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의혹이 사실로 "없는 주식을 공매도 주문"

[일요서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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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그간 시장에서 의혹으로만 제기된 글로벌 IB(투자은행)의 관행적인 불법공매도행위가 최초로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는 2개사다. 이들 회사는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 등으로 불법 공매도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유사한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수탁 증권회사의 위반가능성 여부 등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홍콩 소재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 기간 중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 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A사는 다수의 내부부서를 운영하면서 필요시 부서 상호간 대차를 통해 주식을 차입(대여)하는 과정에서 대차내역 등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 소유주식을 중복계산해 과다표시된 잔고를 기초로 매도주문을 제출했다. 

그 결과 매매거래 익일(T+1)에 결제수량 부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원인규명 및 시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후차입 등의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사실상 방치한 혐의다. 또한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A사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지속적으로 수탁한 것으로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동사는 위탁자와 공매도포지션․대차내역을 매일 공유했으며, 결제가능여부 확인 과정에서 잔고부족이 지속 발생했음에도 결제이행 촉구 외에 원인파악 및 사전예방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제공 :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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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홍콩 소재 B사는 2021년 8월부터 2021년 12월 기간 중 9개 종목에 대해  160억 원 상당의 무차입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B사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왑계약을 헤지하기 위해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스왑계약을 체결하고 이에 대한 헤지주문(공매도주문)을 제출했다. 이후 최종 체결된 공매도 수량을 기초로 차입계약을 사후확정하는 방식으로 내부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위법행위를 방치했다.  

금감원 측은 “이번 사건은 PBS업무(Prime Brokerage Service)를 제공하는 글로벌 IB의 장기간에 걸친 불법공매도 행태로 과징금제도 도입 이후 최대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예상된다“며 ”증선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엄중한 제재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제공 : 금융감독원]
[제공 : 금융감독원]

아울러 “조치대상자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라고 덧붙였다. PBS업무는 고객(개인․기관투자자, 헤지펀드 등)에게 증권의 대여, 차입, 중개, 신용공여, 장외파생계약체결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업무다.

금감원은 불법공매도 조사 확대 방침도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회사와 유사한 영업을 영위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며 “일부 IB의 경우 장개시 전 소유수량 보다 많은 수량을 매도하는 등 장기간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정황이 발견 돼 조사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타 IB에 대해서도 이상거래 발견시 즉시 조사에 착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IB로부터 주문을 수탁받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금감원 "국내 증권사는 계열회사 관계, 수수료 수입 등 이해관계로 위탁자의 위법행위를 묵인할 가능성이 있어  공매도주문 수탁 프로세스, 불법공매도 주문 인지 가능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해 위법사항 발견시 엄정하게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 공매도조사팀 신설 이후 그간의 성과

한편 불법 공매도 적발·제재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과태료·과징금은 올해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겼다. 이 가운데 92%가량은 외국계 금융회사에 부과됐다.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 제재 건수는 45건으로 나타났다. 8개월간 제재 건수가 작년 한 해 제재 건수(32건)보다 많다. 불법 공매도 제재 건수는 2020년 4건, 2021년 16건, 작년 32건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과태료·과징금 규모는 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 1~8월 107억475만 원에 달했다. 2020년 7억 원, 2021년 9억 원에 불과하던 불법 공매도 과태료·과징금은 작년 32억 원에 이어 올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올해 과태료·과징금 가운데 98억9120만 원(92%)이 외국계 회사에 부과됐다. 외국계 제재 건수는 전체의 절반가량인 23건인데 제재금액 비중은 훨씬 컸다. 지난달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44억원 규모 SK하이닉스 주식 4만여 주를 무차입 공매도한 외국계 운용사 케플러슈브뢰에 과징금 10억630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금감원은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2022년 6월 공매도 조사 전담반을 설치하고 2022년 8월 공매도조사팀으로 확대·개편돼 운영 중이다. 운영 인원도 4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에 대해 면밀한 감시와 집중적인 조사를 수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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