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尹, 민생 영수회담 응해야" 與 "방탄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해식 사무부총장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해식 사무부총장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석 연휴 중 띄운 '민생 영수회담론'에 여야가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표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이 대표와 야당의 국면전환 시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제2의 방탄 전략'이라며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반면, 민주당은 영수회담 제안 거부는 민생 정치 거부라며 당정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선 법원 체포영장 기각에 기세를 탄 이 대표가 민생을 화두로 꺼내들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추석 당일인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생을 거듭 언급하며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대통령실에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에 직면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마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회동 제안이 '사법리스크 회피용 방탄'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논평을 내고 "아직 벗어나지 못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집중된 여론을 희석하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며 "또 다른 방탄 전략"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모아타운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모아타운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지난 2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 당대표 간 회담이 우선이라며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발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엉뚱한 데 가서 엉뚱한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니"라며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서 여야 대표 회담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정상적 수순"이라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과거 '일대일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제왕적 총재가 있었을 때 했던 것'이라고 언급한 사례를 들며 "여당 때는 영수회담을 구시대 유물이라고 거부하더니, 야당 때는 외상값 맡겨놓은 것처럼 재촉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민생회담 제의를 정쟁화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을 내고 "민생회담 제안이 이렇게까지 벌떼처럼 달려들어 거부할 일인지 의아스럽다"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 남북 정상회담이라도 되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강선우 대변인도 "국민의힘의 영수회담 거부는 결국 불통의 폭주를 계속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그렇게 만나자고 할 때는 무서운지 피하기에 급급하다, 이제 와서 무슨 '딴청 피우기'라 하며 본인과 만나자고 하느냐"고 김 대표를 겨냥했다.

다만 야권 일각에선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이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엄존한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은 "지금은(영수회담 제안으로) 간 볼 때가 아니라 안으로는 대통합, 대탕평을, 그다음에 민생을 구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정책 행보를 해야 된다"고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취지로 회의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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