여성 박 모 씨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 대해 “나도 관심 없고, 주변 상인들과 손님들도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는다”라며 “얼마 전 선거 유세 때도 냉랭한 반응이었다. 홍보물을 다들 가게에 버리고 가더라”라고 현장 분위기를 밝혔다.

시장에서 식자재를 손질하던 60대 여성 정 모 씨와 김 모 씨도 마찬가지로 “시장 상인들끼리도 (보궐 선거) 얘기를 잘 안 한다. 다들 관심 없는 것 같고, 이제는 지겹다”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던 20대 남성 원 모 씨와 여성 김 모 씨는 “선거하는 건 알지만, 투표할지는 모르겠다”라며 “(부정적인) 말도 많고, 정확히 어떤 후보가 논란인지도 모르겠다. 모두 생소하고, 지금 주어진 일을 하기도 바쁘다”라고 전했다.

김태우 후보 어때요? “무관심·낙선·민주당”

재출마하는 김태우 후보에 대한 평가도 낙관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강서구민은 무관심했고, 현장의 시민들은 대부분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식당에서 만난 50대 남성 오 모 씨는 취재진의 ‘김태우 후보에 대한 평가와 재출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전에 잘했으면 모르겠는데, 감옥에 다녀온 뒤 다시 출마하면 이번에는 잘할 거라고 생각하겠는가”라고 답변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최 모 씨는 “어차피 (당선이) 안 되지 않을까. 아무도 김태우 후보에 대해 관심이 없다”라며 “이미 (구민의) 신임을 받았다 져버린 사람인데, 다시 당선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40대 남성 박 모 씨는 “강서구는 민주당이 세다. 시장 상인들이 얘기하기를, 저번에는 됐지만, 이번에는 다들 쉽지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라며 “범죄로 구청장직을 상실하기도 했고, 다들 (김태우 후보를) 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서구 갑·을·병(강선우·진성준·한정애)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박 씨의 답변을 듣던 식당 손님 70대 남성 이 모 씨도 “윤석열 대통령이 그러면 안 됐다. 감옥에 들어가고 석 달 만에 사면하는 게 말이 되냐.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라며 “보수층은 대부분 중도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중도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했다.

강서구 이곳저곳에서 만난 구민들은 일관되게 이번 보궐 선거에 대해 무관심하면서도,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렸다. 여·야 후보 간의 공방전만 치열한 가운데, 현장의 열기는 달아오르기는커녕 냉랭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정당을 위한 대리전’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한편, 시민들은 진정으로 강서구를 위한 경쟁이 되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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