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위증교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국 26일 정치 명운이 걸린 심판대에 섰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이 대표가 구속되거나 영장이 기각될 수 있는 만큼, 중대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헌정사상 제1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로 인해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첫 사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경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직접 출석했다. 이에 따라 법원(유창훈 부장판사)은 피의자로 지목된 이 대표를 심문하고 이르면 오늘 밤에는 구속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내년 22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지형을 크게 뒤흔들 만한 중대 변수로 꼽힌다.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 여부와 총선 전 비상국면을 진두지휘할 새 지도체제 구성 문제 등으로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 체제를 굳히며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표를 던진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처분'을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법원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입원 중인 녹색병원을 나섰다.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짚은 채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의 부축을 받으며 당 지도부 인사들과 지지자들의 배웅 속에 법원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향후 대응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관여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 3대 의혹 및 혐의로 이번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앞서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비명계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이탈표가 나온 것이 헌정사상 초유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법원의 영장심사에 앞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이 대표 엄호에 총력을 폈다. 해당 탄원서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161명을 포함해 90만여 명의 친명 지지층 및 당원들의 서명이 담겼다. 

이재명 구속 시 '민주 대혼란', 영장 기각 시 '비명 코너로'  

이 대표 구속 여부에 따라 민주당의 향배도 크게 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지도부 공백에 대혼란이 불가피한 반면, 영장이 기각될 경우 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를 더욱 공고히하며 진영 대결집 효과를 가져갈 수 있다. 아울러 국회 체포동의 국면에서 '가결파'로 지목된 민주당 비명계에 대한 처분도 핵심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선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친명 색채를 더욱 굳힐 것으로 보인다.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새 원내대표 후보군이 친명계로 채워진 만큼, 친명 원내체제 출범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가 당권을 더욱 굳히며 민주당의 결속력도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정치 검찰' '검찰 정권' 등의 구호를 앞세운 야당 십자포화에 당정도 거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불구속이 결정되면 '체포안 가결 리스트'에 포함된 비명계 의원들의 거취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된다. 친명계 의원들과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비명계를 축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센 만큼, 현실정치로 복귀한 이 대표가 즉각 친명 인사들을 요직에 전면 배치함과 동시에 비명계 정리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당에 체포안 부결을 호소한 바 있다.

다만 이 대표가 오히려 당내 비주류를 포용하며 총선 전 '민주당 대통합' 기치를 전면에 내걸 수 있다는 관측도 엄존한다. 그간 비명계의 집단 탈당 및 분당(分黨) 가능성이 꾸준히 점쳐졌던 만큼,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 내홍을 전면 봉합하며 내년 총선에 당력을 집중시키는 대승적 판단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체포안 표결이 익명에 부쳐져 현실적으로 내부 이탈표를 특정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반대로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민주당은 파국을 맞게 될 전망이다. 당장 이 대표의 구속과 동시에 당 내부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론이 불거질 수 있다. 친명 원내지도부가 출범한다고 해도 당대표 부재 상황에서 친명 리더십을 이어가기엔 물리적 여건이나 명분이 부족하다는 게 중평이다.

아울러 이 대표 개인의 거취와 별개로 총선은 민주당 의원 전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내년 선거를 겨냥한 새 지도체제를 꾸려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 이에 전당대회 개최 또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가능성이 거론되나, 총선까지 남은 일정상 전당대회보다는 비대위 출범에 무게가 실릴 공산이 크다. 이 경우 비상체제를 이끌 새 인물론이 민주당의 당면 과제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친명-비명 간 전면전과 당내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의 구속으로 리더십에 구멍이 뚫린 친명계는 구심점을 잃게 되는 만큼, 줄곧 당 주류그룹과 대립각을 세웠던 비명계가 당대표 궐위를 틈 타 내부 주도권 탈환을 적극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스스로 당권을 포기하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SNS에 "(이 대표가) 옥중출마도 하고 옥중결재도 해야 한다"고 적은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바 있다. 이는 사실상 총선 전 '옥중공천'과 '옥중출마' 의지를 간접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명계 의원들도 각종 매체를 통해 이 대표의 옥중공천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지금의 시스템이 무너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옥중공천이든 옥중출마든 이재명이 없는 내년 총선은 생각할 수 없다. 만약 (이 대표 구속 시) 지금의 당 체제를 뒤흔드는 세력이 있다면 90만 당원과 지지자들이 가차없이 엄단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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