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요 당직자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하며 총선 모드 돌입
김기현 의총 재신임 전권 유지...총선 구상, 당정관계 재정립 관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도부와 주요 당직에 수도권 인사들을 전면 배치하는 등 이른바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인선을 단행하며 총선 준비체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임명직 당직자의 상당수를 수도권 인사들로 포진시킨 '김기현 2기 지도부'를 출범시키며 '친윤(친윤석열)·영남' 색채는 물론 총선 수도권 위기론까지 일거에 덜어내려는 시도다.     

그러나 지난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수직상승한 지도부 책임론과 당내 총선 위기감을 어떻게 수습하느냐는 김기현 2기 지도부의 잔존 과제로 지목된다. 

국민의힘은 지난 15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총선 지휘체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를 놓고 총의를 모은 결과 김기현 지도부를 재신임키로 했다. 이에 김 대표는 그 이튿날 임명직 당직자들의 일괄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를 계파성과 거리가 먼 수도권 인사들로 채워넣으며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김 대표는 자신의 연포탕 1호 인사로 당 정책위의장으로 유의동 의원(3선·경기 평택을)을 꼽았다. 유 의원은 당내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인물로 분류되는 만큼, 당정 관계 재정립이 요구되는 시점에 정강정책 수립과 당정 협의를 주도하는 정책위의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관장하게 될 후임 사무총장으로는 이만희 의원(재선·경북 영천청도)이 낙점됐다. 이 의원 인선을 놓고는 평가가 갈린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수행단장을 맡았던 만큼 친윤으로 분류되는 데다, 보수당의 성지로 불리는 TK(대구·경북) 인사라 연포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평이다. 반면 당내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공천 실무를 총괄할 사무총장까지 비윤계로 채워넣기엔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란 옹호론도 나온다. 또 이 의원의 경우 전임 사무총장인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에 비해 친윤 코드가 옅어 용산 대통령실과의 적정거리 유지는 가능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밖에 배현진 조직부총장의 후임으로는 수도권 원외 인사인 함경우 경기 광주시갑 당협위원장이,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으로는 수도권 재선인 김성원 의원이 각각 발탁됐다. 또 당 수석대변인에는 박정하 의원(초선·강원 원주시갑)이, 선임대변인에는 서울 강동구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윤희석 당 대변인이 각각 선임됐다.  

특히 김기현 2기 지도부의 연포탕에 방점을 찍은 인물로는 새 임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김예지 의원(초선·비례대표)이 있다. 김 의원은 앞서 간호법 제정안을 놓고 여야 극한 대립이 이어졌을 당시 국회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등 당내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소신 행보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장애인 인권 증진과 이를 위한 입법에 방점을 두고 의정활동을 펴 왔다.

한편 김 대표는 이번 의총 재신임으로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 전권을 확보하게 됐다. 2기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내부적인 인선 잡음과 총선 위기론이 지속되고 있지만, 향후 큰 틀에서의 총선 전략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뒤바뀔 수 있다는 진단이다. 

우선 김 대표는 주요 당직 재편과 함께 3대 혁신, 6대 실천과제를 내놨다. 서민 친화형 어젠다 제시, 총선준비기구 조기 발족을 통한 선거 전략성 확보, 인재영입위원회 구성을 통한 인적 쇄신 등이 골자다. 무엇보다 집권여당이 주요 국면마다 용산 대통령실의 영향력에 휘둘린다는 이미지를 털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당정관계 평탄화로 '친윤·영남당' 이미지를 중화시키며 총선 민심에 한발짝 다가서는 것 또한 김기현 2기 체제의 주요 극복 과제라는 평가다. 

김 대표는 수직계열화된 당·정·대 구도가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인으로 지목된다는 지적에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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