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16일 기자회견서 이준석 윤리위 제명 징계 촉구하고 나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가짜뉴스' 공방이 극단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안 의원이 16일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에 제명을 촉구하고 나서면서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현장에서 한 야당 지지자가 한 욕설을 인용하며 "XX하고 자빠졌죠"라는 말을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이 전 대표가 각종 언론 등 통해 여당 보궐선거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취지로 문제삼자, 안 의원은 "유머로 승화시킨 차원의 발언이었다"고 반박하며 이 전 대표가 자신의 발언 의도와 전말을 왜곡하고 폄하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격앙된 반응을 내비쳤다.

이후 두 사람은 SNS로 설전을 이어가다 결국 안 의원이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의 제명 징계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정점을 찍게 된 것. 

안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발적인 징계 청원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신 1만6036명의 국민들과 함께 당 윤리위원회에 이준석 제명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국민의힘을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며 내부의 분란을 조장하면서,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몇 퍼센트 질 거라고 잘난체하고 다니는 나쁜 사람들은 몰아내야 한다"고 이 전 대표를 겨냥했다.

이어 "그리고 2030 청년층과 중도층, 세대와 지역을 확장하는 좋은 분들을 대거 영입하는 확장정치를 통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이번 선거 패배를 통해 얻은 국민의힘의 혁신과제 1호"라고 강조했다.

특히 안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자기의 힘으로 만들었다는 독선에 빠져 갈등을 빚다 징계를 당하고도, 방송 출연을 통해 당을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며 내부 총질만 일삼는 오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은덕을 입고 어린 나이에 정치에 입문해 당 쇄신을 위해 치켜세우고 대접해주었더니 오만방자함이 극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언제까지 이 응석받이가 당에 분탕질 하는 것을 내버려 두겠느냐. 지켜보고 있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얼마나 마음 아파하겠느냐"고 이 전 대표가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입문한 궤적을 들춰내며 비판을 이어갔다.

뒤이어 "자발적인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신 1만6036명의 국민들과 함께 당 윤리위원회에 이준석 제명 징계를 요청하겠다"며 "토요일 밤부터 시작해 월요일 아침 10시까지 하루 반 만에, 무효표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했다. 청원 운동은 앞으로도 일주일간 계속 진행해서 그 명단은 당에 추가로 제출하겠다"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요청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안 의원은 자신의 유세 발언에 대해 "강서구청장 선거 이틀 전날 밤 유세 때, 타당 지지자로 보이는 시민이 저에게 한 욕설을 유머로 승화해 웃어넘긴 일이 있었다. 언론에서도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 기사화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준석은 시민이 저에게 욕설한 부분은 쏙 빼고, 제가 진교훈에게 막말을 해서 선거패배에 큰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아침 방송에서 가짜뉴스를 퍼트렸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두 사람의 과거 악연도 재조명된다. 정치권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종종 '톰과 제리'로 비유될 정도다.

두 사람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서 대치했다. 당시 국민의당 소속이었던 안 의원(52.33%)은 21%포인트 격차로 이 전 대표를 꺾은 바 있다. 이 때부터 사실상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주요 국면마다 충돌했다.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유세를 지원했던 이 전 대표는 오 후보와 안 의원의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양자간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두 사람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이후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논의 과정에서도 당명, 흡수합당 여부 등 세부조건을 놓고 물밑 신경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한편, 안 의원이 이번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징계를 요청하고 나선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선 안 의원이 이를 계기로 이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큰 여당 주류 '친윤'(친윤석열)과 결을 같이하며 '경기 분당갑' 공천 시드를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를 겨냥해 줄곧 현 지역구인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 의지를 피력해 왔다. 분당갑은 김은혜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의 옛 지역구로, 김 수석이 지난해 지방선거(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 직을 내려놓으면서 해당 지역구가 공석 상태가 되자 안 의원이 보궐선거를 통해 그 공백을 메웠다. 

현재 대통령실 핵심 참모진인 김 수석의 내년 분당갑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만큼, 안 의원이 이를 의식해 대통령실과 친윤 지도부의 비토가 큰 이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출마지 선점을 위한 눈도장 찍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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