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기타연주자들은 한 번에 여러 음 다 아우를 수 있어”

전장수 클래식 기타리스트
전장수 클래식 기타리스트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소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10·20대 청소년들의 멘토로 전장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 가 예일대학교 음악대학원(Yale Uni.)을 졸업한 전장수는 이후 음악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유럽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에 있는 프라이너 콘서바토리에서 관현악지휘를 공부한 한편 비엔나 국립음악대학(Universitaet fuer Musik und darstellende Kunst Wien)에서 기타연주로 최고 연주자 과정(Postgraduate)을 마쳤다.

미국주재 한국대사관(대사 한덕수)으로부터 장학금을 수여 받았고, 특히 미국 예일대학원에서는 전액 장학금으로 Benjamin Verdery 교수와 공부했다. 세계적 거장 Alvaro Pierri 교수를 사사한 그는 ‘가슴이 뜨거운 연주자’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전장수는 미국 유학 시절 독립유공자 및 국가 유공자 자녀들에게 무료로 음악을 가르치고, 한국 적십자 피스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다양한 연주 봉사활동을 통한 사회공헌도 실천해 오고 있다.

한국인 기타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데뷔 독주회(2010년)를 가진 이후 FBI, TSA, DEA 등 미국 정부기관에서 연주했고, 뉴저지 주의회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았다. 아울러 러시아 성 페테스부르크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과 야쿠츠크에서의 협연 활동 등을 통해 러시아 사하공화국 문화부장관상도 수상했다.

귀국 후에는 KT오케스트라, 청주시립교향악단, 카펠라이스트로 폴리타나 쳄버, 목포시립교향악단, 독일 함부르크 오케스트라, 화음 쳄버 오케스트라 등 여러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청주KBS초청, 튀르키예 초청 독주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주, 광주, 전남, 충남, 부산, 대전문화재단, 경상북도의 후원으로 전국 11개 도시 투어 콘서트를 가졌다.

또한, 제2회 대한민국 국제 기타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역임했으며, 2017년에 태국의 아시아 기타페스티벌의 초청연주와 심사위원에 위촉됐고 체코 브르노음대 한국캠퍼스 전임교수를 역임했다.

2018년 10월21일에는 뉴욕의 카네기 Zankel 홀에서의 독주회에서 ‘독도의 사계’ 전곡을 세계 초연했고 뉴욕의 UN 본부에서 인권단체의 초청을 받아 연주했다. 이어 11월11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케스트라로 그의 자작곡인 ‘독도의 사계- 봄, 여름, 가을, 겨울’ 총 12개 악장을 직접 지휘해 발표했다. 연주된 악보는 8개국의 언어로 번역돼 출판됐고 오케스트라 음반으로 발매했다. 2023년 비엔나국제콩쿨에서는 작곡부문 1등을 수상했다.

- 클래식 기타를 연주할 때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또한, 클래식 기타리스트로서 훌륭한 연주자라는 평을 들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클래식 기타는 화음을 다루는 악기이기 때문에 화음을 이해하고 잘 들으면서 연주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C 코드를 이루는 도, 미, 솔 음이 있다면 ‘도’는 코드의 성질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으뜸음. ‘미’는 3음으로 코드의 성질을 장조나 단조로 바꿀 수 있는, 그러니까 ‘도’와 ‘솔’ 사이에서 중계하는 음. ‘솔’은 ‘도’ 음의 배음으로 완전 5도를 이루고 있고 근음인 ‘도’ 음과의 조화를 통해 멜로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음이라는 기본적인 원리를 알고 연주한다면 훨씬 풍부한 소리를 만들고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훌륭한 연주자라는 평을 들으려면…, 꾸준하게 규칙적으로 연습하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송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 잘 아시겠지만 성실함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별로 많지 않아요. 단! 바른 방법이 병행돼야겠지요. 무턱대고 반복연습만 하면 손만 아프고 다치거든요. 인터넷과 SNS가 발달했으니 다방면으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 맞나?’하고 반드시 여러모로 알아봐서 연습 시행착오를 줄이셨음 좋겠습니다.

- 대한민국의 클래식 기타연주자이자 작곡가로서 유명하신데요, 자신은 어떤 음악적 성향을 지녔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역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도시에 연주하러 가면 그 지방 박물관에 들러 선조들의 살아온 역사를 자료라도 보고 옵니다. 음악과는 다른 이야기 같지만 이러한 성향은 결국 ‘음을 매개체로 사람의 철학과 정신을 나타낸다’라는 음악적 정의와 맞아 떨어지죠. 한 예로 우리나라의 건축물 중 오래된 성을 보면 그 시절의 성을 쌓았던 분들의 심정을 생각해보며 성을 왜 쌓았을까? 어떤 식으로 쌓았을까? 등등의 궁금증도 가져보고, 그냥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것처럼 온몸으로 온 시점을 동원해 옛 성을 보고 옛 정취를 느끼곤 합니다.

- 전국의 여러 예고와 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셨는데,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지금도 35년 전 은사님이셨던 손영성 선생님과 서만재 선생님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앞서지만 정말 부모님과 같은 고마운 분들임이 틀림없고 평생 모시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 학생들은 스승과의 정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스승과 부모님 이상의 정으로 엮인 관계가 형성돼야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겠죠. 선생님은 학생을 더 자식같이 생각하고 학생은 선생님을 부모같이 생각하는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는 사회환경이 정착되길 바랍니다.

- 독도를 주제로 한 작품 ‘독도의 사계’를 작곡, 연주해 화제를 몰고 오셨는데요. 독도의 사계란 곡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또한, 어떻게 감상해야 곡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요.

▲독도의 사계는 계절별로 15분씩 총 60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독도의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음악에 담았는데요. 특이한 것은 봄은 숙종 때 민간인 신분으로 일본막부에 독도가 조선의 땅임을 피력한 안용복 장군의 이야기를 담았고요. 여름은 빗물을 받아먹으며 일본 순시선으로부터 독도를 지켜낸 독도의용수비대의 이야기. 가을은 3명의 자식을 두고도 큰 의거를 이루어 내신 윤봉길 의사, 겨울은 민족의 영웅인 안중근 의사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독도에 계절별로 한 번씩 총 네 번을 가보고 쓴 곡입니다. 제일 좋은 감상법은 대한민국 동토 끝인, 대한민국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독도에 가보기를 추천드리고요, 독도에 대한 많은 관심과 함께 곡을 감상하시면 좋겠죠. 참고로 이 곡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습니다.

- 앞으로 공연할 연주회 한두 개 정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11월에 하와이 마우이에서 연주가 있습니다. 이 연주를 수락한 것은 올해가 미주 이민 120주년이기 때문이에요. 1903년 하와이로 121명의 이민자가 사탕수수밭의 노동자로 가셨죠. 그 시대에 그분들은 거의 노예처럼 일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분들께서 그 당시 상해임시정부에 독립자금으로 사용하라며 십시일반 돈을 모아 보냈어요. 이런 일들이 모여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거겠죠. 이런 일을 기념하고 또 김치의 날을 제정해야 한다고 해서 축하 연주를 하러 갑니다. 마우이대학에서 연주하게 됐고요, 이런 뜻 있는 연주를 하게 돼 기쁩니다. 12월에는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 가서 연주와 강의가 있고요. 무엇보다 뮤지컬 ‘조선통신사’의 대본과 작곡을 맡아 현재 제작 중이에요. 첫 시도로 총 500여 장의 삽화를 엮은 애니메이션을 곧 선보입니다.

- 세계적 거장 알바로 피에리(Alvaro Pierri) 교수를 사사했고, 한국인 기타리스트로서는 처음으로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독주회를 열었을 만큼 독보적인 실력을 자랑함에도 지금은 국내외에서 공식적인 독주회를 갖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권태기라고나 할까요? 코로나로 독주회 준비라는 열정을 놓치고 있었네요.

‘코로나 때 더 열심히 연습할 걸’이라는 후회도 있습니다.

현재 작곡하고 있는 뮤지컬이 마무리되면 바로 클래식 기타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싶어요. 그동안은 독주에 치중했지만, 앞으로는 여러 앙상블과 여러 기타 협주곡들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 가슴이 뜨거운 연주자라고 호평받고 있는데, 연주회 때마다 어떤 마음과 신념으로 관객 앞에 서시나요.

▲글쎄요… 클래식 기타가 소리도 크지 않고 일반 관객분들에게는 생소한 악기라 연주 때마다 항상 무언가 개척하는 느낌이에요. 열심히 땅을 파고 씨를 심는다고나 할까요? 열매는 다음 세대분들이 갖겠지만, 일종의 제 사명감인 것 같습니다. 저는 기타전공과도 만들어보고 멋진 페스티벌도 이뤄냈지만, 공은 다른 사람들이 갖고 가더라고요. 하하~ 호구인 셈이죠. 그런 것을 알지만 그냥 제 길이니 가는 거예요. 그러나, 결코 억지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이왕 가는 거 재미있게 무엇인가 나은 방향을 찾아 지금 세대와 더불어 살고 후대에 무엇인가 남겨줄 수 있는 그런 길을 가고자 합니다.

-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며 고충이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대로 클래식 기타연주자만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점과 비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기타는 정말 섬세한 악기입니다. 저는 군악대에서 트럼펫도 연주해보고 섹소폰도 배워보고 했지만 기타만큼 섬세한 악기는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아직도 기타의 섬세함에 비유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어요. 이 섬세함 때문에 연주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때가 종종 있는데요. 클래식 기타연주자들은 현악사중주를 다 아우르는 연주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즉 한 번에 여러 음을 다 아우를 수 있다고 볼 수 있죠. 베토벤도 ‘기타는 작은 오케스트라다’라고 말할 정도예요. 그래서 노래 반주 현악기와 앙상블,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한한 현대적 기법 사용이 가능한, 말 그대로 기타 등등 같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해 현대음악이나 노래,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여러 악기와의 앙상블 등 정말 다양한 음악들을 함께 연출해낼 수 있는 많은 얼굴을 가진 악기죠. 개인적으로 판소리와도 같이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클래식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10·20 청소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모든 것이 그런 것 같아요. 처음 악기를 시작할 때 막연히 뉴욕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해야겠다고 마음대로 꿈꾸었어요. 그런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가서 독주회를 하게 되더군요. 참고로 두 번째 갔을 때 카네기홀은 하루 대관료만 한화로 3000만 원이었어요. 물론 경상북도청과 독도재단이 후원해주셨죠. 저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국가대표로 생각하고 공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일대학원에서 전액장학금을 받았을 때도 저를 키워준 대한민국에 감사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평소에 역사의식이 있었다는 것이죠.

청소년 여러분들, 나라를 찾기 위해 가족도 버리고 독립운동을 하신 어른들께 감사하고, 6.25전쟁 때 공산당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순국하신 600만 명의 희생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해요. 이와 함께 나라가 잘 살 수 있게 멀리 타지에서 달러를 벌어오셨던 어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라를 지키고 있는 민·관·군에게 감사한 마음을 기본적으로 갖고 꿈을 꾸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역사의식을 갖고 꿈을 추구하는 학생은 분명히 그 꿈을 이루리라 확신합니다. 이러한 역사의식이 사명감과 책임감, 배려심 등의 좋은 마음을 이끌고, 이런 마음의 밭에 꿈의 씨앗을 뿌린다면 당연히 그 꿈은 이루어질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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