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인하’ 지켜낸 정부… 비용 보전 ‘덤터기’ 맞은 한국도로공사

정부는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자금을 투입하면서 영종대교 통행료가 인하된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한국도로공사가 사채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에 들어갔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정부는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자금을 투입하면서 영종대교 통행료가 인하된다고 밝혔으나, 사실상 한국도로공사가 사채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에 들어갔다. [글=이창환 기자, 사진=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올 초만 하더라도 당장 지원 가능한 예산이 없을 것으로 보이던 영종대교 통행료가 지난 10월1일부로 인하됐다.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영종대교가 거둘 수익을 약 8800억 원 규모로 추정하고 사업시행사인 신공항하이웨이(주)에 분기별로 비용 보전을 약속했다. 다만 비용 보전을 위한 주체로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등 2개 공기업이 결정됐지만 관련법상 도로공사만 자금 투입이 가능한 상황. 법 개정이 있기 전까지 올 4분기부터 2024년, 또는 2025년까지 도로공사만 자금 투입을 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수천억 원에 이른다. 결국 도로공사는 비용 마련을 위해 사채 발행에 나선다. 

한국도로공사, 연이율 3.8% 사채 발행으로 비용 보전 나서
인천국제공항공사, 관련법 없어 우선은 법부터 개정해야

지난 2월17일 일요서울은 ‘국토부가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약속 못 지키나(제 1504호 참조)’라는 제목으로 “정부가 당장은 통행료를 인하할 수 있는 재원 확보가 어렵다”고 보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보도가 나간 직후 국토교통부는 2월28일자로 통행료 인하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입장은 경제여건 변화 및 공공기관 재무 여건 등을 고려해 추진방안을 마련했다는 것. 이에 기존 (편도기준) 6600원에 이르는 영종대교 통행료를 3200원으로 인하하고, 인천대교는 5500원에서 2000원으로 인하한다는 계획을 내걸었다. 다만 인천대교 보전 금액은 상대적으로 크므로 “재무여건을 고려해 2025년 말부터 적용”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일요서울이 취재에 나섰던 당시, 국토부와 관련 기관은 모두 혀를 내두르며 “당장은 자금도, 방법도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일요서울 보도 후 불과 열흘 만에 정부 기조가 바뀌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공기관 재무건전성을 해지치 않으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최대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 ‘울며 겨자 먹기’

해당 보도자료를 낸 뒤 국토부는 한국도로공사, 인천공항공사, 기획재정부, 인천시 등과 함께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통행료 인하 로드맵 수립을 계획했다. 영종·인천대교 민간사업자인 신공항하이웨이(주) 및 인천대교(주) 등과도 협의 내용 마련에 나섰다.

분명 정부는 “10월1일부터 인하한다”라고 못 박았는데 그제야 협의체를 구성하고 방안 마련에 나선다고 밝힌 것이 분명 개운치 않은 면은 있다. 일각에서는 “협의체 구성 후 추정 예산이 나오고 보전 방안 등이 마련될 텐데, 거꾸로 된 느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요금소를 통해 출퇴근하는 근로자나, 영종도 주민 등은 환영했다.

7개월여의 기간이 흐르는 동안 정부는 어떤 방안을 마련했을까. 국토부는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4일 “영종대교 통행료가 재정 고속도로 요금 대비 1.1배 수준으로 인하된다”고 발표했다.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동일한 비율로 반반 부담해 차액 보전에 나선다는 것이 정부가 마련한 방안.

하지만 당장 양 공기업이 마련해야 할 비용이 천문학적인 수치인 데다 인국공의 경우, 여전히 관련법이 없어 자금을 투입할 수는 없다. 결국 도로공사에만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마련할 걸까.

이에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민투심)를 진행한 기획재정부에 확인했으나, 기재부는 해당 사안에서 한발 빼는 분위기였다. 기재부 재정관리국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민투심을 통해 우리가 심의를 진행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다만 국토부에서 심의 요청을 해왔기에 구조적으로 협조를 했을 뿐이므로 상세한 내용은 주무관청인 국토부에 확인하라”고 말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국토부는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선투자로 (자금을) 투입하고, 나중에 민자 지원이 끝나면 유료도로 관리권을 지정받아 회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종대교의 통행료 인하를 위해 그간 국토부와 사업시행사간 협상, 한국개발원(KDI)의 적정성 검토,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및 민투심 등을 거쳐 절차가 마련됐다. 이를 통해 신공항하이웨이(주)의 영종대교 관리가 종료되는 2029년까지 벌어들일 수익의 차액 보전비용은 약 8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도로공사 자금 투입, 사채 발행으로 해결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8800억 원을 추정치로 실제 통행량을 측정해 분기별로 비용 보전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실측이 절반이 되면 4400억 원이 되고, 실측이 늘면 그만큼 보전 비용도 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로공사와 인국공이 각각 1대1의 비율로 비용 보전을 하도록 방안을 마련했으나, 인국공은 관련법이 없어서 당장은 도로공사가 먼저 선투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이후 인국공과 총액에서 절반인 50%씩 맞추도록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토부 설명대로 보전 비용이 일부 오르내릴 수는 있으나, 추정 금액 약 8800억 원으로 2029년까지 보전할 때 드는 분기별 지급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봤다. 올해 4분기부터 2029년 4분기까지 총 25개 분기로 나누자, 매분기당 352억 원을 보전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법 개정이 필요한 인국공을 제하고, 도로공사가 올 4분기부터 내년까지 총 5개 분기 동안 보전을 위해 지급해야 할 비용은 176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왔다. 만일 내년에 법 개정이 진행되지 못하고 한 해를 넘기면 도로공사는 2025년까지 3168억 원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당장 비용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올 상반기만 하더라도 도로공사 해당 부서는 취재진에게 “당장 투입할 자금 여력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까. 지난 13일 도로공사 관계자는 “영종대교 비용 보전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사채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면서 “연이율은 약 3.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도로공사 모두 2025년부터 인국공이 법 개정과 함께 참여하게 되면 부담이 적어질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2025년부터는 정부가 약속한 인천대교 1조4000억 원에 대한 비용 보전이 추가 부담으로 작용된다. 결국 천문학적인 수에 이르는 비용 보전은 인천대교 민간사업자의 관리 기간이 끝나는 2039년까지 이어지게 된다.

올해 4분기 말부터 도로공사의 영종대교 통행료 인하 차액 보전을 위한 고군분투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도로공사가 출자한 기업의 지분 매각 소식이 들려왔다. 폐 고속도로 활용을 통한 태양광 발전 사업으로, 그간 흑자 실적에 각광을 받던 사업이다. 다만 도로공사의 영종대교 통행료 비용 보전이 시작되는 시점과 겹치며 매각 이유에 대한 의문이 든다.

한편 기존 8100원이던 영종대교 통행료는 국토부의 청라 IC 수익으로 일부 보전해주며 6600원으로 하락한 바 있다. 이후 청라 IC 관리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등의 비용 보전에 나서는 도로공사 등이 맡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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