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사(先黨後私) 칭찬 받은 홍익표 
자생당사(自生黨死) 비판 받은 이재명 

(왼쪽부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왼쪽부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취임으로 인해 당내 다선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3선 중진인 홍 원내대표가 일찌감치 민주당의 험지인 서울 서초을에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이렇다 보니 사법리스크에서 생환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총선 향방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내년 22대 총선에서 원내대표는 험지 출마를 떠나면서도 당대표는 '양지'에 남는 것은 괴리감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경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자 본인이 3선을 달성한 지역구인 성동구에서 벗어나 서초을 지역위원장 공모에 지원했다. 서초을은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야권의 험지다. 이에 '선당후사'를 결정한 홍 원내대표를 두고 '개혁파'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취임에 힘입어,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론이 거론되는 중이다. 친명계(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달 26일 "홍익표 서초을 지역위원장이 당선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홍 원내대표의 험지 출마를 두고 "대선과 지방선거에 연달아 패배한 민주당을 혁신하자는 취지에서 중진으로서 험지에 뛰어드는 보기 드문 모범을 보인 것"이라며 "국민들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계기로, 3선 이상 중진들의 험지 출마라는 민주당 혁신과제가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진 의원 험지 출마론은 결국 다선 의원이 다수 포진된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비명계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4일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무작정 중진을 내치려고 하는데 다른 명분으로 하기 어려우니까 되지도 않는 지역에 그냥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내보낸다면, 속셈은 너무 훤히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계양을서 재선 등판할까? 

다만 당내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홍 원내대표의 서초을 출마는 곧 '양지'에 자리 잡은 이 대표의 행보와도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됐다. 

당시 이 대표는 그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 분당갑을 두고 연고가 없는 계양을을 선택해 명분 없는 출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5선을 달성한 지역구이자, 18대 총선 한 차례를 제외하고 민주당계 후보가 내리 당선된 야권 강세 지역이다. 

반면 분당갑은 20대 총선 한 차례를 제외하고 보수정당 후보가 내리 당선된 여권 강세 지역이며, 당시 국민의힘의 후보로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등판한 만큼 지역구별 당선 가능성은 큰 차이를 보였다.

그 결과 이 대표는 계양을에 당선된 후에도 웃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 대표 본인은 당선됐으나, 그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민주당의 지방선거는 참패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방선거 출구조사를 두고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며 "당생자사(黨生自死).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말해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양지 출마로 비판받은 이 대표가 내년 22대 총선에서는 다른 선택지를 염두에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2차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해 당권의 향방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으나,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인해 다시금 민주당의 얼굴로서 22대 총선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이 대표가 민주당의 총선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징적인 지역구에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친명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경 계양을 출마는 이 대표의 업보인 만큼, 22대 총선에서는 '정치 1번지'인 종로에 출마해 민주당을 견인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아울러 안 의원도 지난 보선에서 성사되지 않은 승부를 낼 것을 주장하며, 지속적으로 이 대표에게 분당갑 출마를 권유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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