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가 예상대로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두 자릿수 격차로 질것이라는 것도 선거결과전부터 나온 전망이라 새롭지 않다. 당초 보궐선거 빌미를 제공했던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재출마해 당선된다는 것 자체가 민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가당치도 않은 기대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윤 대통령과 김기현 지도부 수직적 관계 그리고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상상력을 해보자. 우선 윤 대통령의 여의도를 극혐하는 성격상 김 전 구청장을 3개월만에 사면.복권을 한 것이 곧 강서구청장 재출마 의중이라는 당내 해석이 의심스럽다. 오히려 전 정권 내부 고발자에 대한 부당한 사법적 판단에 명예회복 차원에서 배려했을 것이란 게 타당해 보인다.

그래서 김기현 대표는 당초 무공천을 주장했고 공천을 한다고 해도 김태우 전 구청장이 다시 출마하는 데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지도부내 스스로 윤핵관임을 내세우기위해 대통령 의중이라고 여론몰이를 했고 결국 김기현 지도부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김 전 구청장에게 공천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용산은 ‘당에서 알아서 할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강서구청장 선거는 승리시 대통령 몫이 됐고 패배시 당의 책임론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게다가 윤 대통령과 윤핵관 입장에서는 내년 공천전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충성도 테스트도 할 수 있게 됐다.

결과는 완패도 아니고 참패로 나타났다. 내년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 만큼 당은 위기감에 휩싸였고 용산은 책임론에 모른 척 뒷짐만 지고 있다. 그렇다고 바로 김기현 지도부가 비대위로 갈 공산은 매우 낮아 보인다. 김 대표에게 물러나라고 대놓고 할 사람은 윤 대통령뿐이다. 윤 대통령이 가만히 있는데 김 대표가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도 쉽지 않다. 당 대표로 만든 사람도 윤심이고 관두는 것도 윤심이 작동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패배에서 김 대표만큼 위기감을 갖는 인사들은 또 있긴 하다. 바로 여당내 수도권 현역의원과 출마 후보자들이다. 강서구청 선거 분위기라면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도권 현역의원들과 출마 후보자들이 단체로 ‘김기현 간판으로 수도권 승리가 요원하다’며 사퇴를 압박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공천이 보장된 상황에서 벌어졌거나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모를까 그렇게 간 큰 국민의힘 금뱃지를 찾기가 어렵다.

결국 김기현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는 필요충분조건인 상황이다. 김 대표가 무공천 원칙을 지켰거나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공천하고 패했다면 김 대표의 미래는 또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어차피 질 선거 용산과 각을 세우기보다는 충성스런 당 대표로서 패배해 당을 일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게 결과적이지만 대표직을 더 유지하게 됐다.

문제는 당이다. 승리한 민주당은 바로 ‘민주당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라며 겸손 모드로 돌입했다. 오히려 국힘보다 더 당 변화에 나설 태세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쇄신책을 보여줘 멀어진 수도권 민심을 잡을 수 있을 지가 숙제로 남았다. 김 대표가 물러난다면 아마 그 결과물이 나온 순간이 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