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鄭命壽, ?~1653)는 병자호란 때 용골대·마부대 등 청나라 장수의 역관(譯官)으로 들어와 우리 동포를 괴롭히고 조국의 산하를 짓밟은 매국노이다. 300년 후에 태어난 정율성(鄭律成, 1914~1976)은 북한, 중국 국적을 취득해 활동한 공산주의 음악인, 작곡가이다.

정율성은 중공 당원이 되어 ‘팔로군 행진곡(현 중공 인민해방군 군가)’을 작곡했으며, 해방 후 북한에 가 인민군 협주단장을 지내며 ‘조선 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김일성에게 바쳤다. 그가 쓴 중공 인민해방군 군가의 가사는 ‘적을 쓸어버리고 마오쩌둥의 깃발을 휘날리자’이다. 그 ‘적’이 바로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는 6·25 때 중공군으로 참전했으며, 1956년 중국으로 귀화하여 1976년 중국 혁명열사묘에 묻혔고, 2009년 ‘신중국 수립 영웅 100인’에 선정됐다.

그런 정율성을 우상화하고자 광주시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작태를 연출하고 있다. 광주시는 정율성을 기념하겠다며 2004년 광주시 양림동에 ‘정율성로(路)’를 조성했고, 입구에 그의 동상까지 세웠다. 광주시는 이런 이적성 기념사업을 고치기는커녕 48억 원의 세금을 들여 ‘정율성 역사공원’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보훈부에 따르면 호남 출신 독립운동가는 2,600여 명, 6·25 때 전사한 호남 출신 학도병이 700여 명이다. 광주는 1929년에 일제에 맞서 독립을 외친 ‘광주학생운동’이 시작된 곳이며, 1980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민주화의 성지이다. 공산당 나팔수를 기념하는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은 이런 독립과 호국, 그리고 민주화에 앞장선 광주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며 역사왜곡이다.

광주 출신으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여사는 “정율성 역사공원은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업”이라며 당장 중단을 촉구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더 이상 광주와 광주시민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

정율성은 조국을 버린 배신자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적화통일하기 위해 우리 부모 형제자매에게 총부리를 겨눈 ‘대한민국의 적’이다. 이 세상에 어떤 국가, 어떤 도시가 침략자들의 부역자를 국민 세금으로 기념한단 말인가?

단지 고향이 광주라는 이유만으로 정율성이 추모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자에게 ‘역사공원’을 갖다 바치는 건 ‘시대의 반역’이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짓밟는 망동(妄動)이며, 호국영령을 조롱(嘲弄)하는 것이며, 후세에 대죄(大罪)를 짓는 일이다.

정율성과 비슷한 경우가 작곡가 윤이상(尹伊桑, 1917~1995)이다. 그는 해외에서 뛰어난 업적을 평가받았지만, 국내에서는 지난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0년 형을 받았고, 2년 후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김일성을 ‘력사상 최대의 령도자’라 불렀고, 김일성 생일 땐 곡을 만들어 바쳤다. 그런 윤이상 부부를 위해 김일성과 김정일은 평양에 음악당과 집을 지어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17년 9월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추모글을 남겼다. “많은 존경 속에 악보 위 선을 자유롭게 넘나들었지만, 한반도를 가른 분단의 선만큼은 끝내 넘지 못했다.”고 했다. 2017년 7월 문 대통령 독일 순방에 동행한 김정숙 여사도 윤이상이 묻힌 묘지를 찾아 나무를 심고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서.”라고 했다.

음악인 윤이상의 공과(功過)에 대한 포폄(褒貶)은 사가(史家)들의 몫이다. 재임 당시 문 대통령 부부가 윤이상의 ‘복권’을 시도하고, ‘민주화’를 운운한 것은 역사에 대한 월권(越權)이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金元鳳, 1898 ~1958)을 ‘국군의 뿌리’인 것처럼 칭송하였다. 김원봉은 일제강점기 때 중국에서 의열단, 조선의용대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한 공이 있다. 하지만 해방 후 월북해 김일성 정권에서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 요직을 맡았고, 6·25전쟁에서 공훈을 세워 최고 훈장인 ‘노력 훈장’을 받은 공산주의자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친일, 독재자 후예라고 몰면서 임기 내내 ‘적폐청산’과 ‘국민 갈라치기’로 대한민국을 종북좌경화의 소용돌이로 몰아갔던 문 전 대통령의 원죄(原罪)는 역사의 냉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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